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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동향)실적으로 위기 돌파한 하석주 대표
롯데 비리 잡음에도 2년 연속 역대급 실적…하 대표 연임 성공
2018-12-24 06:00:00 2018-12-24 06:00:00
[뉴스토마토 최용민 기자]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말이 있다. 원래는 화폐 통화에서 유래된 말이지만, 요즘은 ‘나쁜 것이 좋은 것을 밀어낸다’는 말로 통용된다. 지난 19일 2019년도 인사에서 연임된 하석주 롯데건설 대표이사에게는 이 말이 거꾸로 적용된 듯하다. 재건축 비리 수사와 조세 포탈 혐의 등 각종 잡음에도 실적 향상과 해외 수주 확대로 연임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하 대표는 1983년 롯데칠성음료에 입사한 후 1991년 롯데그룹본부 감사실을 거쳐 2001년 롯데건설로 자리를 옮겼다. 이어 2009년부터 롯데건설 경영지원본부장을 역임했고, 2013년 주택사업본부장, 2014년 부사장 자리에 오른다. 이 자리에서 그는 롯데월드타워 공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데 공을 세운다. 이어 2017년 10대 건설사 중 부사장 직급으로 유일하게 대표이사 자리에 앉았고, 올 초 사장으로 승진했다.
 
하 대표의 연임 성공 비결은 실적 향상과 수주 확대로 요약된다. 먼저 올 3분기까지 롯데건설은 매출액 4조2132억원, 영업이익 366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8.6%, 16.7% 늘어난 수치다. 특히 지난해 매출액 5조3017억원, 영업이익 3744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롯데건설은 올해도 지난해 실적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 실적을 갱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 대표 체제에서 2년 연속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하게 되는 것이다.
 
롯데건설은 하 대표 체제 아래 국내 재건축 수주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잠실 미성·크로바 재건축 사업 시공사로 선정됐으며, 올해 5월에는 동작구 흑석9구역 재개발 사업을 수주했다. 특히 롯데건설은 이 두 사업장에서 재건축 시장 강자인 GS건설을 따돌렸다. 여기에 해외수주 실적 향상도 크게 눈에 띈다. 해외건설협회 종합정보서비스에 따르면 현재까지 롯데건설은 총6억8050만달러를 수주해 지난해 같은 기간(2억6974만달러)보다 2.5배 이상 크게 늘었다.
 
이 때문에 이번 인사에서 롯데건설 해외사업 인력이 약진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올해 해외사업에서 부진한 성적을 거둔 것은 아쉬운 점이다. 올해 해외사업 3분기 누적 매출은 1680억원으로 전년 동기(2785억원)보다 39.7% 감소했다. 올해 매출 중 해외사업 비중은 3.99%로 전년 동기(7.18%)보다 3.19%포인트 하락했다. 부문별로 건축은 27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7.6% 줄었다. 플랜트는 788억원으로 60.3% 급감했다. 토목만 621억원을 기록해 46.5%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 해외사업 인력을 승진시킨 것은 롯데건설이 향후 해외사업에 크게 방점을 찍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하 대표는 지난해 2월 롯데건설 대표이사로 선임된 직후 4월에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와 말레이시아 조호바르 화공플랜트 현장을 찾았으며, 5월과 6월에는 베트남 호치민 사업지를 찾아 하수처리장 건설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현재는 동남아시장 공략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또 롯데건설은 중국 및 베트남, 일본에 등 7개 지사에 이어 올 하반기에 설립한 싱가포르 지사를 통해 해외사업을 강화하는 발판으로 삼을 예정이다.
 
물론 하 대표가 평탄한 임기를 보낸 것은 아니다. 롯데건설은 지난해 말부터 강남 재건축 아파트 수주와 관련해 비리 의혹이 터지면서 경찰 수사를 받아왔다. 경찰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지난해 신반포 15차 재건축 조합원들에게 12억 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더욱이 하 대표는 300억원대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해 지난 10월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월, 집행유예 3년, 벌금 24억 원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하 대표는 이런 잡음을 성과로 덮으면서 연임에 성공했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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