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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 "정부의 서민금융지원은 기본 체력 강화에 초점 맞춰야"
"생색내기식 처방해선 안돼…진정성있는 종합대책 마련해야"
"서민금융 구체적 정책대안 제시하는 연구 진행할 것"
2018-11-22 08:00:00 2018-11-22 08:00:00
[뉴스토마토 김형석 기자]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은 1997년 4월 20년간 근무해온 한국은행과 은행감독원을 나왔다. 당시 금융인이 가장 선망했던 직장을 박차고 나온 이유는 상고출신이라는 주홍글씨 때문이었다. 그는 대신 금융권에서 꺼려하던 비제도금융(현재 서민금융)을 관리하던 신용관리기금에 몸담기로 했다. 이곳에서는 그가 우리나라의 금융시장에 헌신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제2금융권의 감독·검사업무를 담당하는 신용관리기금(현 금융감독원으로 통합)에 이직한 그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한가운데에서 100여개의 저축은행 구조조정 업무를 담당했다. 이어 불법 사금융 업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카드사 정보유출사태 등 굵직한 사건들을 현장 한가운데에서 진두지휘하며 우리나라 서민금융의 어두운 면을 해결해왔다. 
현재는 서민금융의 전문 연구기관이 없는 현실을 실감하며, 금감원에서 나와 서민금융연구원을 출범시켰다. 그는 정부가 서민금융 지원사업에 직접 나서는 것은 본질적으로 한계가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신 일식적인 진통완화제보다는 기본적인 체력을 강화시키는 큰 틀의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민간 자율기구를 통한 간접적인 참여방식을 확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
-금감원에서 가장 기억남는 경험이 있다면.
 
금감원으로 옮긴 시기가 IMF외환위기의 한 가운데 있었던 터라 가자마자 100여개의 저축은행 구조조정업무를 시작으로 유사수신업체, 사금융시장 등 누구도 앞장서 건드리기 꺼려하는 일을 자청해 수술하기 시작했다.
 
먼저 입사한 후 비제도금융조사팀에 자원했다. 비제도금융은 현재의 서민금융 영역이다. 고수익을 보장하는 유사수신업체에 대해 금감원의 업무가 아니라고 손 놓고 있다는 여론에 밀려 어쩔 수 없이 만들어 놓은 팀이었다.
 
당시에는 1997년 외환위기로 IMF에서 달러를 빌리게 되면서 이자제한법이 폐지된 공간에는 고수익 유사수신업체와 초고금리의 사금융업체(당시에는 대부업법이 제정되기 전이었다)가 서민들의 눈물을 쥐어짜고 있었다.
 
부임 후 3개월 만에 '신고포상제도' 도입, 경찰청과의 협조체제 구축 등 시스템을 정비하고 홍보업무를 강화했다. 국민들이 사기업체에 속지 않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홍보였기 때문이다. 언론에 홍보되면서 제보도 많이 들어오고 수사도 활성화되어 피해를 사전 예방하는 효과가 컸다.  
 
이어 사채시장에 손을 댔다. 사채시장보고서를 만들어 관계부처에 관련정보를 제공하게 되었고, 마침내 2001년 3월 당정협의를 거쳐 사금융피해상담센터를 설치해 대한민국역사상 처음으로 사채피해신고를 받게 되면서 베일에 가려져 있던 '신체포기각서', '안구포기각서' 등 고리대금업의 민낯이 드러났다. 이는 향후 대부업법 제정에 기틀이 됐다.
 
이어 서민들의 맞춤 대출 지원을 위해 2005년 한국이지론(서민금융진흥원)을 설립했다. 휴면예금으로 미소금융 프로그램 신설, 저신용·저소득 차주들에 대한 대출인 '희망홀씨대출' 등을 추진했다.
 
2011년에는 부동산PF 부실로 야기된 저축은행사태를 해결했다. 결국 33개 저축은행에 대한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고 저축은행 업계를 정상화했다.
 
