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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총 전자투표 논란 가열)②'울며 겨자먹기'…기업, 의결권 확보 위해 수천만원 대행사 활용 불가피
대행업체 성공보수까지 고려하는 기업…비용부담·개인정보유출 위험 상존
2018-12-18 06:00:00 2018-12-18 07:39:56
[뉴스토마토 신송희 기자] 기업은 전자투표와 전자위임장 등의 수단을 동원했지만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하는 현실을 감안해달라는 주장과 함께 이른바 ‘3%룰’이라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상법상 3%룰은 감사 등을 선임할 때 3% 초과 지분에 대한 의결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대주주의 영향력을 제한하기 위해서다.
 
3%룰로 인해 감사 선임을 못하는 기업은 관리종목 위험, 심하면 상장폐지까지 갈 수 있다. 이 때문에 기업은 의결권 확보에 총력을 다할 수밖에 없다. 다만 거래소는 섀도보팅제 폐지 이후 무더기 관리종목이 나올 위험에 대비해 감사 선임 부결로 감사위원회 구성에 실패한다고 해도 전자투표 도입,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주총 분산 프로그램 참여 등 주총 성립을 위해 노력한 사실이 인정되면 관리종목 지정을 예외하고 있다.
 
전자기기 업체 관계자는 “섀도보팅 폐지 이후 감사 선임 불발이 현실이 되면 기업은 임시주총을 열거나 벌금을 내야 하는데, 차라리 벌금을 내자는 쪽이다”고 귀띔했다.
 
위임장대행업체가 성행. 네이버검색.
일부 기업들은 현 상황에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수천만원의 비용을 들여 위임장권유 대행업체를 이용하거나 회사 직원이 의결권을 모으기 위해 주주를 직접 접촉하고 있다. 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156개 코스피 상장기업 중에서 150개 기업이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를 위해 주주를 직접 접촉한다고 응답했다. 마찬가지로 위임장 대행업체는 회사의 이름으로 된 명함을 가지고 다니며 직접 주주들을 만난다. 필요한 주식수를 확보하기 위해 서울은 물론 지방까지 다니며 위임장을 받아 낸다.
 
<뉴스토마토>가 입수한 일부 위임장 대행업체의 견적서를 보면, 대행업무 진행 시 투입인원에 따른 추가비용과 차량렌트비, 주유비, 숙박비까지 세세한 비용이 청구된다. 일부 대행업체의 1일 단가는 25만원에 달했다.
 
또한, 위임장 권유 대행업체는 중도금은 물론 성공보수까지 요구하고 있다. 업체마다 견적 금액은 천차만별이다. 필요 주식수와 주주의 거주지, 안건 등에 따라 금액이 다르다. 기본 200만주를 기준해 2000만원에서 6000만원까지 다양한 금액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 대행업체는 자체 직원을 많게는 50여명까지 보유하고 있으며 ‘실패사례는 없다’는 강력한 레퍼런스를 바탕으로 기업들에게 다가서고 있다.
 
중소형 IT업체 관계자는 “감사 선임을 위한 회사의 노력은 위임장권유 대행업체에게 돈을 지불하고 의결권을 모으는 방법밖에 없다”며 “일부에서는 불법적인 위임장을 받는 일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상장사 관계자는 “직접 주주들을 찾아다니는 행위도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과일 바구니나 홍삼 등을 사들고 다니기도 하고, 주가가 하락할 경우 주주들에게 심한 욕설을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주총 의결권을 확보하기 위해 기업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이에 따라 사설 위임장 대행업체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자본시장연구원 관계자는 "일부 상장사가 사설대행기관을 이용하고 있는데, 주주명부를 대행기관에 제공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보호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대행기관에 지불하는 수수료를 주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는지 여부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정보제공과정에서 개인정보를 암호화하고, 의결권 권유 대행서비스에 지불하는 비용에 대해서도 주총 통지서에 공개하도록 의무화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섀도보팅제 폐지에 따른 의결정족수 충족 수요와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확산에 따른 주주권 확대 흐름에 따라 의결권 대행 서비스는 늘어날 것"이라며 "차후 문제가 발생되지 않도록 업무프로세스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신송희 기자 shw1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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