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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업계가 흔들린다)"애플 너 마저"…혁신 대명사는 어디에
노키아 전철 밟을 수도
연쇄 쇼크…글로벌 스마트폰 위기 직면
2019-01-18 06:00:00 2019-01-18 06:00:00
[뉴스토마토 권안나 기자] 애플이 새해 벽두부터 전 세계에 충격파를 가했다. 애플이 지난해 4분기 매출 전망치를 대폭 낮추면서 시장에 '쇼크'를 안겼다. 애플의 실적 부진에 대해서는 해석이 분분하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시장에서의 판매 부진을 주된 이유로 설명했지만, 과거의 혁신을 잃었다는 점도 꼽힌다. 문제는 이 같은 애플의 쇠락이 애플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스마트폰 시장에 드리워진 안개는 차후에도 걷힐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쿡 CEO는 지난 2일 투자자들에게 발송한 서한에서 2019년 첫 회계분기(한국 기준 2018년 4분기) 매출 전망치를 당초 890억~930억달러에서 840억달러로 4~10%가량 낮췄다. 이날 애플 주가는 하루 만에 10% 가까이 폭락했다. 쿡 CEO는 애플의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중국을 꼽고, "중국 내 통신사 보조금 혜택이 줄어든 데다 달러 강세가 지속되고 있고, 재작년 말 배터리 교체 가격을 대폭 인하하면서 새 모델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표면적으로 보면 애플의 실적 부진의 원인이 중국이라는 쿡 CEO의 설명은 틀리지 않았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5년 애플은 중국 시장에서 11.3%로 점유율을 차지하며 최대치를 기록한 이후 다음해부터 하락세를 지속해 지난해에는 7.7%의 점유율에 그쳤다. 애플의 전체 매출에서 중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20%나 되는 만큼 중국에서의 부진이 전체 실적에 악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분쟁이 장기화되고 중국 내 반미 감정이 확산되면서 올해에도 실적 하락 기조를 면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본질적인 원인은 '혁신의 부재'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애플은 자체적인 플랫폼 내에서 열광적인 팬덤을 형성해왔지만 더 이상의 차별성이 사라졌다는 평가가 절대적이다. 이 같은 기조는 애플의 창업자이자 혁신의 대명사 고 스티브 잡스 CEO의 사망 이후 불거져 나오기 시작했다. 잡스 전 CEO는 "스마트폰은 한 손으로 쓸 수 있어야 한다"며 3.5형 크기의 아이폰을 고집했다. 경쟁사들이 대형 화면을 내세우는 과정에서도 애플의 팬들은 작은 화면에 지지를 보냈다. 하지만 잡스 사망 이듬 해인 2012년부터 애플은 화면의 크기를 키우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한 발 더 나아가 경쟁 모델인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9(6.4형) 보다 더 큰 화면의 6.5형 아이폰Xs 맥스를 내놓기도 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가전 업체들은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9에서 애플의 '아이튠즈 무비&TV쇼'와 '에어플레이2'를 탑재한다고 발표했다. 애플의 소프트웨어가 자사 플랫폼안에 머물던 원칙도 소리소문 없이 증발했다.
 
애플의 '혁신 부재'를 놓고 단순히 애플만의 문제로 봐서는 안된다는 시각도 있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침체와 교체 주기 증가 등의 악재가 겹친 상황에서 위기를 통감한 결과라는 해석이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혁신' 보다는 '대세'가 최선의 선택일 수 있다는 것. 최근 애플에 이어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지난해 4분기 시장의 예상치를 크게 하회하는 잠정 실적을 발표한 것도 이 같은 환경과 무관하지 않다. SA에 따르면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0년만에 처음으로 하락세로 돌아선 스마트폰 출하량은 올해에도 14억3200만대로 전년 대비 0.6% 줄어들 전망이다. 5G·폴더블폰 등의 신규 시장 개화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도 2년 연속 역성장이 이어지는 셈이다.
 
글로벌 금융투자기관 골드만삭스는 애플을 몰락한 스마트폰 제조업체 노키아와 비교하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로드 홀 골드만삭스 연구원은 "2007년말 노키아의 쇠락에서 볼 수 있는 건 소비자들 사이에서 당시 기존의 휴대전화에 대한 교체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었다는 것"이라며 "이미 소비자 시장에서 거의 완벽하게 침투해 있는 애플과 같은 기업은 지금의 중국처럼 거시경제가 둔화하기 시작하면 교체 수요가 지속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안나 기자 kany87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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