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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증인’ 김향기, 장애 아닌 성장과 소통 ‘주목’
영화 ‘증인’ 속 자폐 스펙트럼 연기…”나 역시 편견 있었다”
“장애인 가족 지인들에게 상처 주지 않는 게 가장 최우선”
2019-02-14 00:00:00 2019-02-14 00: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이젠 아역이 아니다. 올해 대학 입학을 앞두고 있다. 배우 김향기에 대한 대중들의 기억은 신과 함께시리즈의 덕춘캐릭터가 가장 최근이며 또 가장 어울리는 모습처럼 각인돼 있다. 시계를 조금만 더 앞으로 돌려보자. 2003년 배우 정우성과 함께 한 베이커리CF에 등장한 아기가 있었다. 한 눈에 봐도 예쁘고 또 예쁜 여자 아기였다. 정우성이 건 내는 빵조각을 앙증맞은 손으로 받던 이 아기. 16년 뒤 그 아기가 바로 쌍천만 배우 김향기가 됐다. 3세 때의 김향기였다. 그는 웃음을 터트리며 전혀 기억에 없다고 부끄러워한다. 영화 증인을 촬영하면서 현장에서 함께 한 엄마에게 들어서 알게 됐다고. 물론 이제 김향기는 국내에서 또래 가운데에는 비교 대상이 없을 정도의 내로라하는 연기파 배우가 됐다. 국내 감독들이 가장 사랑하고 또 함께 작업하고 싶어하는 깊은 내공의 소유자가 됐다. 그래서 증인속 자폐 스펙트럼을 앓고 있는 지우캐릭터가 그렇게 사실감 넘치고 현실적으로 다가왔는지도 모른다.
 
배우 김향기.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설 연휴 전 서울 종로에서 김향기와 만나 증인에 대한 여러 가지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장애란 코드가 중심에 들어가 있는 영화이기에 부담감도 있었을 듯싶다. 아니 부담감이 분명히 있었다. 그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출연 결정 계기는 의외로 단순했다. 모든 배우들이 한 결 같이 작품 선택의 기준으로 꼽는 지점, ‘시나리오의 완성도가 첫 번째였단다.
 
완성도가 높았지만 전 이 얘기가 너무 재미있고 가슴이 따뜻했어요. 우선 그동안 장애에 대한 편견은 저 역시도 있었어요. 사실 편견이라기 보단 몰랐죠. 자폐 스펙트럼을 앓고 있는 친구들에 대해. 그걸 잘 알게 됐고, 그런 편견에서 벗어나 좀 더 자유롭게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됐어요. 그런 생각이 드니 가슴이 따뜻해지더라고요. 관객 분들도 이런 경험을 해보시면 좋겠다 싶었죠.”
 
장애 자체가 결국에는 예민한 지점이기에 부담감이 없지는 않았단다. 개봉 이후 그 지점에 대해 논란이 될 수도 있고, 장애인 가족에겐 또 다른 보이지 않는 상처가 될 수도 있을 듯싶었다. 본인 스스로가 출연을 결정하고 선택한 일이기에 그런 지점에서 우선 자신이 상처 받지 않아야 했다. 두 번째는 장애인 가족들이 이 영화를 보고 상처 받지 않아야 했다. 그게 최우선이었단다.
 
배우 김향기.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감독님하고도 정말 많이 대화를 했어요. 우성 삼촌하고도 그 얘기를 가장 많이 했죠. 모두가 상처를 받지 않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그게 첫 번째였어요. ‘증인속 지우와 같은 친구들의 부모님, 또 지우와 같은 친구를 둔 지인 분들. 그분들이 봤을 때 불편함을 느낄 수 없게 해야 한다. 그런 삶을 살고 또 살아오고 함께 자라온 분들이라면 우리가 아무리 조심해도 그 분들에겐 크게 다가갈 수도 있다고 봤어요. 과하지도 그렇다고 부족하지도 않게 했어요. 감독님과 우성 삼촌의 도움이 컸죠.”
 