-보이스피싱 감축에도 큰 역할을 했다는데, 당시 했던 일은.
 
보이스피싱은 사기이니 수사기관의 업무지 금감원의 고유 업무도 아니다. 중국이나 일본을 방문해 봤지만 공안이나 경찰의 일로 미룬다. 다만, 피해 예방을 위한 홍보를 같이 할 뿐이라고 한다. 현실이 이랬다.
 
금융범죄수법은 날로 발전하는 상황에서 부처 간 협업 없이는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지난 2015년 '그놈목소리' 정책을 통한 보이스피싱 피해를 40% 수준으로 감축했다. 그 정책을 입안하는 과정에서 경철청장과의 양해각서(MOU)체결, 방송통신위원회의 협력 등이 있었다. 특히, SK텔레콤 등과의 협약을 통해서 외국에서 걸려오는 전화에 대해 수신자에게 "국제전화입니다"라고 음성안내를 하도록 하고, 사기범의 목소리를 녹음하여 녹취파일을 금감원에 제공토록 하는 협업을 이끌어냈다. 총리실 등을 축으로 하여 각 부처 간의 협업이 실효성있는 정책을 만들 수 있다.
 
-서민금융연구원을 출범하게 된 계기는.
 
많이 부족하지만 재능기부차원에서 그동안 쌓아온 서민금융관련 노하우를 활용하고 싶다. 사회적가치실현에 가장 관심이 큰 SK그룹에 나와서 보니 민간기업도 사회적가치실현을 위해 열심히 하는데 준 공직자출신으로서 부끄럽지 않도록 봉사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느는 금감원에서의 경험이 연구원을 출범시키는데 큰 자신감을 주었다. '인간이 만든 문제는 인간이 해결할 수 있다'는 자세는 지금까지 일관되게 유지해 온 일에 대한 태도이다. 정책의 입안하고 실행하던 일을 그만두고 난 후 한발 뒤로 물러서 보니 오히려 더 큰 그림이 보였다. 그게 연구원의 형태로 나타나게 됐다.
 
-연구원 출범을 준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2016년 중순부터 뜻을 같이하는 분들과 준비를 했었는데 의외로 많은 분들이 동참하였고 도움을 주어서 크게 힘들지는 않았다. 더하여 소액대출이나 상담 등 서민금융을 실천하고 있는 자생적 시민·사회단체들이 생각보다 많이 자리잡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서민금융에 특화된 연구기관이 없다시피 하다 보니 전문 연구인력이 부족한 점이 애로라면 애로다. 학계, 시민·사회단체 등 서민금융과 관련된 전문가들이 재능기부를 하여주어 연구성과를 조금씩 내고 있다.
 
우리가 앞으로 열심히 잘 하면 뜻있는 분들이 인적·물적 지원을 많이 해주리라 믿고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지난 2016년 2월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이 공직복무 우수공무원에 선정돼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서민금융연구원
-정부의 서민금융 지원사업의 문제와 해결방법은.
 
무엇보다 진정성이 가장 중요하다. 보여주기식, 생생내기식이 되어서는 안 된다. 특히, 일식적인 진통완화제보다는 기본적인 체력을 강화시킬 수 있도록 상담활동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정부나 금융기관이 서민금융 지원사업에 직접 나서는 건 금융의 본질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한계가 있다. 서민금융을 잘 알고 현재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는 민간 자율기구 등에 대한 지원을 통해 간접적으로 참여하는 형태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향후 계획은.
 
금융소외가 사회적 이슈가 되는 한 서민금융연구원은 역할이 필요할 것이다. 연구원이 연구기능에만 머물지 않고 구체적 정책대안을 제시하는 기능, 나아가 저신용·한계채무자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천적 프로그램의 수행기능에 이르기까지 서민금융종합센터 역할을 할 예정이다.
 
서민금융연구원이 필요 없는 날까지 현장중심의 연구, 금융주치의 양성, 상담기능 강화 등에 더욱 노력하겠다.
 
김형석 기자 khs8404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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