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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헤미안 랩소디’는 되고 ‘마약왕’ ‘스윙키즈’ 안되는 이유
2018-12-24 16:15:55 2018-12-24 16:18: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언제나 관객들은 예상 밖의 지점을 선택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확실한 결과물도 있지만 예상 가능 범위를 훌쩍 넘어선 곳에서 무언가를 발견하는 경우도 많다. 올 하반기 극장가 흥행 기상도를 보면 이런 경향은 더욱 짙어진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보헤미안 랩소디’(보랩)가 신드롬을 넘어선지 오래다. 이젠 문화다. ‘과속스캔들’ ‘써니’ ‘타짜2’ 등 흥행 3연타석을 기록한 강형철 감독의 스윙키즈는 예상 밖이다. 153억 대작으로 확실한 흥행 기대작이었다. ‘보랩팬들의 흥행 갈아타기도 점쳐졌다. 하지만 결과는 무참할 정도. 충무로 최강 배우 송강호의 파격 변신을 엿볼 수 있는 마약왕은 미지근한 분위기다. ‘영화, 아무도 모른다는 충무로 제작 관계자들의 속언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증명되고 있는 셈이다.
 
 
내용: ‘보랩’ > ‘마약왕’=스윙키즈
 
사실 세 편 모두 개봉 전까진 대중들에게 익숙한 내용은 아니었다. 영국 출신의 은 전 세계 음악 역사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전설의 록 그룹이다. 하지만 1973년에 데뷔한 이 그룹의 주요 팬 층은 당시 20대이던 1950년대 생이 거의 대부분이었다. 보컬 프레디 머큐리가 1991년 에이즈로 사망했고, 당시 20대가 의 일대기를 그린 보헤미안 랩소디의 주요 타깃층이라고 해도 현재는 40대다. 극장 주요 소비층인 10대와 20대 그리고 30대 층과는 거리가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개봉 이후 이 영화에 쏟아진 관객 층은 의외로 1020세대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CGV리서치센터 조사에 따르면 1020세대의 분위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3040을 넘어 5060세대로 이어져 갔다. ‘퀸을 몰랐던 세대부터 퀸을 알고 있었던 세대로 역주행을 거듭했다.
 
이 영화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특화관 상영도 한 몫 했다. 지난 6일 열린 ‘2018년 하반기 영화산업 미디어포럼에서 이승원 CGV 마케팅 담당은싱어롱 상영 스크린X 객석 점유율이 일반상영의 2배 가까이 됐다면서관람의 영역을 벗어나 즐길 수 있는 콘텐츠로서 주목을 받은 것이다고 분석했다. 세대를 넘어선 공감도 더해졌다. ‘보랩은 신파적인 요소도 다분하다. 하지만 그 지점이 관람을 방해하진 않았다. 퀸의 주옥 같은 명곡들의 탄생 배경이 스토리와 결합하면서 세대를 넘어선 공감대가 형성됐다.
 
반면 마약왕스윙키즈는 이런 지점을 간과했다. ‘마약왕은 송강호란 메인카드를 내세웠지만 그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주지 못했단 평이다. ‘마약이란 자극적인 소재를 활용하는 방식이 진부했다. 송강호의 열연이 돋보였지만 그것을 메우기엔 역부족이란 반응이었다. ‘스윙키즈는 강형철 감독이란 흥행 보증 수표가 나섰지만 그것 외에는 총체적 난국이었다. 한국전쟁이란 시대적 배경과 탭댄스란 소재의 이질감을 절묘하게 섞어냈단 반응이었다. 하지만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 벌어졌다. 탭댄스 외에는 그 어떤 것도 영화 속에서 유기적으로 반응하지 않았다. 출연 배우들의 낯선 이미지도 더해졌다. 두 영화 모두 결과적으로 특정 타깃은 고사하고 세대를 아우르는 공감대 형성에 실패한 모양새다.
 