그렇게 기준점을 잡고 연기한 지우는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아이였다. 조심스럽게 접근했지만 예상 보다 힘들었다. 우선 경험해 보지 못한 세계였다. 배우이기에 경험해 보지 못한 세계와 인물을 만들어 가는 게 숙명이라지만 자폐의 영역은 달랐다. 선입견을 깨는 게 우선이었다. 비장애인으로서 장애의 영역으로 들어가는 지점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분명히 존재하는 영역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저의 얕은 지식이 다 파괴됐었죠. 정말 놀랐던 게 자폐의 영역에선 일상적인 것들의 받아들여짐이 완전히 달랐어요. 시선이나 소리 혹은 그보다 더 미세한 것들에도 자폐는 정말 엄청난 반응으로 당사자에게 오더라고요. 그냥 자료 속 글로만 읽었을 때는 상상도 안됐어요. 그리고 그걸 견디면서 산다는 게 너무 힘들 것 같았죠. 본인이 원해서 그런 게 아닌 데. 비장애인에겐 아무렇지도 않은 일상이 자폐를 앓는 그 친구들에겐 엄청난 고통이 될 수 있단 게 안타까웠어요.”
 
배우 김향기.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김향기가 지우를 만들어 내고 연기를 하면서 중점을 둔 것은 사실 장애가 아니었다. 장애는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일 뿐이었다. 궁극적으론 성장하고 소통하는 감정에 더 중점을 뒀단다. 영화 자체가 소통을 말하고 있었고, 또 극중 순호(정우성)도 내적인 성장을 이뤄낸다. 결국에는 지우도 성장을 하면서 세상에 한 발 더 나아간다. 장애는 그저 하나의 겉모습일 뿐이었다.
 
보여지는 것은 장애잖아요. 하지만 장애인도 비장애인도 그저 겉모습일 뿐이라고 생각했어요. 영화에서도 순호의 결핍, ‘지우의 결핍이 다르지 않다고 봤어요. 그저 장애가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일 뿐이고. 두 사람 모두 세상과의 소통에 문제가 있잖아요. 그 소통이란 지점에 포인트를 주고 서로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성장해 나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봤어요. 그 부분을 관객 분들이 느끼시면 좋겠다고 봤죠. 촬영하면서 저 역시 성장하는 느낌이었고요.”
 
자신만의 세계 속에서 사는 자폐의 특성을 가진 지우를 연기한 김향기에게 증인속 장면은 매 순간이 기억에 남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최고의 명 장면 혹은 기억에서 잊을 수 없는 장면을 꼽자면 영화 속 지우의 자폐가 공개되는 첫 장면이다. 이 장면을 설명하면서 김향기는 기분 좋은, 가슴 따뜻한 느낌의 웃음을 입가에 머금었다. 아직도 지우와 함께 대화를 나누고 있는 듯한 모습의 김향기였다.
 
배우 김향기.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웃음) 학교에서 윤동주 시인의 시를 읽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그 장면이 저의 첫 촬영이에요. 첫 촬영이라 떨리기도 떨렸고, 맞춰 나간 게 없어서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고자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나눴던 기억이 나요. 시나리오에는 책을 보고 시를 낭송하는 거였지만, 현장에서 바꿨어요. 지우는 한 번 본 것은 절대 잊어버리지 않는 포토그래픽 메모리 능력을 지녔죠. 그렇기에 형식상 책을 들고 있고 안 보고 낭송했어요. 지우가 어떤 아이인지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중요한 장면이에요.”
 
올해 3월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 19학번 새내기가 되는 김향기다. 착한 영화로 입소문이 퍼지고 있는 증인을 통해 가슴 따뜻한 2019년의 첫 번째 작품을 선보이게 됐다. 영화가 끝나면 JTBC 새 월화드라마 열여덟의 순간에 출연한다. ‘열여덟의 순간에서 그룹 워너원 출신 옹성우와 연기호흡을 맞춘다. KBS1 드라마 눈길이후 4년 만의 안방 복귀작이라 기대감도 남다르다.
 
드라마 열여덟의 순간촬영 중이에요. 영화만 하다 오랜만에 장편 드라마를 하게 됐죠. 우선 지금은 증인이 잘됐으면 좋겠어요. 그냥 관객들이 많이 봐주시고 제가 느꼈던 가슴 따뜻함을 함께 공감해 주시고 경험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두 시간을 증인에 한 번 투자해 보시면 헛된 시간이 아니었단 걸 분명히 아실 수 있을 거에요(웃음)”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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