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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 반도체 업황 둔화에도 자신감 드러내는 이유
하반기 반도체 수요 회복에 기대…시설투자로 초격차 경쟁력 지속
2019-01-16 22:00:00 2019-01-16 22:00:00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반도체 업종에 대한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지만, 정작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4차 산업혁명의 도래와 함께 장기적인 메모리 반도체의 수요가 견고하다는 판단에서다. 당장 올해 상반기는 어렵겠지만 내년부터는 다시금 시장이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의 위기를 초격차 경쟁력으로 넘기고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시설투자로 미래를 대비하겠다는 방침이다. 
 
반도체 슈퍼호황의 주인공이었던 D램의 상반기 시장은 예상보다 더 어려운 상황이다. 16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는 올해 1분기 D램 가격 하락률이 기존 예상인 15%보다 가파른 20%에 가까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D램익스체인지는 “1월 중 8GB 모듈 평균 고정 거래 가격이 전월 대비 10% 이상 하락할 것이며 2월과 3월에도 계속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도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는 삼성전자가 1분기 반도체 사업에서 영업이익 5조7140억원을 낼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50.5% 감소한 수치다.
 
15일 '2019 기업인과의 대화' 행사 이후 산책을 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이재용 부회장(앞줄 왼쪽에서 두번째)과 문재인 대통령. 사진/뉴시스
 
정부의 고민도 깊다.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어제 이야기를 들어보니 반도체 시장이 알려진 것과는 달리 희망적이더라. 그동안 반도체 값이 이례적으로 높았던 것이지, 반도체 수요는 계속해서 늘 것이라고 말하더라. 그래서 반도체 투자, 공장증설 들은 계속될 거라고 한다. 이 문제에 대해서 경제수석이 챙겨보라”고 말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반도체 경기가 ‘희망적’이라는 표현을 쓰기는 했지만 실제 청와대 내부에서는 반도체 수출 및 투자 위축에 대한 위기감이 상당한 것으로 읽힌다. 반도체는 국내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1위 수출 품목으로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D램 가격이 하락하자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쏟아질 정도로 우리 경제의 성적표를 좌우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이낙연 국무총리에 이어 문 대통령의 만남에서도 반도체 사업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지난 10일 이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하반기부터 시장이 회복될 것”이라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에게는 “이제 진짜 실력이 나오는 것”이라며 “기업이 성장을 하려면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해야한다고”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에 전년 같은 기간보다 영업이익이 28% 하락하는 어닝 쇼크를 겪었지만 실적 회복에 자신감을 내비친 셈이다.
 
이 같은 자신감의 배경에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 회복 가능성이 자리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올해 하반기부터 가상물리시스템(CPS), 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과 관련한 투자가 늘어나기 때문에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AI반도체 시장이 2021년이면 300억달러 내외까지 형성돼 전체 반도체 시장의 약 6%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가트너는 올해 하반기에는 투자가 주춤했던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수요도 회복되며 내년에는 시장 매출이 5280만달러로 올해보다 8.1%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자율주행차 수요도 마찬가지다. 2025년에는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한 5단계 자율주행 기술 보급이 확대되면서 메모리 반도체 탑재량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5단계 자율주행차에는 통상 1대당 평균 74기가의 D램과 1테라바이트의 낸드플래시가 탑재된다. 
 
삼성전자는 미래를 대비한 투자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보다는 다소 투자규모가 줄어들지 몰라도 올해 10나노 중반대 D램 공정 이전과 신제품 개발 등에 80억 달러(약 9조원)를 투자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중국 시안에 있는 낸드플래시 공장 제2라인도 이르면 하반기, 늦어도 2020년부터는 양산에 들어갈 방침이다. 비메모리 분야로 포트폴리오를 넓히기 위해서 경기도 화성시 반도체 캠퍼스에도 6조원 이상을 쏟아 부어 극자외선(EUV) 전용 공정을 구축하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업황이 좋지 않은데도 삼성전자가 생산설비 증설을 미루지 않는 것은 중장기적인 반도체 수요 증가에 대비하고 중국 업체등 후발주자들과의 격차를 더욱 벌리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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