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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개혁, 공론화 절실)개혁방향 '요율인상-부과방식' 등 거론…장단점은?
두 방안 모두 국민부담 증가…"가입자가 연금 투자 방식 선택하도록" 주장도
2018-11-14 06:00:00 2018-11-14 06:00:00
[뉴스토마토 이진성 기자] 국민연금 개선안을 마련해 보고했다가 ‘퇴짜’를 맞은 정부가 대안마련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인구 고령화를 감안해 노후소득보장에 무게를 둘지 제도의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출지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항인 소득대체율 50%를 실현하는 노후소득보장 방안으로 이미 기울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래픽/뉴스토마토
 
1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당초 오는 15일 공청회에서 논의할 예정이었던 '국민연금종합운영계획정부안'의 공개를 연기하고 재검토에 들어갔다. 문재인 대통령이 7일 복지부가 보고한 국민연금 개혁안 초안의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보험료율 인상에 무게를 뒀는데,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당시 청와대 대변인은 “단순한 재검토가 아니라 전면적 재검토 지시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복지부는 당초 3가지 안을 마련했다. 1안은 소득대체율을 현행 45%에서 50%로 올리고, 보험료율을 현행 월소득의 9%에서 13%까지 인상하는 안이다. 2안은 소득대체율을 45%로 유지하는 대신 보험료율을 12%까지 올리는 안이고, 3안은 소득대체율을 40%로 낮추되, 보험료율은 15%까지 인상하는 내용이다. 모두 국민부담이 늘어난다는 공통점이 있다. 예를 들어 월급 300만원을 받는 직장인의 국민연금 본인 부담 보험료는 현행 13만5000원인데, 1안으로 하면 6만원 오른 19만5000원, 2안은 4만5000원 오른 18만원이 된다. 3안으로 하면 8만원을 추가로 더 내야 한다. 회사 입장에서도 같은 부담을 지기 때문에 고용을 줄이는 등 현 경기 하강 국면을 가속화할 우려도 존재한다. 청와대가 국민눈높이에 맞지 않는다고 반려한 배경이다.
 
문제는 국민 부담을 늘리지 않고는 소득대체율을 높이거나 국민연금 제도를 유지하는 방안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최근 내놓은 결과를 보면 소득 대체율을 50%로 높이고 보험료율을 기존 9%로 묶어두면 국민연금이 당초 예상(2057년)보다 빠른 2054년에 고갈된다. 소득대체율을 45%까지 올리면 267조원, 50%까지 올리면 533조원이 더 필요하다고 추계했다. 예산정책처는 2075년까지 국민연금 기금이 동나지 않게 하려면 보험료율이 16%는 돼야한다고 지적했다. 보험료율 16%를 감안하면 월 300만원을 받는 직장인의 본인부담금은 24만원에 달한다.
 
이 같은 지적에도 정부는 개혁안을 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금 상태로는 노후 소득보장도, 기금 지속성도 담보할 수 없어서다. 현재 연금개혁의 키를 쥔 건 지난 9일 새로 임명된 김연명 청와대 사회수석으로 보인다. 김 수석은 국민연금 기금의 고갈은 불가피하다 보고 적립식이 아닌 부과방식으로 개편해 부족한 기금은 정부 재원으로 메운다는 방안을 강조한 인물이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현행 45%에서 50%로 올리더라도 국민 부담이 늘지 않는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그가 제시해 온 개선 방향을 보면 ▲소득대체율 50%로 인상 ▲보험료율 1%포인트대 인상으로 최소화 ▲부족하면 부과 방식으로 가거나 재정 투입 ▲국가 지급보장 명문화 등이 담겨있다.
 
살펴보면 재정을 투입한다는 방침은 사실상 세금을 더 걷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든 후세대 부담이 대폭 증가한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복지부가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는 안에 보험료율을 인상하도록 설계한 이유도 이를 고려한 것이다. 정부 한 관계자는 "부과방식을 강조하는 전문가들은 해외 사례를 주로 언급하는데 노인 인구 비율을 보면 우리와 사정이 다르다"면서 "오히려 주요 선진국들은 최근 고령화가 심화되자, 부과식이 아닌 적립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민간연구소의 한 연금 전문가도 “선진국 보다 빠른 인구 고령화를 고려할 때 부과방식보다는 현행 적립방식을 어떻게 좀더 유지해나갈지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보다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제전문가들도 인구 고령화를 고려할 때 부과방식의 한계는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부과식 뿐만 아니라 현 적립식도 국민이 생각하는 조건에는 부합하기 어렵다는 데 공감했다. 일각에서는 국민에게 선택권을 줘야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퇴직연금 처럼 국민연금의 투자 방식을 고수익을 추구하는 고위험과 안정자산을 추구하는 저위험 등으로 선택하게 해 노후를 대비할 수 있도록 하자는 설명이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고령화에 접어든 수많은 국가에서 국민연금 기금 방식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면서 "공론화 과정을 거쳐 국민연금 투자 방식을 가입자가 직접 선택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만 하다"고 말했다.
 
세종=이진성 기자 jinl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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