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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임종헌 전 차장 기소…19일 박병대 전 대법관 소환
직권남용 등 30개 혐의 적용…임 전 차장 사실 상당부분 인정
2018-11-14 16:55:33 2018-11-14 17:03:16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 농단 의혹의 키맨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14일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사법행정권 남용한 반헌법적 행위에 대해 현행법상 적용할 수 있는 범죄 혐의를 추출해 기소한 것이며, 구속영장에 기재된 범죄 혐의 범위에서 기소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임 전 차장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공무상비밀누설 직무유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고 이날 밝혔다. 검찰이 이번 수사를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기소가 이뤄진 것이다.
 
검찰은 242쪽 분량의 공소장에서 적 임 전 차장의 혐의를 상고법원 추진 등 위상·이익 강화 사법 비판세력 탄압 부당한 조직 보호 공보관실 운영비 집행 등 모두 4가지 범주로 나눠 기소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과 고영한·박병대·차한성 전 대법관을 임 전 차장과 공범으로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추후 진행 상황에서 검찰의 판단이 드러날 수 있을 것 같아서 한정적으로 적시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들 가운데 우선 박 전 대법관을 오는 19일 오전 930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할 계획이다. 이동원·노정희 대법관 등도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 확인 소송 재판 의혹과 관련해 필요하다면 조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에 대한 조사를 마치는 대로 사법농단 의혹에 최정점에 있는 양 전 대법원장도 소환할 방침이다.
 
조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일부 혐의 사실은 임 전 차장의 공소장에서 빠졌다. 수사팀은 법원행정처의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댓글사건 파기환송심 직접 개입여부와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인사 불이익 여부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2016년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위증한 혐의의 경우에도 추가기소 가능성이 있다. 검찰은 법원행정처 차원에서 헌재의 의원직 상실 결정은 월권이라는 내용의 문건을 작성한 사실이 없다는 취지의 임 전 차장의 증언을 구속영장 청구 당시 위증 혐의로 담았지만, 국회 고발 절차가 진행 중이라 이번 공소사실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검찰은 관련자들의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혐의사실을 포함해 추가 기소할 방침이다.
 
임 전 차장은 양 전 대법원장 재임 중 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차장을 역임하며 재판거래와 법관사찰의 실무 책임자 역할을 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재판거래와 검찰·헌법재판소 기밀 유출 등 사법행정권 남용과 재판거래 의혹 전반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재판거래 의혹과 관련해서는 일제 강제징용 소송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확인 소송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댓글 사건 가토 타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형사재판 '정운호 게이트' 영장심사 재판 등에 개입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밖에 헌법재판소 평의내용 등 기밀 유출 박한철 전 헌법재판소장 비난 기사 대필 등 혐의도 받고 있다홍일표 자유한국당 의원과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민·형사 재판 전략을 대신 세워주고, 뇌물공여 혐의를 받은 부산 건설업자 정모씨의 형사재판에서 역할을 한 혐의도 적용됐다. 부당한 조직 보호를 위한 범죄와 각급 법원 공보관실 운영비 명목의 예산 3억5000만원을 현금화해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지난달 23일 직권남용과 관련한 대법원 판례와 사안의 중대성, 증거인멸 등의 우려를 들어 구속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수사를 통해 확보한 인적·물적 증거를 토대로 230여 페이지에 달하는 구속영장청구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법원은 지난달 27"범죄사실 중 상당한 부분에 대해 소명이 있고 피의자의 지위 및 역할,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자료, 수사의 경과 등에 비춰 볼 때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으므로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이 인정된다"라며 임 전 차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후 검찰은 한 차례 구속 기간을 연장했으며, 임 전 차장은 구속 이후에도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는 등 혐의를 부인하는 입장을 고수했다.
 
사법농단 의혹의 핵심으로 평가받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구속 후 첫 번째로 소환되고 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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