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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앱 4년 만에 철수…삼성전자 콘텐츠 사업 안 풀리네
애플·구글·아마존 등 콘텐츠 사업 고개충성도 제고 도구로
2018-12-12 16:49:38 2018-12-12 16:49:38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삼성전자의 작곡 애플리케이션(앱) ‘사운드캠프’가 4년 만에 문을 닫는다. 삼성 밀크 뮤직부터 전자책 서비스 등 삼성전자는 세계 1위 스마트폰 제조사라는 강점을 활용하기 위해 콘텐츠·서비스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결국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사업 철수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12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앱 사운드캠프는 이달 28일자로 서비스를 종료할 예정이다. 앱스토어로부터의 설치가 제한되며 앱이 이미 설치돼 있는 경우에는 삭제하지 않는 한 계속해서 사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서비스는 종료할 계획이지만 앞으로도 소비자들의 일상생활을 더욱 편리하게 하는 서비스를 지속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앱 서비스 종료 이유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삼성전자 사운드캠프는 애플의 아이폰 ‘개러지밴드’를 표방해서 만든 앱이다. 개러지밴드는 애플이 직접 개발·배포하는 앱 중 유일한 음악 저작 도구로서 ‘누구나 음악을 창작하고 공유할 수 있다’는 기치 아래 만들어졌다. 케이크워크나 큐베이스 등 비싼 악기와 무거운 녹음장비가 없더라도 5000원짜리 앱이면 누구나 어디서든 작곡할 수 있다. 다만 개러지밴드 앱 사용자는 아이폰 보유자로 제한돼 있어 안드로이드 사용자들의 요구도 높아졌다.
 
삼성전자 사운드캠프 이미지. 사진/삼성 뉴스룸
 
삼성전자는 2014년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갤럭시노트4 언팩 행사를 모바일 뮤직 솔루션을 활용한 ‘밴드 오브 위즈덤’의 공연으로 시작했다. 안드로이드 기반 사운드캠프가 세상에 처음 공개된 순간이었다. 사운드캠프는 피아노 드럼 등 기본 악기의 앱뿐만 아니라 전문 제조사가 만든 가상악기 앱까지 패키지 형태로 쓸 수 있었다. 음질이 뛰어난 가상악기뿐만 아니라 트랙별 음원을 따로 녹음해 곡 전체를 완성하는 스튜디오 프로그램까지 갖췄다. 
 
하지만 4년이 지난 현재 서비스는 종료 수순을 걷고 있다. 삼성전자가 손을 뗀 콘텐츠·서비스 사업은 적지 않다. 지난 3월 사진을 사용자들끼리 공유하는 스토리 공유 서비스를 중단했고 1월에는 삼성 클라우드에서 제공해오던 앱 데이터 백업과 복원 지원 기능을 마감했다. 2014년 야심차게 선보였던 음악·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 삼성 밀크 뮤직과 삼성 밀크 비디오도 2~3년 만에 같은 운명을 맞았다. 2009년에 시작했던 전자책 콘텐츠 서비스도 2014년 종료됐다.
 
삼성전자는 2008년 미디어솔루션센터(MSC)라는 조직을 만들고 전자책·음악·교육 등 다양한 콘텐츠 서비스를 출시했다. 하지만 2014년 조직과 기능을 무선사업부, 소프트웨어센터, 북미총괄 등으로 통폐합하기도 했다. 지난 1995년에는 삼성전자·삼성물산·제일기획 등에서 인력을 파견하는 형식으로 영상사업단을 출범했지만 이 역시 1999년 해체됐다.
 
구글, 아마존, 애플 등 글로벌 IT업체들이 콘텐츠를 충성 고객을 모으는 도구로 활용하는 것과는 다른 행보다. 아마존 웹서비스(AWS)는 이미 세계 1위 클라우드 서비스로 자리매김했다. 유튜브는 세계 1위 검색엔진의 자리를 넘보고 있고 애플 뮤직은 음악 생태계 조성을 넘어 새로운 아티스트 발굴에 나서고 있다. 독립적인 조직을 운영해 자율성과 창의성을 지킨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업계는 삼성전자의 콘텐츠 사업이 성장하지 못하는 원인을 소프트웨어 역량의 부족에서 찾는다. 독자 운영체제인 ‘타이젠’이 성공하지 못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는 해석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한국 기업 특성상 경직된 분위기와 하드웨어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강할 수밖에 없다”면서 “소프트웨어 사업에 필요한 창의적 인재들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이 어느 정도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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