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1990년 일본에서 발간된 작가 키시로 유키토의 ‘총몽’(GUNNM)이 스크린에 옮겨진다. 전 세계 상업 영화에 ‘3D’란 코드를 이식시킨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필생의 역작’이라고 부를 정도로 이 작품의 영화화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한다. 다음 달 전 세계에 개봉하는 ‘알리타: 배틀엔젤’은 원작 ‘총몽’ 1부에서 등장하는 ‘이드’와 ‘갈리’의 관계, 공중도시 ‘쟈렘’과 고철도시의 관계, 그리고 인간 소년 유고와 갈리의 관계, 여기에 흉측한 괴물 사이보그 ‘마카쿠’와의 대결, 그리고 원작 속 주인공 갈리가 정체성 혼란 극복을 위해 선택했던 스포츠 ‘롤러볼’ 장면이 영화에도 공통적으로 등장한다.
7일 오전 서울 용산CGV에선 ‘알리타: 배틀엔젠’ 풋티지 상영 및 프레젠테이션에서 앞서 언급된 5개의 시퀀스 영상이 본편 개봉 전 국내 언론에 공개됐다. 사이버펑크 장르의 걸작으로 불리며 국내에도 두터운 마니아층을 보유한 ‘총몽’의 첫 스크린 실사 영화가 과연 원작을 어느 정도 이어 받았을까.
♦ 그로테스크한 디스토피아적 세계관
원작을 스크린에 옮긴 영화들이 공통적으로 고민하고 지적 받는 부분이다. 원작을 고스란히 실사로 옮기는 것과 그것을 기반으로 재창조된 또 다른 세계관을 그려내는 지점에 대한 고민이다.
이날 공개된 풋티지 영상 중 가장 눈길을 끈 장면은 원작에선 보지 못했던 푸른 자연 경관이다. 원작은 아주 먼 미래를 배경으로,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심오한 질문을 던진다. 결과적으로 생명에 대한 관점을 그리는 작품이다. 원작에서 완천체의 생명으로 등장하는 ‘생명’은 거의 없다. 배경 조차 황량하고 매마른 공간 뿐이다. 생명이 존재하지 않는 세계 속에서 생명의 근원을 질문한다.
반면 영화에선 황량한 벌판을 뒤로 하고 푸르게 우거진 숲이 등장한다. 거대한 호수도 있다. 각본과 제작을 맡은 제임스 카메론과 연출을 맡은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의 세계관 해석을 엿볼 수 있는 지점이다.
이날 현장에 참석한 김기범 웨타디지털 CG감독은 “카메론 감독과 로드리게즈 감독 모두, ‘알리타’의 세계관을 어두운 디스토피아적 관점으로 그려나가고 싶어하진 않은 것 같다”면서 “멸망한 세계관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살고 있는 그런 공간을 원했고 그렇게 의견을 주고 받으며 비주얼 콘셉트를 잡아갔다”고 전했다.
때문에 원작 자체의 기괴할 정도의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는 영화에선 의외로 밝고 경쾌한 느낌으로 변주가 됐다.
영화 '알리타: 배틀 엔젤' 스틸.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 갈리? 알리타? 이질적 비주얼
원작 속 주인공 ‘갈리’는 소녀다. 인종을 구분하기 힘들다. 그저 동양권의 인종 정도로 구분된다. 영화 속 ‘알리타’ 역시 인간이다. 굳이 따지자면 서양보단 동양 쪽에 가까운 혼혈 인종으로 보인다. 원작이나 영화 모두 몸 전체의 대부분이 기계인 사이보그다. 이를 위해 영화는 최첨단 CG기술을 동원했다.
