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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책임)몽골에서부터 불어오는 봄의 불청객, 황사
미세먼지와 복합적 작용...봄철 대기질 최악으로 만들어
기후변화 시대, '황사'와 '미세먼지' 구분 무의미
2019-03-04 08:00:10 2019-03-04 08:00:10
겨울이 지나고 어느새 봄기운이 짙어지고 있다. 3일 서울의 낮 기온은 15도까지 올랐고 남부지방 완연한 봄 날씨를 보였다. 그러나 날이 풀리자마자 어김없이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렸고 하늘은 잿빛으로 뒤덮였다. 심지어 올봄은 평년보다 황사가 더 많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돼, 대기질은 더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2일, 기상청은 3~5월 기상 전망을 발표하면서 봄철 전체 황사 발생일수가 평년(5.4일)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했다.
 
기상청은 "현재 대부분의 황사 발원지 강수량이 평년보다 적은 분포를 보이는 가운데, 몽골 및 내몽골 고원 지역에 눈이 덮여 있으나, 봄철이 되면 대부분 녹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봄철에 황사 발원지는 황사가 발원하기 좋은 지면 상태로 될 가능성이 높고, 역학기반 황사예측모델에서 평년 수준보다 높은 황사 발생을 예측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악의 미세먼지에 평년보다 긴 황사까지 겹치면서 시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황사 현상과 몽골
 
우리나라의 전국 평균 황사 관측일수는 지난 30년 동안 계속 증가하다 최근 10년 조금 줄어드는 모양새를 보였다. 기상청 기상자료개방포털 자료에 따르면, 1979년~1988년간 황사 평균 발생 일수는 3.54일, 1989년~1998년은 4.82일, 1999년~2008년은 9.5일로 계속 증가했지만, 2009년~2018년은 6.5일에 그쳤다. 
 
최근 10년간 황사 발생이 다소 감소하는 추세로 돌아선 데는 기후변화의 영향이 있다. 김일남 인천대 교수와 윤주은 박사 연구팀이 '지구물리학연구 레터'에서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인해 사막에 있는 황사를 대기로 끌어 올리고 이를 일정 방향으로 날리게 하는 편서풍의 힘이 떨어져 황사 발생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기에 약해진 편서풍이 시베리아 고기압을 차단하는 커튼 역할을 못하면서 시베리아 한파가 몽골 전역과 중국 일부로 오르내려 풍속이 느린 북서풍이 잦아졌고, 입자가 큰 황사가 우리나라에 도달하지 못해 황사 현상이 지난 30년에 비해 줄어든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리나라에 황사가 발생하는 원인은 기후변화의 대표적인 피해국인 몽골의 사막화에서 찾을 수 있다. 몽골은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황사의 주된 발원지로, 현재 심각한 사막화를 겪고 있다. 지난 60년간 세계 평균기온이 0.7도 상승하는 동안 몽골의 기온은 2.1도나 올랐다. 몽골 환경부는 지난 30년 동안 호수 1166개와 887개의 강, 2096개의 샘이 사라졌으며 몽골 전체의 78%에서 사막화와 토지 황폐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몽골의 황사 평균 발생 일수는 2004년~2009년 51.6일을 기록했다. 
 
유엔 사막화방지협약(UNCCD)은 2010년 조사보고서를 통해 사막화의 영향으로 몽골의 동식물종 75%가 멸종했다고 보고했다. 2011년 세계보건기구(WHO)는 몽골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대기 오염이 심각한 나라로 선정했으며, 2016년에는 몽골의 수도인 울란바토르가 온실가스와 사막화의 영향으로 인해 인도의 뉴델리나 중국의 베이징보다 대기오염이 심각하다고 발표했다. 
 
몽골의 사막화는 단지 몽골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렇게 심각한 사막화로 인해 몽골에서 발생한 다량의 모래폭풍이 편서풍을 타고 우리나라로 들어오면서 지난 30년간 우리나라에서의 황사 현상은 계속해서 증가했기 때문이다.
 
