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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성난황소’ 김성오, 이 남자가 ‘악’으로 사는 법
2018-12-03 00:00:00 2018-12-03 00: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사실 이 남자, 참 선하다. 하지만 정말 못된 남자이기도 하다. 단 한 번이었다. 영화 아저씨잔상이 너무 길었나 보다. 배우 김성오는 그렇게 못된 놈혹은 분노유발자그것도 아니면 ‘OO으로 불리는 희대의 악인으로만 대중들의 기억에 남아 있다. 좀 억울하기도 하단다.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악역은 한 손에 꼽을 정도다. 물론 워낙 강렬한 이미지의 몇 편이 아직도 대중들의 기억 속에 자국을 남겨 놨기에 그렇기도 하다. 정말 웃기고 또 정말 드라마틱한 얘기를 끌어 내는 스킬을 갖고 있음에도 그는 어느 순간부터 의 색깔로만 채워지는 듯한 느낌이었단다. 그래서 남모를 스트레스도 받아왔다고. 그럼에도 영화 성난황소에서 그는 다시 한 번 악인이 됐다. 보다 더한 악이다. 의외로 현실적인 면도 넘쳤다. 김성오가 생각하는 악은 이랬다. 참고로 다시 한 번 말하면 그는 참 선한 사람이다.
 
김성오. 사진/쇼박스
 
영화 개봉을 며칠 앞두고 만난 김성오였다. 영화 속 악역은 일반적으로 스토리의 스포일러에 해당하기 때문에 인터뷰 내용을 빨리 공개하기는 힘들 것 같다고 전했다. 그 역시 웃으며 당연한 것 아니냐고 속삭인다. 속삭인다는 표현이 그렇지만 의외로 목소리가 작았다. 낯도 의외로 많이 가리는 눈치였다. 그렇다고 소심한 성격은 아니다. 자기 주장도 확고하다. 데뷔 18년 차의 이 배우는 의외로 진중하면서도 조용했다. 물론 그 안에 다분히 끼도 넘쳤다. 천상 딴따라기질이 넘쳤다.
 
주변에서도 처음 보시는 분들은 좀 그렇게 말씀하시기도 하세요. ‘어 의외네요라는. 내가 그렇게 나쁜 놈으로 비춰졌나? 가끔 서글프죠(장난스런 웃음으로). 뭐 나쁜 놈도 해봤으니. 하하하. 8년 전의 아저씨가 아직도 강하기는 한 가봐요. 지금도 알아보시는 분들은 아저씨의 그 놈?’ 하시니깐. 하하하. 뭐 이번 영화 잘되고 나면 이젠 성난황소 그놈해주시면 좋고요. 이번에도 꽤 나쁘게 잘 나왔죠?(웃음).”
 
그의 말처럼 성난황소에서도 그는 희대의 악인으로 등장한다. ‘아저씨에서도 어린 아이들의 장기를 팔아 먹는 장기밀매업자 형제의 동생으로 출연했다. 이번에도 비슷하지만 두목이고 보스다. 그리고 한 가지 눈길을 끄는 점은 꽤 현실적인 대사다. 악인이지만 그의 대사를 잘 곱씹어 보면 의외로 맞는 말들이 많다. 현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감춰진 어떤 이면을 건드리는 지점이 담겨 있다.
 
김성호. 사진/쇼박스
 
전 이번 기태란 인물을 단순한 악인으로 보지는 않았어요. 아니 뭐 사실 나쁜 놈이죠. 맞아요. 나쁜 놈. 그런 데 뭐랄까. 철학을 갖고 움직이는 사람이고 생각했어요. 단순한 사이코패스? 아니에요. 뭔가 사연은 있었을 텐데 영화에선 그 사연은 안 나오잖아요. 기태를 그렇게 만든 사연이 분명히 있을 거라 봤어요. 아마도 돈 때문에 아픔을 겪었던 기억이 있었을 거에요. 그래서 영화 속처럼 그렇게 되지 않았을까. 전 그렇게 접근했죠.”
 
그가 연기한 기태는 기본적인 설정면에서 아저씨의 악역과 비슷한 면이 많았다. 물론 분명히 다르지만 같아 보이게 할 지점과 스킬이 많아 보였다. 이 두 배역을 소화해 본 김성오로선 그 지점을 고려하고 넘어가야 했다. 같은 악역이라도 그래서 접근 방식을 분명히 달리 했단다. ‘아저씨의 악역이 좀 더 꾸며진 만들어 진 느낌이라면 이번 성난황소의 악역은 현실감에 포인트를 줬던 느낌이다. 우선 성난황소속 악인 기태는 즐기고 있었다.
 
