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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극한직업’ 류승룡, 되돌아 온 ‘충무로 흥행 수표’
“‘날 생각하고 쓴 시나리오인가’ 착각할 정도로 대사 입에 붙어”
세대 아우르는 웃음 코드 잡아낸 이병헌 감독…“이 감독, 천재”
2019-01-24 00:00:00 2019-01-24 00: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충무로 흥행 보증 수표였다. 하지만 그에겐 부도 수표란 낙인도 함께 찍혀 있었다. 출연만 하면 흥행은 따놓은 듯 연이어 극장가 박스오피스 1위를 찍어댔었다. 그것도 약발이 다했는지 얼마 뒤부턴 연이어 바닥을 맴돌았다. 류승룡은 그렇게 천당과 지옥을 오가며 자신의 존재감이 스크린에서 잊혀지는 경험을 해왔다. 그래도 썩어도 준치란 말이 딱 들어맞았다. 코미디 연출에 일가견이 있는 이병헌 감독은 영화 극한직업시나리오 연출을 제안 받은 뒤 주인공 고반장역에 무조건 류승룡을 떠올렸단다. 스태프 누구도 이견을 달지 않았단다. 영화 개봉 전 온라인에 공개된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이것은 갈비인가 통닭인가~’란 영화 속 류승룡의 대사가 유행어가 돼 버렸다. ‘극한직업제목처럼 그는 극한의 인기 롤러코스터를 경험했다. 이제 그는 치고 올라갈 일만 남았다. ‘극한직업의 말 맛 코미디는 류승룡으로부터 시작된다.
 
배우 류승룡. 사진/CJ엔터테인먼트
 
언론시사회 며칠 뒤 서울 광화문 인근 한 카페에서 류승룡과 만났다. 프로 목수를 능가하는 목공예 전문가답게 그는 직접 만든 멋들어진 나무 명함꽂이를 선물로 내놨다. 평소에도 주변에 손수 만든 목공예품을 나눠준다는 그다. 사실 고마운 것도 있었지만 표정이 많이 달라져 있었다. 예전에도 참 밝은 표정으로 기자들과 만나던 류승룡이었다. 하지만 이날은 무언가 더 환한 느낌이었다.
 
올해 제가 5학년 진급을 했잖아요. 하하하. 글쎄요. 뭔가 더 여유롭게 세상을 바라보게 됐다고 할까요. 영화도 참 즐거웠고. 이젠 모든 게 다 즐거워요. 사실 제가 좀 타율이 안 좋았잖아요. 하하하. 죄송했죠. 그런데 극한직업을 받고 우선 제가 너무 웃었어요. 대사 조차 이거 혹시 날 생각하고 쓴건가라고 할 정도로 입에 쫙쫙 붙더라고요. 장진 감독이랑 오랫동안 코미디를 했었기에 코미디가 낯선 장르도 아니었는데 그동안 충무로에 코미디가 거의 없었잖아요. 너무 반가웠고, 스스로 힐링도 됐어요.”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다. 류승룡의 코미디 감각은 남다르다 못해 경지에 오른 수준이다. 일단 코미디의 리듬감을 귀신 같이 잡아 낸다. 계산이 아니라 본능적인 느낌이다. ‘극한직업의 경우 대사가 일단 많다. 또한 엇박자의 리액션도 상당히 많다. 때문에 웬만한 감각이 아니라면 쉽게 볼 수 있는 콘셉트는 아니었다. 물론 류승룡에겐 맞춤형 수트처럼 딱 맞았다.
 
배우 류승룡. 사진/CJ엔터테인먼트
 
아이고(웃음). 제가 잘했다기 보단 설계도가 아주 견고했어요. 그 탄탄함에 이병헌 감독의 세공이 더해졌으니 더할 나위 없었죠. 사실 애드리브도 거의 없었어요. 굳이 따지자면 전체의 10%도 채 안될거에요. 애드리브라고 생각되는 부분이 실제 시나리오에 있는 대사이니. 하하하. 후시 녹음에서 몇몇 애드리브 대사를 했는데 별로다라고 스스로 자괴감이 든 것들이 몇 개 있었죠. 근데 감독님이 그걸 살려주셨더라고요. 하하하. 저한테 선물 주신거죠.”
 
극한직업같은 코미디의 경우 함께하는 배우들과의 호흡이 1차적으로 우선이다. 상대방의 연기를 받아주는 리액션이 좋아야 한다. 이런 점은 적절한 타이밍이 떨어지면 웃음으로 발산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일종의 갑분싸’(‘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진다란 뜻의 인터넷 용어)로 이어질 수 있다. ‘극한직업에는 너나 할 것 없이 코미디 선수들이 주연부터 조연 그리고 특별출연까지 포진해 있었다.
 
