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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뛰자 중소기업)③위상 달라진 중기부…"컨트롤타워로 거듭나야"
이달 중순 중소기업정책심의회 첫 회의…"효율성 제고 기대되지만 강제권한 없어 한계 뚜렷"
2019-01-02 06:00:00 2019-01-02 06:00:00
[뉴스토마토 강명연 기자]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달 중소기업기본법 개정안 발효로 전 부처에 걸쳐 있는 중소기업 정책 조정 기능을 갖게 됐다. 대기업 중심의 정책 프레임을 전환하고 난립한 지원정책을 정리해 효율성을 강화할 통로가 생긴 셈이다. 하지만 상당수 전문가들은 중기부가 실효성 있는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을지에는 의문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중기부가 중소기업 중심경제를 선언한 현 정부 정책의 상징적인 부처임에도 실질적인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잠재우고 정부 전반의 정책 기조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2일 중기부 등에 따르면 중기부 산하의 중소기업정책심의회가 이달 중순 첫 회의를 열 예정이다. 중기기본법 개정으로 설치된 심의회는 주요 중기 정책과 계획, 이행사항을 심의 조정하는 역할을 부여받았다. 중기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두고 관련 부처 차관과 전문가 등이 참여할 예정이다. 분기별로 개최하고 시급한 사안이 생기면 추가로 열게 된다. 심의회와 별도로 중기부 장관은 정부와 지자체의 중소기업 보호 업무 총괄·조정 역할을 맡는다. 각 부처와 지자체는 중기 지원사업을 하기 앞서 사업 타당성이나 기존 제도와의 중복 등을 중기부 장관과 협의해야 한다.
 
심의회 설치로 가장 기대되는 지점은 부처에 걸쳐 난립한 중기지원 사업 정리다. 2016년 기준 중기 지원사업은 1284개, 예산은 16조4670억원에 이르지만 중기 정책을 통합 관리할 기관이 없다보니 유사, 중복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또 심의회를 통해 개별 부처별로 수립했던 중기 정책을 산업 전반의 관점에서 조율하게 될 전망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기존에 한 부처에서 정책을 만들면서 발견할 수 없었던 부분을 수정하거나 정책 기조에 부합하는 내용을 담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원정책의 경우 효과 등을 분석해 통합 조정하고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거쳐 예산까지 반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심의회 설치 자체는 성과지만 중기부 중심의 정책 조정이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부처 간 경쟁구조에서 중기부가 실효성 있는 성과를 낼 만한 권한과 힘이 여전히 부족하기 때문이다. 오동윤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는 "예산의 효율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진일보한 개정"이라면서도 "심의조정기능 외에 의결을 통한 강제·구속 권한이 없어 결과를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과거 대통령 직속 중소기업특별위원회의 재탕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중기 정책에 관해 중기부에 중심적인 역할을 부여한 게 기본법 개정 취지로 긍정적인 방향"이라면서도 "부처 승격 이후 경제장관회의나 부총리 또는 국무조정실 회의에서도 유사한 역할을 해왔다. 청와대 경제수석이나 비서관의 역할도 마찬가지로, 좀 더 힘센 곳에서도 정책 전반 조정이 잘 안됐다. 낮은 차원의 집행이나 지원사업은 조정될 수도 있지만 공정거래를 비롯한 산업정책이나 노동 등의 거시적인 문제에 대해 다른 부처가 심의회를 통해 얼마나 협조해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교수는 "각 부처 차관급으로 구성된다지만 국장이 대참하는 경우가 많다. 실효성 있게 논쟁할 수 있을지는 장관 의지에 달렸다"며 "중기부가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기부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출범했지만 지난 1년 성적은 초라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단순한 조직 확대를 넘어 중소기업 중심의 새로운 경제구조 재편을 기대했지만 기존 부처들의 막강한 권한에 눌려 실질적으로 목소리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무늬만 장관급'이라는 불만을 쏟아내기도 한다. 지난달 중기부 기자단이 실시한 설문조사 역시 홍종학 장관에 대한 중기 최고경영자(CEO)들의 평가는 53점에 그쳤다.
 
산업통상자원부 외청으로 집행기능을 주로 수행했던 중기청의 장관급 부처 격상 이후 정책 역량이 쌓이려면 시간과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교수는 "중기 정책 가운데 약 10%만 중기부가 소관하는데, 다른 부처에 중기는 주요 담당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중기부가 중기 관점에서 체계적인 시스템을 만들고 이를 반영하려는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 중기청 시절 정책을 안해봤기 때문에 1년 간 어려움도 많았지만 앞으로는 잠재적 역량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를 비롯해 사실상 중기분야 지원을 맡는 일부 산하기관을 포함해 역할을 확대해나갈 필요성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 다만 심의회에서 정책심의·조정 기능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굳이 관련 정책을 가져올 필요가 없을 거란 의견도 나온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심의회가 여러 기관과 부처가 갖고 있는 사업을 통합·조정할 수 있다면 자연스럽게 중기부 역할이 생기고 관련 기관과 기구 조정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열린 중소벤처기업부 출범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강명연 기자 unsai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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