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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이지 않는 '혐오표현' 논란…"규제체계 마련해야"
혐오 의심 사이트, 불법정보 70% 이상돼야 폐쇄 가능
2019-01-23 15:01:09 2019-01-23 15:02:00
[뉴스토마토 김동현 기자] 온라인 커뮤니티의 '혐오표현' 게시물을 놓고 논쟁이 과열되고 있다.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의견부터 사회 논란을 일으킨 사이트를 폐쇄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치 중이다. 상반된 주장이 오가는 가운데 혐오표현에 대한 구체적 정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전혜선 방송통신위원회 인터넷윤리팀장은 23일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워마드를 해부한다' 토론회에서 "혐오표현에 대한 전반적인 규제체계를 담은 법이 없는 상황"이라며 "혐오표현을 정의하고 규제할 법적 근거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혐오표현이란 △차별적 괴롭힘 △차별표시 △멸시·모욕·위협 △증오선동 등을 조장하는 표현을 말한다. 혐오표현 게시물이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워마드 등 특정 이념을 주장하는 사이트에서 유포되고 있지만 실질적인 처벌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전 팀장은 게시물 유포자나 운영자를 처벌하기 위한 규제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간 독립기구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사이트에 게시된 불법정보를 심의하고 시정 요구를 하는 중이다. 시정요구 중 하나로 사이트 '이용해지, 접속 차단'을 요구한다. 그러나 방심위가 정의하는 불법정보에 혐오표현은 규정되지 않았다. 방심위는 온라인에 유통된 △음란물 △명예훼손 △사이버스토킹 △도박 등을 불법정보 게시물로 규정한다. 혐오표현 가운데 일부가 불법정보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불법 게시물이 전체 게시물의 70% 이상을 차지해야만 이용해지나 사이트 접속 차단을 요구할 수 있다.
 
인력난으로 인한 한계점도 있다. 방심위에 소속된 통신심의국의 인력은 69명에 불과하다. 온라인상 불법 정보 게시물을 모니터링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규모다. 경찰의 의뢰나 피해 당사자 요청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커뮤니티 운영자가 방심위의 시정요구에 불응할 경우 제재할 수 있는 규정도 없다. 또한 해외에서 서버를 운영하는 사이트는 접속 차단을 강제하지 못하고 있다. 토론회를 주최한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은 "'불법게시물 70% 이상' 규정 없이도 특정 이념을 조장하는 사이트를 폐쇄할 법안을 준비 중"이라며 "이념을 쫓는다는 이유로 폭력을 동반하는 커뮤니티를 몰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혐오표현을 규정하는 과정에서 그 범위를 어느 선까지 할지에 대한 한계점은 있다. 특정인이나 특정집단의 특정 직책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표현은 명예훼손죄를 적용할 수 있다. 그러나 '한남충', '맘충'과 같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표현에는 명예훼손죄를 적용하지 못한다. 노영희 변호사는 "현재는 불특정 다수에 대한 명예훼손에 죄를 물을 수 없지만 문제점을 인지하고 발전된 논의로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네이버·카카오 등 인터넷 사업자가 모인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는 정책규정에 따라 혐오표현 게시물을 제한 중이다. KISO 정책규정에 따르면 KISO 회원사는 지역·장애·인종 등으로 규정해 특정 집단을 대상으로 한 혐오표현 게시물을 알게 될 경우 삭제 조치 등을 취할 수 있다. 구글·페이스북 등 해외 사업자들은 자체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을 정해 이용자가 준수하도록 한다. 이들 국내외 사업자들은 위반 사항에 대한 신고 등을 통해 위반 게시물을 적발한다.
 
23일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워마드를 해부한다'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김동현 기자
 
김동현 기자 esc@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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