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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책임)국가 통계자료 '정확도' 믿을만 할까
“‘e-지방지표’, ‘내고장 알리미’ 등 일부 국가 통계사이트 분석대상 절반 업데이트 안 됐거나 오류”
2019-01-07 08:00:10 2019-01-07 08:00:10
지난해 8월 ‘증거기반 의사결정과 국가통계의 역할’을 주제로 열린 제 8회 국가통계발전포럼에서는 복잡·다변화하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국민의 정책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정확한 통계에 기반한 정책 의사결정의 필요성이 강조됐다. 최근에는 민간 기반의 통계자료를 활용한 사회과학 연구를 통해 다양한 공공재가 생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이런 필요를 충족하려면 국가 통계서비스에서 생산·가공된 모든 통계자료가 가능한 최신 자료로 갱신돼야 하며,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산출돼야 할 뿐 아니라 정확하고 모든 이용자가 접근하기 쉬워야 한다는 ‘국가통계원칙’이 준수돼야 함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필자가 몸담은 한국CSR연구소는 매년 우리나라 기업·공기업·지자체·대학 등의 지속가능성을 연구·조사하고 있다. 최근에는 광역 및 기초 지방자치단체의 지속가능성을 조사하기 위해 지속가능성 조사틀의 하나인 트리플보틈라인(Triple Bottom Line, 경제·사회·환경성과)에 근거해 당해 연도를 포함한 최근 3년치의 광역 및 기초 지자체의 관련 자료를 수집했다. 
 
이를 위해 여러 국가 통계자료서비스 중 ‘e-지방지표’, ‘내고장 알리미’, ‘지방재정365’, ‘온실가스 정보센터’ 등을 주로 이용했다. 신뢰도 높은 자료를 이용해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하고자 공신력을 갖춘 기관의 통계치지만, 연구소가 축적한 노하우에 기반해 혹시 이상한 데이터가 없는지 파악하려고 노력했고, 자료의 업데이트 현황을 우선적으로 점검했다. 
 
국민이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국가통계서비스는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 Korean Statistical Information Service)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조사에서 필요한 자료를 찾기 위해 자주 방문한 대표적 사이트는 KOSIS의 지역단위 통계서비스인 ‘e-지방지표’와 행정안전부의 자치단체 행정정보 통계서비스인 ‘내고장 알리미’이다. 
 
국가통계제도는 국가통계 생산 구조에 따라 집중형과 분산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국가통계제도는 미국·일본·영국·대만 등이 채택한 분산형에서 출발했으나 집중형을 보완했다. 분산형이란 부처별로 필요한 통계를 개별 작성하는 것으로, 국가기본통계를 단일화한 통계 전문기관에서 작성하는 집중형에 비해 중복작성 등으로 인력과 예산의 낭비를 초래하고 체계적 통계 개발이 어려우며 통계 전문인력의 집중적 활용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이런 문제점을 최소화하기 KOSIS와 같은 집중형 통계서비스가 구축됐다. KOSIS는 통계청이 국가통계통합 구축 필요성에 의해 국가기관별로 분산, 집계된 국가승인 통계자료를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지역별, 주제별, 테마별로 분류·통합하였다. 
 
300여기관에서 생산된 약 1000개의 통계(기관별 420개, 시·도 기본통계 573개)가 국가통계시스템에 취합돼 수록되기까지는 개별기관별 자료공표 후 1개월 이내로 예정돼 있다. 공표주기는 매월·분기·1년이며 공표 시기는 연중 각각 다르다. 이중 ‘e-지방지표’(226개)는 지역자치단체의 생활환경 및 경영상황을 알아볼 수 있는 주제별(인구 21개·가족 12개·건강 15개·교육 13개·소득과 소비 10개·고용과 노동 14개·주거와 교통 46개·문화와 여가 10개·성장과 안정 31개·안전 17개·환경 16개·사회통합 21개) 주요 통계로 구성돼 지역간 평가 및 비교가 가능하도록 했다. 
 
그러나 실제로 지난해 3~11월 ‘e-지방지표’ 자료를 조사해 분석해 본 결과 예정된 공표주기와 공표 시기가 지켜지지 않은 사례가 발견됐다. 시·도 기본통계 573개를 포함한 그외 자료는 분석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다.
 
