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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펀드·개인 구분 없이 주주행동 '봇물' 터졌다
오너·대표이사 해임 요구도…"주주활동 확산 기반 형성"
2019-02-18 08:00:00 2019-02-18 08:00:00
[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등으로 주주권 강화에 대한 인식이 확산하면서 주주행동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주주들의 요구는 사외이사 추천이나 이익 공유를 위한 배당 확대 요구를 넘어 사실상 기업 총수의 해임 수준까지 확대되고 있고 행동의 주체도 기관투자가와 소액주주, 2대 주주 등으로 다양하다.
 
17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다음 달 열리는 삼양식품 정기주주총회에는 '이사 자격정지 정관 변경' 안건이 다뤄진다. 배임이나 횡령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이사를 결원으로 처리하자는 내용으로 삼양식품의 2대주주인 HDC현대산업개발(지분율 16.99%)이 주주제안을 했다.
 
 
이 안은 사실상 전인장 삼양식품 회장과 김정수 사장의 해임을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 회장과 김 시장은 횡령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삼양식품에 우호적이던 HDC현대산업개발의 제안이란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주총에서 통과될지 여부는 미지수지만 백기사였던 2대주주가 오너리스크 해소를 위해 이런 제안을 했다는 것은 후진적 지배구조를 벗어나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를 심각하게 인식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도 한진칼에 HDC현대산업개발과 같은 내용의 주주제안을 한 상태인데 마찬가지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해임을 염두에 둔 조치로 해석된다.
 
삼양식품과 한진칼 외에도 회사의 변화를 요구하는 주주제안이 계속 늘어나는 모습이다.
 
미국계 헤지펀드인 SC펀더멘털은 소주 '좋은데이'로 잘 알려진 무학에 감사 추가 선임과 배당금 인상 등을 담은 주주제안을 했다. 태양과 강남제비스코에도 지배구조개선과 주주 친화 정책 강화를 주문했다. 한솔홀딩스와 네오디안테크놀로지는 소액주주들이 나서서 배당과 신규 이사 선임 등을 제안했다.
 
밸류파트너스와 미래에셋자산운용 등은 서한을 통해 주주환원정책 강화와 재무구조 개선 등을 주문하는 주주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발맞춰 기업들에서도 태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과소배당으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가 예상됐던 현대그린푸드는 배당성향을 두 배로 높였고 한진그룹은 KCGI의 주주제안을 일부 수용해 배당 확대를 포함한 발전 방향을 내놨다. 그랜드백화점은 최근 자산재평가를 했는데 그동안 지속된 주주들의 요구를 받아들인 행보로 해석된다.
 
송치호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대기업 집단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결과를 만들어 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주주행동주의의 흐름이 더 많은 기업으로 퍼져나갈 수 있는 기반이 형성되기 시작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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