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국내 비은행 금융중개, 소위 '그림자 금융(shadow banking)' 규모가 2000조원에 육박하면서 저금리 기조가 정상화되는 과정에 금융시스템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출처/한국은행)
한국은행은 6일 '2018년 10월호 조사통계월보 논고-국내 비은행 금융중개의 현황 및 잠재리스크'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장기간 지속된 금융완화 기조가 향후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비은행 금융중개 부문으로부터 금융시스템 불안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비은행 금융중개란 은행 시스템 밖에서 신용중개 활동에 관여하지만, 은행 수준의 건전성 규제를 받지 않고 예금자 보호 및 공적 유동성 지원 제도가 적용되지 않는 금융 시스템을 말한다. 앞서 금융안정위원회는 지난 6월 용어가 주는 부정적 어감을 개선하기 위해 '그림자 금융'이라는 명칭을 '비은행 금융중개'로 공식 변경했다.
광의 기준 비은행 금융중개에는 집합투자기구, 증권기관, 신탁계정, 유동화기구, 여신금융 기관 등이 포함된다. 이중 협의 기준 비은행 금융중개는 집합투자기구(MMF, 채권형펀드, 혼합형펀드 등), 증권회사, 유동화기구(주택금융공사 유동화 제외) 관련 부문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우리나라의 비은행 금융중개 규모는 지난해 말 광의 기준으로 1957조10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명목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훨씬 웃도는 113.1% 수준이다. 지난 2011년 1020조2000억원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6년 새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비은행 금융중개는 비은행권에 대한 건전성 규제로 인해 리스크 확대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하지만 비은행 금융중개 부문 중에서 증권회사, 신탁, 집합투자기구 등이 금융시스템 내 강한 연계성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염두해야 한다. 이는 금융시스템 내 상호연계 구조를 통해 다른 금융부문에도 리스크와 충격을 전이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비은행 금융중개 부문은 여타 금융부문에 비해 투자자의 대량환매와 같은 유동성 충격에 크게 영향을 받거나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같은 반응은 금융 불안 또는 충격의 파급경로로 작동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장기간 지속된 저금리 기조가 향후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비은행 금융중개 부문으로부터 금융시스템 불안이 발생할 가능성을 주목해야 한다. 한은 관계자는 "그간의 저금리 기조에서 낮은 수준을 보인 신용·유동성 위험이 재평가되고, 시장참가자의 포트폴리오 조정이 빠르게 나타날 수 있다"며 "시장 의존도가 높은 비은행 금융중개 부문은 보다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한은 관계자는 "국내 비은행 금융중개는 그간 성장세를 지속하는 과정에서 낮은 시장 변동성으로 인해 유동성 위험을 지나치게 양호한 상태로 평가했을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며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증권회사, 금전신탁, 집합투자기구 등의 비은행 금융중개 부문에 대해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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