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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산업결산)희비 나뉜 부품업계
MLCC·배터리 '방긋'vs디스플레이 '울상'
2018-12-19 17:37:37 2018-12-21 17:46:33
[뉴스토마토 권안나 기자] 올해 국내 부품사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글로벌 산업의 흐름이 '친환경'과 '고도화'를 중심으로 전개되면서 적시적기에 대응한 MLCC·배터리 제조 업체들은 사상 최대 호황기를 맞았다. 반면 중국의 기술 추격이 변수로 떠오르면서 방어할 여력이 없었던 디스플레이 업계는 위기에 빠졌다.
 
 
 
삼성전기는 올해 분기마다 최대 실적을 갱신하며 연간 영업이익 1조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불과 2년전인 2016년의 연간 영업이익 244억원과 비교하면 40배를 넘어서는 괄목할 만한 성과다. 지난 3분기 영업이익(4050억원)만 해도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을 넘어 섰다. 삼성전기의 이같은 호실적을 이끈 효자 품묵은 반도체 전류 공급용 부품인 적층세라믹콘덴서(MLCC)다. MLCC는 지난 수년 간 수요가 급격하게 늘면서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스마트폰의 고사양화와 사물인터넷(IoT)기기 증가 등이 수요 증가를 견인했다. 자동차 전장 부품 관련 수요 역시 급증하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용 MLCC 시장의 규모는 약 1억6000만달러 수준이었지만, 2020년 이후에는 약 3억5000만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이 23% 수준으로 급격한 성장이 예상된다. 향후에도 MLCC 수요 증가에 힘입어 삼성전기의 실적 고공행진은 지속될 전망이다.
 
국내 배터리 업계의 대표주자인 삼성SDI와 LG화학도 소형 배터리 호조에 최근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친환경 배터리 수요까지 더해져 호실적을 거뒀다. 양사는 지난 3분기 미국 시장에서 원형전지 수요 증가와 프리미엄 스마트폰 출시에 따른 폴리머전지 성수기 효과로 '깜짝 실적'을 기록했다. 삼성SDI의 전지사업 부문 매출은 1조9223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1679억원) 대비 64.59%, 2016년(8501억원) 대비 126.13%나 증가했다. LG화학의 전지 부문 영업이익도 843억원으로 전년 동기(181억원) 대비 365.75%나 급증했다.
 
에너지저장장치(ESS)·전기차 등 중대형 배터리 시장의 급성장으로 양사는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시장 규모는 올해 약 66GWh(기가와트시) 규모에서 2025년 1088GWh로 17배에 이르는 성장폭을 보일 것으로 추정됐다. ESS 시장도 지난해 4.9GWh 규모에서 올해 9GWh 수준으로 성장한 뒤 2022년에는 40.5GWh에 이를 것으로 전망돼 연 평균 53%의 가파른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다만 에너지저장장치가 원인으로 추정되는 화재사고가 올해 들어서만 여러 차례 일어나면서 규제 강화 등이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존재한다.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던 한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올해 막대한 물량과 저가를 앞세운 중국 업체들의 '치킨게임'에 위기 상황에 놓였다. 증권사들이 추정한 삼성디스플레이의 올해 영업이익은 2조7000억원대로 지난해(5조3900억원)의 절반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지난해 2조461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LG디스플레이는 802억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올해 상반기 글로벌 점유율 역시 2012년 50.7%에서 41.9%로 줄어들었다. 중국 업체들의 점유율은 같은 기간 8.2%에서 24.1%로 크게 올랐다.
 
양사는 중국 업체들의 액정표시장치(LCD) 기술력이 일정 수준에 도달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만큼, 한층 고차원적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중심의 사업구조 개편을 통해 격차를 벌이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최근 중국 업체들 역시 차세대 기술로 OLED를 낙점해 규모를 키우고 있는 상황은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OLED와 같은 신규 기술력을 앞세워 공급이 제한된 시장을 주도하는 한편, 원가를 떨어뜨려 수요를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며 "가성비까지 갖춘 제품으로 신규 시장에서의 감가상각을 빠르게 털어내면 후발주자의 등장에도 대응이 수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권안나 기자 kany87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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