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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총 전자투표 논란 가열)①주총이 악몽이 된 기업…의결권 확보 비상
"전자투표는 참여율 너무 낮아 안돼"…소액주주 반대표 증가 부담 속내도
2018-12-18 06:00:00 2018-12-18 07:40:38
[뉴스토마토 신송희 기자] 내년 열릴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기업들의 고심이 벌써부터 깊어지고 있다. 주주총회는 주주와 경영진, 주주들이 만나 회사의 경영상활등 회사의 주요현안과 사업내역을 논의하고 회사의 주요 업무를 최종적으로 결적하는 주식회사의 최고의사결정 기구다. 문제는 섀도보팅(의결권 대리행사 제도)이 폐지된 이후 기업들의 주주총회 준비는 악몽이 돼가고 있다는 것. 의결정족수(보통주 발행주식의 25%) 부족으로 안건 부결이 현실화되고 있어서다.
 
상장기업은 그간 주주가 주총에 참석하지 않아도 참석주주의 투표비율을 불참 주주에 적용해 의안 결의에 이용했다. 하지만 섀도보팅제가 폐지된 후 이제는 직접 주주들에게 찾아가 위임장을 받아오거나 수천만원의 비용을 들여 위임장 대행업체를 이용하고 있다.
 
정부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전자투표제를 도입했다. 전자투표는 주주가 주총장에 참석하지 않더라도 언제 어디서든 인터넷을 통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만는 시스템이다. 주주가치 제고를 중시하는 정부는 전자투표를 통해 기업 신뢰와 투명성, 주주들의 편의성,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기업들의 생각은 달라 보인다. 취지는 좋지만 주주들의 참여율이나 투자성향을 볼 때 현실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뉴스토마토>에서는 50여개의 코스닥 기업으로부터 ‘전자투표제 의무화 및 확대 추진’에 대한 의견을 들어보았다. 설문조사와 대면조사를 통해 내년에 열릴 정기주총을 대비한 의결권 확보 준비와 전자투표제에 대한 의견을 묻고, 기업들이 생각하는 현실적인 대안은 무엇인지 확인했다.
 
조사결과 50개 기업 중 내년 정기주총에서 의결권 확보를 위해 전자투표제를 적극 도입하겠다는 기업은 4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16개 기업도 전자투표를 도입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결권대리행사를 직접 권유(회사의 임직원들이 주주 직접 방문)하거나 위임장권유 대행업체를 이용하겠다는 의견이 나머지를 차지했다.
 
대다수 기업들은 전자투표제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실제로 한국예탁결제원과 전자투표와 전자위임장 권유 서비스 이용계약을 체결하고도 주총 기간에 이용하지 않는 사례가 빈번했다. 올해 전자투표 계약회사 대비 이용회사 비율은 37.6%로 지난해(57.8%)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
 
설문조사에서도 전자투표를 1순위로 고려하지 않는 기업이 30개사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들은 전자투표보다 직접 주주를 방문하거나 위임장권유 대행업체를 이용하겠다는 생각이다. 
 
전자투표제를 활용하지 않는 이유로 기업들은 ‘주주들의 참여율이 낮아서’를 꼽았다. 제조업체 A사 관계자는 “전자투표를 채택하는 데 운영상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전자투표 행사율이 너무 낮아 주총을 성립시키거나 감사 선임 등 의결권 제한이 큰 안건을 통과시키는 데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미디어업체 B사 관계자는 “참여율도 낮거니와 전자투표로 의결권을 확보하자니 찬성표 예측이 불가능해 안건 통과를 확신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또 다른 익명의 관계자는 “소액주주들의 평균 주식보유기간이 수개월밖에 안 되는데 12월 말일에 주주를 확정하고, 3월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하게 한 것은 말이 안된다”고 주장했다.
 
실제 지난 3월말 기준으로 주주들의 전자투표 이용률(총 발행주식수 대비 전자투표 행사율)은 3.9%에 불과하다.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배 이상 늘었지만, 전자투표 행사가 주총에 유의미한 도움을 줬다고 보기 힘든 수치인 건 분명하다.
 
다만 주주들의 전자투표 참여율이 낮다고 해도 작은 힘이라도 보태야 하는 상황에서 전자투표를 아예 외면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설명이다. 비용이 비싼 것도 아니다. 한국예탁결제원이 제공하는 전자투표 서비스는 회사 규모별(자본금)로 주총당 평균 200만원의 수수료를 받고 있다. 실제로 설문조사에서 전자투표 서비스 비용이 부담된다고 답한 기업은 4개사에 불과했다.  
 
일부 기업들은 참여율 높이는 동시에 반대표를 줄여야 하는 부담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 상장기업 관계자는 "주가 하락으로 손해를 본 일부 소액주주들 중엔 전자투표로 반대표를 던지는 식으로 분풀이하는 경우도 있다"며 "소액주주들의 투표 참여가 걱정되는 것도 맞다"고 귀띔했다. 
 
신송희 기자 shw1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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