그냥 선수들이 다 모였으니 대단했죠. 하늬가 먼저 다 내려 놓고 달려드니 안 웃고는 못 버텼죠. 하하하. 선규는 범죄도시의 모습을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사랑스러운 모습이었어요. 동휘는 정말 웃긴 배우인데 오히려 진지한 모습을 선보여서 더 웃겼죠. 공명이는 이제 배우로서의 시작점에 있는 막내가 너무도 파이팅 넘치게 해줬어요. 여기에 신하균 오정세 신신애 김의성 김종수 등. 이런 조합이 앞으로도 가능할까요. 하하하.”
 
배우 류승룡. 사진/CJ엔터테인먼트
 
가장 궁금했던 점은 이병헌 감독의 선택이었다. 류승룡이 출연을 결정했지만 연출을 맡은 이병헌 감독은 처음부터 고반장역에 류승룡 외에는 다른 배우 섭외를 후보군 조차 생각하지 않았다고 한다. 배우 입장에선 최고의 찬사다. 류승룡 역시 이 같은 얘기에 쑥스러워하면서 고맙고 또 인터뷰 순간까지도 궁금하다고 했다. 일단 류승룡과 이 감독은 그 이전에 일면식도 없었던 사이였단다.
 
우선 저도 놀랐죠. 나중에 들었지만 대체 왜 나였지란 궁금증은 지금도 있어요. 뭐 그걸 왜 저였어요?’라고 묻기도 그렇잖아요. 하하하. 배우라면 이 감독과 작업 하기 싫은 사람이 있을까요. 워낙 코미디란 장르에 통달해 있는 분이니 궁금했죠. 진짜 철저했어요. 현장에선 달리 디렉션도 없었어요. 그게 처음부터 준비를 철저하게 하고 현장에 오시니 그런 거죠. 코미디란 게 세대 별로 터지는 지점이 사실 다 달라요. 그런데 극한직업은 그 세대 전체를 아우르는 지점이 있어요. 그걸 다 계산을 한 거에요. 감독님이. 완전 천재죠(웃음).”
 
코미디에 일가견이 있던 류승룡이지만 사실 그의 극한직업출연은 좀 의외로 느껴지기도 했다. 워낙 선 굵은 연기를 해왔던 그다. 지난 해 염력‘7년의 밤두 편의 영화가 개봉했지만 두 편 모두 흥행에서 참패를 했다. 때문에 충무로에선 류승룡도 끝났다는 말도 심심치 않게 들려왔었다. 결과적으로 스스로의 절박함이 이 영화를 선택하게 된 계기가 있었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었다.
 
배우 류승룡.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전 데뷔 때부터 항상 절박했어요(웃음). 배우들은 다 그럴 거에요. 모든 작품에 절박함으로 매달리고 임하고. 뒤를 보지 않고 앞에 있는 절벽 아래를 내려다 보며 그 작품에만 매달리는. 요령 피우지 않고 충실하게 정공법으로 가자는 게 지금도 저의 마음이에요. 이번 영화 역시 저를 포함해 모두가 절박하게 매달렸어요. 뭐랄까 기분 좋은 절박함? 배우들은 작품 속에서 이기적으로 혼자 도드라져 보이려는 본능이 있어요. 반면 프로의 감성으로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려는 마음도 있고. ‘극한직업은 모두가 후자의 생각이었을 거에요.”
 
극한직업개봉을 앞두고 영화 관계자들과 예비 관객들 사이에선 류승룡의 완벽한 부활이란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그는 인터뷰 순간에도 영화 속 유명 대사가 돼 버린 지금까지 이런 맛은~’을 선보이며 웃음을 안겨줬다. 한동안 침체기에 빠졌던 류승룡은 이제 다시 한 번 충무로 대세로 우뚝 설 일만 남은 듯 보인다.
 
배우 류승룡. 사진/CJ엔터테인먼트
 
하하하. 부활이요? 제가 무슨 예수님이에요. 하하하. 글쎄요. 지난 두 작품 성적이 안 좋았던 건 사실이고. 코미디는 내 아내의 모든 것‘7번 방의 선물이후 7년 만인가. 류승룡이 변신했다란 것은 안 맞는 것 같고요. 그냥 이렇게 말씀드릴께요. 제가 정성스럽게 준비를 한 음식을 관객 분들에게 대접하는 것뿐 이에요. 맛있게 드셔 주시면 고맙죠. 그냥 오셔서 보시고 막 웃으시면서 즐기시고 가볍게 집에 가시면 더 할 나위 없는 칭찬이 될 것 같아요.”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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