‘알리타: 배틀엔젤’의 CG를 총괄한 김기범 CG감독은 이 영화의 주인공 ‘알리타’ 캐릭터에 대해 “배우 자체를 완벽히 구현해서 작업한 게 기존 CG 캐릭터와 차이점이다”면서 “화면에 보면 실제 배우인 로사 살라자르의 감정 표현을 스캔했다. 스캔하고 나서 바로 쓸 수는 없었다. 모든 근육 하나하나 움직임을 분석한다”고 전했다. 이어 “수백 개 표정을 스캔하고 분석하고 작업했다”면서 “배우의 치아와 잇몸까지 스캔 작업했다”고 진일보한 기술력이 덧붙여 졌음을 전했다.
이 영화의 마이크 코젠스 애니메이션 감독도 덧붙였다. 그는 “알리타가 우선 눈이 엄청 크다. 눈을 키우고 다른 표정과 균형적으로 표정을 구현할 수 있느냐를 고민했다”면서 “일종의 ‘퍼포먼스 캡처’란 것인데 몸의 움직임 뿐만 아니라 대화와 생각할 때의 표정까지 구현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아마도 전 세계 최초일 것이다. 이번 영화에선 머리카락 한 올, 피부, 모공까지 모션캡처로 잡아냈다”면서 “이번 영화를 보면 눈동자 클로즈업이 많다. 눈동자 홍채의 섬유질까지 표현하려 노력했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영화 '알리타: 배틀 엔젤' 스틸.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 지하세계 결투 장면
‘총몽’을 좋아하는 마니아라면 원작 1부에 등장한 애벌레 괴물 사이보그와의 대결이 가장 인상적일 것이다. 바로 ‘마카쿠’ 캐릭터와의 대결이다. 한쪽 손의 손톱이 길게 늘어나는 무기를 장착하고 싸우는 괴물 사이보그다. 이 캐릭터는 흉측한 외모와 더불어 비참한 스토리를 더하고 있어서 원작 마니아들의 애잔함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영화에선 ‘아목’이란 캐릭터로 변주된 모양이다. 원작 속 1부 초반 ‘이드’의 헌터 워리어 정체가 드러나는 계기가 된 스토리 지점과 ‘마카쿠’ 스토리가 결합돼 새로운 얘기로 탄생돼 영화 속 한 부분을 차지한다.
영화의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에 구체적인 언급은 불가하지만 앞서 카메론 감독과 로드리게즈 감독이 언급한 ‘반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에 대한 해석으로 보인다. 이날 공개된 풋티지 영상에선 원작 속 파괴적이고 기괴한 느낌보단 기술력의 진일보만을 선보이는 테크니컬적인 비주얼로만 장식돼 아쉬움을 자아냈다.
영화 '알리타: 배틀 엔젤' 스틸.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 그밖에 기대 포인트 무엇?
원작 속 ‘광전사 바디’, ‘갈리’가 사용하는 고대 무술 ‘기갑술’, 그리고 공중도시 ‘쟈렘’의 비주얼 쇼크, ‘총몽’ 세계관 최종 빌런 ‘닥터 노바’에 대한 등장과 해석이다.
원작은 워낙 방대한 스토리, 그리고 특징적인 세계관, 각각의 캐릭터가 안고 있는 스토리의 깊이가 다르다. 더욱이 원작 자체가 담은 메인 메시지 ‘인간은 무엇인가’에 대한 해석 자체가 두 시간 분량의 영화로 담기엔 불가능에 가깝다.
5개의 시퀀스, 총 1시간 분량의 이날 공개된 영상은 원작 ‘총몽’ 마니아라면 기대와 실망의 경계선을 느낄 듯하다. 다음 달 개봉하는 완전체 ‘알리타: 배틀엔젤’의 완성도와 기술적 충격이 어느 정도일지는 두고 봐야 할 듯 하다. 분명한 것은 워낙 강렬하고 두터운 팬층을 확보한 일본 사이버펑크 SF걸작이 원작이란 점이 상당한 부담감이 될 것이란 점이다. 2월 국내 개봉.
김재범 기자 kjb517@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