사실 시나리오 속 기태는 더 강했어요. 나쁜 짓이 강했다는 게 아니라 뭐랄까 좀 악인으로서 단조롭게 느껴졌죠. 처음 시나리오를 한 번 쓱 읽었는데 제가 되게 많이 웃고 있더라고요. 그 포인트가 분명히 보였죠. ‘이게 시각적으로 보일 때 뭔가 감정이 뒷받침 되면 관객들의 이해에 도움이 될 텐데란 생각을 했죠. 그리고 접근했던 게 비열함이었어요. ‘기태가 대체 왜 웃을까를 곰곰히 생각해 봤는데, 당하는 사람의 고통을 즐기는 거에요. 상대의 고통이 즐거운 거구나. 거기까지 오니 딱 정리가 됐죠. 아유 못된 놈(웃음)”
 
김성호. 사진/쇼박스
 
기태란 캐릭터의 이미지화는 영화 속 비주얼로도 그 분위기를 더욱 강렬하게 만들었다. 흡사 히어로 영화의 걸작으로 꼽히는 다크 나이트조커와도 비교될 정도다. 그와 비슷한 보라색 수트와 올백 헤어스타일은 서슬 퍼런 악인의 느낌보단 광대의 그것을 닮아 버렸다. 유아적 감정의 쏟아냄도 더해졌다. 김성오가 만들어 낸 기태는 그렇게 전무후무한 희대의 악인이 돼 버렸다.
 
너무 과찬이시라(웃음). 조커를 생각하고 입은 보라색 수트는 아니에요. 우선 영화 속 의상은 90% 이상이 전부 맞춤이에요. 실제로 그런 옷을 입고 다니는 것 자체가 이상하죠. 하하하. 너무 튀잖아요. 도대체 이걸 누구 입고 다닌다고? 사이코야? 할 정도의 옷이니. 그런데 그것도 나름 캐릭터를 위한 합리화로 접근했어요. 유니폼이라고 봤죠. 일하러 갈 때 입는 유니폼. ‘기태가 일하러 갈 때 입는 옷이 따로 있다고 생각했죠.”
 
워낙 강렬하고 악역 만드는 데 일가견이 있는 김성오이기에 기태의 기괴함은 그렇게 완성이 됐다. 하지만 상대역인 마동석과의 액션 호흡은 얘기가 다르다. 마동석과 한 번이라도 액션을 해본 남자 배우들은 우선 겁부터 먹는다. 첫 번째로 그의 무지막지한 피지컬에 혼 쭐이 나고, 두 번째는 실제 상상을 초월한 그의 힘에 놀란다는 것. 물론 김성오는 그건 문제가 아니었다고 손사래다.
 
김성호. 사진/쇼박스
 
동석이 형과는 반창꼬’(2012) 때 만나서 지금까지 친하게 지내요. 저 형은 정말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 안 변하지라고 의심이 들 정도로 똑같아요. 그리고 의외로 때리는 거 진짜 싫어해요. 진짜로요. 영화에선 액션 중 실제 때리는 걸 실타라고 해요. 제가 한 번 제 운전사로 나오는 후배와 합을 맞추다가 실타를 했어요. 근데 그 친구가 입에 배역 상 금니를 끼고 있었는데 입술이 찢어졌어요. 나중에 동석 형이 알고 절 좀 노려봤죠. 하하하. 그때 쫌 움찔하기는 했는데. 하하하.”
 
앞서 설명했지만 그는 한 때 악역으로 고정되는 자신의 이미지가 너무 싫었단다. ‘아저씨의 성공 이후 비슷한 배역만 몰려서 캐스팅 제안이 왔었다고. ‘다른 것도 잘 할 자신이 있는데 왜 그럴까란 생각에 너무 괴로웠다고. 하지만 본질로 돌아가 봤단다. 그 본질로 파고 드니 악역 전문이란 타이틀도 사실 그리 나쁠 건 없어 보였단다.
 
김성호. 사진/쇼박스
 
악역이란 게 사실 그래요. ‘나쁘다는 것만 빼고는 다 다르거든요. 그 안에서 맛을 찾아내면 될 것 같더라고요. 그게 좀 그랬어요. 처음에는 불만이었죠. 자꾸만 악역만 들어오니. 그런데 내가 연기를 하려고 배우가 됐지 악역만 들어오는 것에 불만 토로하려고 연기하고 있나란 생각이 번뜩 들더라고요. 이젠 악역만 해도 상관없어요. 아니 악역 전문이란 타이틀이 달리면 이왕 할 거 제대로 해보잔 생각도 들어요. 그리고 연기를 아주 오래 했으면 좋겠어요. 아주 오래.”
 
김재범 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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