2018년 12월말을 기준으로 2017년 자료가 갱신되지 않은 ‘e-지방지표’ 주제별 자료가 37개(건강 1개·고용과 노동 1개·주거와 교통 2개·문화와 여가 1개·성장과 안정 11개·안전 4개·환경 10개·사회통합 7개)로 주제별 통계 전체(226개)의 16%에 해당했다. 특히 환경(63%), 성장과 안정(34%), 사회통합(33%), 안전(24%) 부문에서 공표시기가 1년 이상 지체된 자료가 많았다. 이 부문들은 지속가능성 연구의 기초 자료가 주로 포함된 곳이다. 
 
 
지역단위 통계서비스인 ‘내고장 알리미’의 자료 정확도와 업데이트 상황도 e-지방지표와 비슷했다. ‘내고장 알리미’는 지표와 관련한 소관 기관의 자료 검증이 완료된 후에 행정안전부가 취합해 주민 관심 분야 또는 주민 생활과 관련된 지표, 자치단체의 주요정책에 관련된 지표를 주기적(연1회)으로 공개하도록 돼 있다. 현재 복지·행정·안전·환경 등 7개 분야 202개 행정지표를 운영 중이다. 
 
한국CSR연구소가 광역 및 기초 지자체의 지속가능성 성과(인구·배려·건강·문화·복지·안전(구난)·사회기반·환경·재정 및 거버넌스)를 측정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채택한 지표 중 ‘내고장 알리미’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77개 지표(생산소비 3개·인구 4개·고용 4개·배려 4개·건강 2개·주택 2개·문화 3개·교육 8개·복지 4개·안전 17개·환경 9개·재정 및 거버넌스 17개)다. 이중 40%인 31개(인구 1개·고용 2개·배려 3개·건강 2개·복지 2개·안전 12개·환경 8개·재정 및 거버넌스 1개)의 자료가 2017년 자료로 업데이트 되지 않았으며, 잘못된 수치가 반영됐거나 단위가 잘못돼 있는 자료가 77개 중 10개(13%)였다.
 
업데이트 지연 및 오류 자료 가운데 둘 다 해당하는 자료는 5개(6%)였다. 결과적으로 한국CSR연구소가 찾아본 자료 77개의 47%에 해당하는 36개가 최신이 아니거나 오류 자료였다. 수치나 단위가 잘못된 자료는 시스템 서비스개선에 대한 개별적 제안을 통해 일부는 수일이 걸려 수정됐다. 일부는 아직 수정되지 않고 있다. 
 
두 곳의 통계자료 모두 전체가 아닌 일부를 확인했으므로 전체 자료를 문제 삼기는 무리가 있다. 만일 연구소에서 직접 확인한 자료 외의 모든 자료가 정확하고 최신자료로 업데이트 돼 있다고 가정한다면 KOSIS는 약 4%, ‘내고장알리미’는 약 18%의 자료에 문제가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일반 국민의 통계적 상식으로도 4~15%는 쉽게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물론 우리나라 국가 통계자료의 특성상 단일 기관이 아닌 여러 기관에서 자료를 조사, 취합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오류가 생기고 공표시기가 늦춰질 수는 있다. 그러나 현재 오류 및 지연 수준이 ‘불가피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이 대목에서 통계의 신뢰성 및 이용자 만족도를 제고하고자 하는 국가통계 기본원칙 중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도록 작성돼야 한다’는 조항을 떠올리게 된다.  
 
국가통계의 기본원칙 중 ‘개인이나 법인단체 등의 비밀에 속하는 자료는 통계목적으로만 사용돼야 하고 엄격히 보호돼야 한다’는 조항은 2017년 시행된 개인정보보호법의 영향이 크다. 이 때문에 2016년 이전에 접근 가능했던 많은 자료들이 2017년 이후에는 공익 목적이나 연구 목적으로라도 접근이 불가능해졌다. 예를 들어 현재 우리나라 기업의 ‘중앙노동위원회 위반건수’, ‘법원판결 건수’, ‘공정거래법 위반 건수’ 등의 자료에는 거의 접근할 수 없다. 개인정보보호법에 입각한 국가통계의 기본 원칙을 따랐다고 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사실상 공적 기관인 기업의 정보를 사회가 알 수 없게 한 것은 아쉬움이 크다. 
 