 
문화성: ‘보헤미안 랩소디’>마약왕’>스윙키즈
 
보랩은 멀티플렉스 극장 문화가 만들어 낸 가장 완벽한 흥행 결과물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앞서 언급된 ‘2018년 하반기 영화산업 미디어포럼에서 공개된 내용이 이를 뒷받침 한다. 멀티플렉스 3사의 이른바 싱어롱’ (sing-along, 작품의 노래를 함께 따라 부르는 것) 상영회가 신드롬으로 이어졌다. 상영관 좌우 벽면까지 활용한 스크린X’ 상영관은 영화 속 하이라이트인 라이브 에이드한복판으로 관객들을 이끌었다.
 
싱어롱상영회에선 전례 없는 문화가 확산됐다. 콘서트 현장에서나 볼 수 있는 떼창’(여럿이 동시에 노래를 따라 부르는)이 관람 에티켓이 됐다. CGV의 특화관 스크린X’에서도 이 같은 현상은 마찬가지였다. ‘싱어롱현장에는 매회 프레디 머큐리코스프레 관객들이 등장했다. CGV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10 31일부터 12 9일까지 보랩평균 객석률은 30.5%, 스크린X 37.5%. 특히 싱어롱 버전 객석률은 2D 버전이 55.0%, 스크린X 버전이 61.3%를 기록할 정도였다.
 
보랩의 이 같은 화제성은 마약왕스윙키즈개봉 및 입소문에 절대적인 타격을 입혔다. 두 영화 모두 실화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같은 실화인 보랩의 화제상을 넘어서지 못했다. 특히 스윙키즈보랩떼창코드를 이어 받아 떼춤코드에 불을 지필 기세였다. 하지만 드라마틱한 서사가 부실한 스윙키즈는 단순히 탭댄스의 역동성으로만 밀어 붙이기엔 역부족이었다. 개봉 일주일이 지난 24일 현재 스윙키즈는 누적 관객 수 66만에 그치고 있다. 이날 오후 3시 현재 실시간 예매율도 9.5%(9 5091)에 불과하다마약왕역시 보랩처럼 실화에 바탕을 둔 점이란 사실이 주요 홍보 코드가 됐다. 하지만 지금 세대의 주요 관심사와 마약왕이 담고 있는 주제 의식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 참 멀어 보였다.
 
 
실패?: ‘스윙키즈’>‘마약왕’>>>>>>‘보헤미안 랩소디
 
보랩24일까지 누적 관객 수 850만을 넘어섰다. 국내 배급사인 이십세기폭스코리아가 당초 예상했던 수치는 150만이었다. 이 수치도 희망사항이었다. 실제적으론 100만을 넘으면 대박이란 내부적 반응이었다고. 하지만 개봉 두 달이 지난 현재까지 보랩은 국내 박스오피스 ‘TOP5’에 머물고 있다. 순위 역주행까지 펼치고 있는 중이다. ‘보랩홍보사와 배급사 측은 조심스럽게 ‘1000돌파까지 바라보고 있다. 불가능한 상황이 아니다. 경쟁작으로 주목된 마약왕’ ‘스윙키즈가 예상 밖의 부진을 보이고 있다. 25일과 26일 각각 개봉하는 범블비’ ‘PMC: 더 벙커보랩과는 다른 타깃층을 노리고 있기도 하다. ‘보랩의 신드롬 현상을 꺾기에는 역부족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스윙키즈는 이런 보랩의 분위기 바톤을 이어 받을 후보로 손꼽혀 왔다. 주요 영화 관계자들과 언론의 반응도 좋다. 하지만 실제 관람 평이나 반응은 정 반대다. 음악 영화로서의 역할과 특징을 살려내지 못한 안일한 기획의 실패란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영화 관계자는 강형철 감독이란 확실한 연출력이 돋보이는 것은 사실이다면서도 반대로 그 확실한 연출력이 선택과 집중에서 실패한 것 같다. 전작 써니의 코드조차 답습하지 못한 채 새로운 것을 보여 주겠단 의욕만 앞선 듯하다고 아쉬워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마약왕에 대해 지극히 자극적인 소재로 지극히 평범한 서사 구조를 만들어 냈다면서 “‘내부자들을 만든 우민호 감독과 송강호란 투톱 외에는 달리 킬러 콘텐츠로 내세울 요소가 없어 보인다. 안일하다 못해 시작부터 잘못된 기획이다고 꼬집었다.
 
김재범 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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