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거래세 인하·폐지 전 초단타 알고리즘 매매 규제 마련해야
미국·유럽은 제도 마련…"다른 나라들, 한번씩 장애 일어난 적 있어"
2018-11-15 06:00:00 2018-11-15 06:00:00
[뉴스토마토 신항섭 기자] 본격적으로 증권거래세 인하·폐지가 언급되고 있는 가운데 이에 앞서 하이퀀시 트레이딩(초단타 알고리즘 매매) 규제가 선행돼야 한다는 업계의 주장이 나오고 있다. 국내에서 하이퀀시 트레이딩이 나오기 힘들었던 환경이 거래세였기 때문이다.
 
최근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증권거래세 인하·폐지가 화두로 떠올랐다. 지난 10월 증시 급락 후 거래세에 대한 국민청원이 잇따랐고, 금융당국자와 업계 관계자들의 긍정적인 발언이 나오면서 기대감도 커진 상황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거래세 인하·폐지를)진지하게 고민할 때”라고 말했으며, 권용원 금투협회장은 “거래세 인하를 금융당국에 건의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다만 증권거래세를 인하 또는 폐지하기 전에 초단타 알고리즘 매매를 뜻하는 하이퀀시 트레이딩부터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현재 국내는 미국이나 유럽과는 달리 하이퀀시 트레이딩 관련 규제사항이 없기 때문이다.
 
하이퀀시 트레이딩은 알고리즘 매매를 일컫는 것으로 매매 차익이 매우 작은 거래를 대량으로 빠르게 실행해 수익을 키우는 거래 방식이다. 세팅하기에 따라 0.5%p의 수익률에도 빠르게 반복 거래해 이익을 남긴다. 하이퀀시 트레이딩은 통상 슈퍼컴퓨터를 이용하기 때문에 100분의 1초 단위로 주문·생성·전송·체결이 진행된다. 대량의 매매 주문과 대량의 취소 주문이 함께 이뤄지기도 한다.
 
이런 초단타 알고리즘 매매는 시장에 큰 변동성을 불러올 수 있다는 부작용이 있다. 지난 2010년 미국에서 하이퀀시 트레이딩으로 인해 10분만에 다우지수가 9% 급락했다가 다시 반등한 ‘플래시 크래시(Flash Crash)’ 사건이 있었다.
 
거래세 인하·폐지에 앞서 하이퀀시 트레이딩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업계의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의 경우 2010년 플래시 크래시 사건으로 관련 규제가 마련됐다. 사진/AP·뉴시스
 
이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하이퀀시 트레이딩에 대한 규제를 만들었다. 개별 종목의 가격이 눈에 띄게 움직일 경우, 서킷브레이크(주식매매 일시정지)를 적용토록 했고, 현재 시세에서 일정 점위를 벗어난 거래에 대한 취소 근거를 마련했다. 또 대규모 거래자에게 고유번호를 부여해 거래를 추적할 수 있게 했으며, 하이퀀시 트레이더들의 자율규제기관(FINRA) 등록을 의무화했다.
 
독일의 경우 하이퀀시 트레이드법을 마련했다. 하이퀀시 트레이더는 독일 연방금융감독원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자본금 여건을 충족해야 한다. 또 금융당국이 알고리즘에 대해 세부내용을 요구할 수 있으며, 알고리즘 내용이 금융시스템에 리스크를 줄 수 있는 경우엔 해당 알고리즘을 금지할 수도 있다. 또 일정 기준 이상의 과도한 주문이 있을 경우, 해당 하이퀀시 트레이더에게 추가 수수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유럽은 지난 2016년 개정된 유럽증권시장청(ESMA)의 금융상품투자지침II에 따라 관리한다. 알고리즘 거래전략을 금융당국에 보고해야 하며, 일정한 유형의 거래를 제한할 권한을 갖고 있다. 또 하이퀀시 트레이더가 거래전략의 주문과 취소 내역을 보존할 의무도 부여했다.
 
국내에는 이런 규제가 없다.  국내에서는 0.3%의 거래세를 부과하고 있어 하이퀀시 트레이드로 수익을 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매수 매도를 10회만 반복해도 원금의 3%가 세금으로 빠져나간다. 실제로 지난 8월 메릴린치 창구를 통해 이뤄진 단타 알고리즘 매매도 초단타는 아니였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거래세가 폐지될 경우 국내 주식시장도 하이퀀시 트레이딩에 우호적인 환경이 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업계에서는 하이퀀시 트레이딩에 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혜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과 유럽 국가들과 달리 한국은 하이퀀시 트레이딩 관련 직접 규제가 없다”면서 “세부적인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2014년 12월 자본시장법이 개정돼 ‘목적성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시세에 부당한 영향을 주는 자동주문거래를 불법거래(시세조정행위 등)로 간주하고 처벌할 수 있으나 실제로 불공정행위를 증명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 역시 “만약에 지금 거래세를 폐지하면 시장이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 있다”면서 “다른 나라들도 하이퀀시 트레이딩이 들어오면서 한 번씩 시장에 큰 문제가 있었다”고 우려했다.
 
신항섭 기자 kalthe@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