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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들, 무이자 할부 이벤트 대폭 축소 검토
당국, 마케팅비 감축 압박…관련 민원 급증도 원인
2018-10-31 17:40:31 2018-10-31 17:40:41
[뉴스토마토 김형석 기자] 카드업계가 고객에게 제공하는 무이자 할부 서비스를 대폭 축소할 모양새다. 금융당국이 카드사의 마케팅비 감축 압박을 강도높게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일부 치과 등에서 무이자 할부와 관련해 사고가 발생하면서 민원이 증가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계 A카드사와 B카드사는 무이자 할부 이벤트를 향후에는 진행하지 않키로 했다. 당장 부가서비스 혜택 축소는 어려운 상황에서 쉽게 마케팅비 축소를 할 수 있는 방법이 무이자할부 이벤트이기 때문이다. 
 
A카드 관계자는 "카드사의 수익성 악화와 금융당국의 마케팅비 감축 압박으로 향후 무이자 할부 서비스를 중단할 계획"이라며 "당분간 추가적인 무이자 할부 이벤트는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당국은 내년 카드 수수료 인하를 위해 카드사들의 마케팅비 축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29일 전북 전주에서 지역 금융 활성화 현장간담회에서 "카드사가 수익보다는 외형확대를 중점으로 두고 경쟁하고 있어 마케팅 비용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며 카드사들의 마케팅 비용 축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당국은 마케팅비의 70%를 차지하는 부가서비스 축소에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카드사가 고객 부가서비스를 축소하기 위해서는 관련 약관 변경을 금융당국으로부터 승인받아야 한다. 하지만 2016년 이후 부가서비스 축소를 위한 약관 변경 승인은 한 건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카드사의 마케팅비를 감축하라고 압박하면서도 관련 부가서비스 축소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며 "수익악화를 보전하기 위해서 카드사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카드는 무이자 할부 이벤트를 축소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욱이 이번 무이자 할부 이벤트 축소는 최근 관련 민원 증가도 한몫 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건은 지난 5월  '투명치과' 사태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 위치한 투명치과는 당시 신용카드 무이자 할부 이벤트 등을 통해 다수의 환자를 유치했다. 하지만 지료인력 부족 등으로 정상 진료가 중단되자 소비자들이 대거 민원을 제기했다. 이후 공정거래위원회는 신용카드사가 투명치과 피해자들이 행사한 할부 항변권을 모두 수용하기로 했다. 항변권은 물품 또는 서비스를 할부 거래한 뒤 정당하게 청약을 철회하거나 가맹사업자가 계약을 불이행했을 때 소비자가 카드사에 잔여 할부금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그 결과 지난 2분기 7개 전업카드사의 민원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 이상 늘어난 1511건에 달했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민원발생의 문제와 수익 확보차원에서 일부 카드사들이 발빠르게 무이자 할부 혜택 중단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카드업계가 무이자 할부 이벤트를 중단하거나 중단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무이자 할부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형석 기자 khs8404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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