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지자체 수소차 경쟁 '충전소·예산'이 관건
규제풀어 늘리겠다는데…내년도 예산 3곳 설치분 뿐
2018-11-16 06:00:00 2018-11-16 06:00:00
[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정부의 수소전기차 보급 계획과 맞물려 지자체들이 앞다퉈 수소전기차 보급계획을 발표하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인프라 시설은 열악한 실정이다. 15일 수소융합얼라이언스 추진단에 따르면 전국에 운영 중인 수소충전소는 14곳으로 이 중 일반인이 이용 가능한 충전소는 9곳에 불과하다. 울산이 3곳으로 가장 많은 충전소를 보유하고 있고, 이어 서울 2곳, 광주 2곳, 경상남도, 충청남도가 각각 1곳을 운영 중이다. 정부가 관련 규제를 풀고 있으나, 충전소 설치를 위한 예산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인프라 구축 없는 과열 경쟁 우려
 
서울의 경우 지난 2010년 설치된 양재 그린스테이션과 상암 수소그린스테이션(2011년) 두 곳에서 수소차 충전이 가능하다. 하루 충전 가능 대수는 양재가 15대, 상암이 45대 정도다. 그러나 각 지자체는 충전 가능 대수를 넘어서는 차량 보급 계획을 내놓고 있어 실현 가능성엔 의문이 찍힌다.
 
서울시의 경우 오는 2022년까지 총 3000대의 수소차량 보급 계획을 발표했지만 추가 확충하겠다는 충전소는 4곳에 그쳤다. 때문에 수소차 보급을 위한 기반 인프라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결국 정부의 수소전기차 보급계획이 공염불에 그칠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수소공급가격에서 차지하는 물류비도 부담이다. 국내 수소충전소는 충전소에서 수소를 자체 생산하는 온사이트가 아닌 오프사이트 형태로 운영한다. 오프사이트 충전소는 수소를 생산하는 공급사가 튜브트레일러를 이용해 충전소까지 운반해야한다.
 
관련 규제도 시장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정 의원은 “수소 운반용 튜브 트레일러는 40톤 무게의 금속재로 만든다”며 “서울 시내 중량제한도로 115개 전 구간에서 통행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현재 우리나라 수소 운반용 용기는 지난 1999년 제정된 용기기준에 따라 충전압력 35㎫, 내부용적 150L 이하일 경우만 복합재료용기로 만들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수소연료 대부분은 금속재 용기로 제조해 공급하고 있다. 
 
정부가 15일 수소차 관련 규제 완화 대책으로 수소 운반용 용기 압력 기준을 45㎫로, 내용적은 300L로 각각 상향해 1회 운송 가능한 수소량은 약 2.5배 늘어날 전망이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국정현안조정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수소차 규제개혁으로 그나마 숨통 
 
결국 정부도 수소차충전소 확충을 위한 관련 규제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날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정부는 수소차충전소를 늘리는데 걸림돌이 되는 주요 규제는 완화하기로 했다. 이 총리는 “현재까지 수소차가 590여대가 보급되었을 뿐이고, 충전소도 13군데만 운영되고 있다”며 “충전소 설치를 확대하도록 관련 규제를 대폭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우선 현재 수소차 충전소를 일반주거 지역이나 공업지역에만 설치할 수 있는 부분을 내년 6월까지 관련 법령을 개정해 준주거·상업지역에도 설치가 가능토록 한다. 또 개발제한구역 내 버스 차고지나 압축천연가스(CNG)에 수소충전소를 병행해 충전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현재 철도에서 30m 떨어져 세워야 하는 수소충전소를 철도 인근에도 설치할 수 있게 한다. 이를 위해 연말까지 연구 용역을 통해 안전성이 검증되면 내년 3월까지 법령을 정비할 방침이다. 
 
관련 업계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규제완화로 수소전기차 3만대 보급이라는 목표 달성에 더욱 힘을 받을 것”이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내 수소전기차 시장이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다만 충전소 설치를 위한 예산이 부족한 게 걸림돌이다. 올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의결한 수소차충전소 확충을 위한 내년도 예산안은 100억원 뿐이다. 고정식 수소충전소 설치비용은 1곳당 최소 30억원이 소요되는데, 이대로라면 내년에 설치 가능한 충전소는 3곳에 불과하다. 
 
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정부에서 보조금이나 지원책을 동원해 (수소차)를 보급한다 해도 소비자는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며 “충전소가 턱없이 부족한데, 누가 3000만~4000만원을 지불해가며 수소차를 구매하겠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닭(수소차충전소)이 먼저냐 달걀(수소차)이 먼저냐라고 볼 수도 있지만 이 시장은 충전소가 먼저 깔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