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토마토칼럼)기준을 바꿔야 한다
2019-01-27 20:00:00 2019-01-27 20:00:00
 
한국은행이 지난 24일 '2019년 경제전망'을 내놓고 올해와 내년 한국경제의 성장률이 2.6%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2년 연속 3%대 성장이 불발된 것은 분명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세계 성장세 둔화와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강화, 미·중 무역분쟁 등의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2%대 중후반의 성장을 이룬다면 그래도 선방했다는 평가를 할 수 있다.
문제는 시장 분위기다. 지나친 낙관론은 자만을 불러 돌발적 상황의 대처 능력을 떨어뜨리고 위기를 키운다는 점에서 분명 경계해야 한다. 반대로 지나친 비관론은 경제 심리를 위축시키고 상황 판단의 왜곡을 야기한다는 점에서 경제에 '독'이 될 수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들에게 "시장의 시각은 실제 관측되는 실물경제 흐름보다 좀 더 비관적"이라고 일갈했다. 시장에서 한국 경제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실물 흐름은 그리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지나친 비관론을 경계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고용에 대한 고민은 정부와 국민 모두가 갖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야심차게 '일자리 상황판 설치'를 대통령 지시 1호로 홍보하며 정책의 문을 열었다. 그러나 정작 지난해 고용상황은 '참사'와 '쇼크'의 보도만 이어졌다. 흐름상 고용은 올해와 내년에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한은은 수출 부진에 경고를 보내면서 고용의 경우 신규 취업자수 전망을 14만명으로 잡았다. 지난번 16만명에서 2만명 낮춘 수치다. 제조업 고용은 자동차 업황 부진으로, 반도체와 정보통신(IT)는 성장세 둔화를 악재로 꼽았다.
수년전 매달 20만명대 중후반에서 30만명대를 훌쩍 넘던 취업자수 증가를 기준으로 삼으면 아마도 앞으로는 고용 상황이 좋아졌다는 경제 진단을 내리기 힘들 것이다. 고용 '참사'나 '쇼크'의 상황이 아예 일상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저출산 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는 갈수록 줄어들 것이 분명하다. 4차 산업혁명이 신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 중이고, 경제 활동의 행태도 매우 다양해지고 있다. 고용도 변화의 흐름을 거역하기 힘들다. 예컨대 매달 많게는 수억원의 수입을 올리는 유명 유튜버는 취업자일까. 실업자일까. 애매하다. 과세의 기준으로 보자면 증여세 부과의 근거가 있긴 하지만 고용정책에서 분류하는 취업자와 실업자 영역에서 보면 사실 실업자 쪽으로 무게가 기운다. 분명 1인 미디어 시대에 컨텐츠 제작으로 경제활동을 하고 있음에도 이들은 '백수나 백조'인 셈이다. 
이제 고용시장의 판단 기준을 바꿔야 한다. 단순하게 취업자수 증가폭이 30만명을 넘으면 고용시장이 좋고, 10만명대 이하로 떨어지면 고용시장에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는 식으로 평가해서는 안된다. 갈수록 복잡해지고 다양해지는 경제활동의 행태를 분석해 제시하는 새로운 형태의 고용지수를 개발해야 할 때다. 여기에 실업자 관리는 좀 더 치밀해져야 한다. 에코세대의 노동시장 유입으로 청년실업률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데 세대별 상황을 따로 뗴어놓고 인구 동향과 일자리 미스매칭을 고려한 전략적 처방을 내려야 한다. 나아가 생산성 향상과 고용의 안정을 동시에 구현할 수 있도록 지원도 절실하다. 세상은 급변하는데 경제 판단의 인식만 과거에 머물러 있는 듯 해 답답하다. 
권대경 정책부장 kwon213@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