의아한 것은 개인이나 법인단체 등의 비밀에 속하는 자료로 보기 힘든 ‘지역별 온실가스배출량‘ 정보가 개인정보보호법 시행 이전인 2016년 이전부터 자료파악이 힘들어졌다는 사실이다. 
 
인류의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핵심 영역인 환경의 중요성은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 등을 통해 국제적으로 공유되고 었다. 우리나라도 UNFCC 가입국으로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국가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가온실가스정보는 2010년부터 환경부의 온실가스종합센터에서 관리하고 있다. 2013년 지역별 온실가스배출량 정보까지는 재정고(현 행정안전부의 재정정보시스템)에 공개됐으나 2014년 이후의 지역별 배출량 정보는 어디서도 확인할 수 없었다. 다만 교통부문 온실가스관리 시스템(KOTEMS)의 물류산업(도로·철도·항공·해운)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과 한국에너지공단의 산업부문별 온실가스 배출량 중 광업, 제조업부문에 지역별 자료가 있어, 지역전체의 수준을 유추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우리나라의 기후변화대응 및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 등을 총괄하는 환경부에 질의한 결과 2014년 이후의 지역별 온실가스 배출량 정보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비공개 자료로서 지역별 온실가스 배출량 정보는 2018년 11월말 현재 2016년 자료까지만 파악됐다고 한다. 
 
2014년 이후 지역별 온실가스 배출량 정보를 공개하고 있지 않은 이유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UNFCC의 요구사항에 국가 단위별·가스별·배출원별·산업별 온실가스 배출량 정보 외의 지역별 배출량 정보는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2013년까지 재정정보시스템에서 공개된 지역별(광역 및 기초지자체별) 배출량 정보가 있었고 현재 에너지 관리공단에서도 제조업, 광업부문에서의 지역별 배출량정보를 공개하고 있다고 하자 이 관계자는 “환경부에서도 지역별 배출량 정보를 2016년도 자료까지는 파악하고 있으나 공개가 불가하다”고 말했다. 
 
공개불가 이유에 대해서 ‘필요사항’이 아니라는 처음 답변과 다르게 이 관계자는 “지역별로 온실가스 배출량 정보를 공개하고자 할 때 온실가스 배출량을 정확하게 계산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우며 자료 공개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지역 산업체들의 반발 및 지역주민들의 동의를 얻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그는 “예를 들어, 울산광역시의 경우 지역 특성상 산업체들이 많이 분포하기 때문에 온실가스 배출량이 다른 지자체보다 많이 나오게 되면 그 지역 기업들의 반발이 예상되고 지역주민 또한 개인재산권 침해를 우려해 정보공개를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환경부 담당자의 예상과는 달리, 꼭 상대적으로 산업체수가 많다고 총배출량 및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게 나오지는 않았다. 
 
환경부 관계자의 답변이 공식적으로 준비된 것은 아니었음을 감안하더라도 온실가스 감축이 국가적인 의제로 추진되는 상황에서, 논리적으로 맞지도 않고 근거가 희박한 이유로 관련 정보를 비공개로 유지하고 있는 상황은 납득하기 힘들었다. 또한 행정안전부의 온라인 시스템개선 창구와 달리 환경부나 온실가스 종합센터에는 시스템개선 제안창구가 보이지 않았으며 자료공개청구나 다른 경로를 통한 개선제안밖에는 개선 방법이 없다는 사실에 ‘첨단’ 의제를 취급하는 부처의 낙후성에 답답함을 느꼈다. 
 
환경·안전·사회통합·배려 등 새롭게 주목받는 부문의 통계 자료는 인구·교육·경제·재정 등 그동안 중요시된 부문의 자료와 비교해 지속가능발전 측면에서 결코 중요성이 떨어지지 않는다. 현재 우리나라의 국가 통계시스템은 아직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을뿐더러 조금 심하게 말해 국가통계기본원칙마저 저버리고 있다. 개별기관의 통계작성 및 관리 기능과 국가 차원의 집중형 통계 관리 기능이 두루 개선되며 조화를 이뤄야 함은 상식이다. “조사 없이 개선 없다”는 통계의 금언은 “‘정확한’ 조사 없이 개선 없다”로 읽혀야 한다.
 
이윤진 한국CSR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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