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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규제 '풍선효과' 확산 우려 커졌다
사금융 이용 60%가 자영업 종사자…당국, 연내 서민금융 개편안 발표
2018-10-23 18:42:42 2018-10-23 18:42:46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금융당국이 23일 발표한 '불법 사금융시장(미등록대부업체 및 사채) 조사 결과'를 보면 급전 필요성이 높은 40~60대 남성들이 주로 사금융을 이용했다. 업종으로는 자영업과 생산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60%를 차지했다.
 
정부차원에서 첫 불법 사금융 시장 규모를 발표하는 것이라 주기별 증가율을 확인하기 어렵지만, 자영업자가 불법 사금융 시장에 차지하는 비중이 큰 것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자영업자 대출 규제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계대출에 경고등이 켜지자 금융당국은 자영업자 대출부터 옥죘다. 지난해 가계대출에 사실상 총량 규제를 씌운데 이어 은행권에 '개인사업자(자영업자) 대출 가이드라인'을 도입했다. 올 하반기에는 적용 대상을 상호금융권까지 확대했다. 당국은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자영업자 대출이 주택대출 자금으로 유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 것이다.
 
결국 자영업자들은 은행과 저축은행 등 2금융, 상호금융권 대출이 막히자 대부업체까지 찾아 나서게 된 셈이다. 실제로 대부업체 이용자 중 자영업자 비중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린 저신용자 중 자영업자는 지난해 6월 말 18.8%에서 12월 말 21.6%로 증가했다. 
 
금융당국 역시 올해부터 불법 사금융 집계에 나선 것은 '풍선효과'에 대한 우려가 크게 작용했다. 9·13 부동산 대책에 따라 대출규제가 강화되고,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예고되면서 불법 사금융 시장이 커지지 않을까하는 우려 때문이다.
 
금융기관들이 법정 최고금리 인하 등에 따라 부실 위험이 높은 취약차주의 대출을 꺼리는 상황에서 이들 제도권 금융의 마지노선인 대부업체 대출심사에서 탈락하게 된다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당국의 불법 사금융 통계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상당히 보수적인 수치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이번 설문 조사에서 법정 최고금리를 넘는 대출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응답자가 솔직하게 답변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통계 조사에서 제외된 여러 번수들이 반영될 경우 불법 사금융 시장규모는 당국이 집계한 수치보다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대부금융협회가 산정한 시장 규모와도 차이가 크다. 대부금융협회 역시 한국갤럽에 의뢰한 '불법 사금융 이용'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20세 이상 성인 인구를 환산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기준으로 국민 43만명이 24조원 규모의 불법 사금융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앞으로 대출 규제가 본격화되고 기준금리 인상이 현실화되면 불법 사금융 이용자들이 더 늘어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날 당국도 향후 시장여건이 나빠지면 등록대부 이용자가 불법 사금융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서민금융상품은 저신용자 등 취약차주들의 자금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민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6등급 이상 신용등급별 서민금융상품 공급 비중 평균은 60.4%다. 반면, 서민금융 지원 주타깃인 8등급 이하 저신용자 비중은 9.2%에 불과한 실정이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수치를 감안해 연내 서민금융지원 개편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서민금융상품 대상자의 적정성을 정책서민금융상품 개편 논의 과제로 제시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존 서민금융상품이 은행, 저축은행 등 제도권 금융기관의 취약 고객에 초점을 맞춰왔다면,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내몰리기 직전의 어려운 사람에게 재원을 집중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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