전국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진 가운데, 마스크를 착용한 서울 시민들이 거리를 걷고 있다. 사진/뉴시스
 
황사와 미세먼지는 복합적으로 작용해
 
그러나 황사 발생 일수가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미세먼지 농도는 나날이 악화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외출 전 미세먼지 농도를 찾아보고 마스크를 착용하는 일은 일상이 됐으며, 최근에는 3일은 춥고 4일은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린다는 '삼한사미'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황사는 먼지 연무의 일종으로, 주로 동아시아 대륙의 사막과 황토지대에서 일어난 모래 먼지가 온 하늘을 덮고 떠다니며 서서히 하강하는 현상을 말한다. 미세먼지는 지름 10㎛ 이하의 먼지를 의미한다. 황사도 미세먼지에 포함된다. 그러나 황사는 모래 알갱이이기 때문에 건강을 크게 위협하지는 않는다. 즉, 모래 먼지 폭풍인 황사와 화석연료가 연소할 때 나오는 유독물질이나 중금속 등이 대기 중 광화학 반응을 일으켜 만들어지는 미세먼지와는 유해의 정도가 다르다는 소리다. 그럼에도 황사와 미세먼지를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후 변화 시대에 황사와 미세먼지는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기후변화 이전의 황사는 몽골에서부터 편서풍을 타고 바로 한반도에 유입됐지만, 기후변화가 시작되고부터 편서풍은 중국 쪽으로 가게 됐다. 따라서 중국의 석탄화력발전소와 공업단지를 거치면서 화석연료에 의한, 각종 유해물질이 뒤덮인 미세먼지가 된다. 즉, 몽골의 황사가 운반체의 역할을 하고 중국의 오염물질이 이에 실려 온다. 황사와 미세먼지를 따로 나눠 이야기하는 것은 의미가 없지만 우리나라는 황사와 미세먼지를 구분해 말하는 경우가 많다.
 
오기출 푸른아시아 사무총장은 "우리나라 황사 피해의 주요 발원지로 중국의 커얼친 사막과 쿠부치 사막을 꼽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커얼친과 쿠부치의 사막화는 몽골에서 발생한 황사 입자가 바람을 타고 오다가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낙하한 결과일 뿐이기에 여기서 식목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몽골과 중국 사막에 대한 이해 부족"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거리상 한반도와 가깝다는 이유로 중국에 황사와 미세먼지 탓을 돌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황사와 미세먼지의 예보기관이 다르다. 황사 예보는 기상청이, 미세먼지 예보는 환경부가 하고 있다. 기상청은 중국 황사 발원지에 설치한 15개의 관측시설로 황사 발원 여부를 관찰해 기상 상황을 고려한 뒤 황사 예보를 하고, 실제 황사가 왔는지 전국 22개 기상관에서 맨눈으로 관측한다. 반면 미세먼지는 국립환경과학원이 하루 4번에 걸쳐 미세먼지 예보와 오존 예보가 모두 포함된 대기질 예보를 한다. 
 
예보 발령 기준도 다르다. 황사 주의보는 1시간 평균 미세먼지(PM10) 농도 400 ㎍/㎥ 이상이 2시간 이상 지속 예상일 때 발령되지만, 미세먼지 주의보는 1시간 평균 미세먼지 농도(PM10)가 150 ㎍/㎥ 이상 2시간 이상 지속될 때 발령된다. 황사와 미세먼지의 구분이 어려운 상황에서 미세먼지가 더 유해하다는 이유로 이런 형태의 예보를 하는 것은 황사와 미세먼지에 대한 총체적 이해도가 부족함을 방증하는 사례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황사 문제는 국가들의 협력이 중요"
 
결국 푸른 하늘을 되찾기 위해서는 황사의 발원지인 몽골의 사막화를 막아야 한다. 몽골에서는 사막화 저지를 위한 다양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몽골 정부는 지난해 원탄 사용을 금지하면서 빈민층에서 무연탄을 보급하기로 했다. 저탄소 차량에는 무관세 혜택을 부여하며 사막화 방지를 위해 애쓰고 있다.
 
한국 산림청은 지난 2007년 몽골 자연환경부 산하에 한·몽 그린벨트사업단을 발족시켜 10년간 고비사막 등 황무지 3000ha에 조림사업을 벌였다. 조림 대상 지역은 주요 황사 발원지인 고비사막의 달란자드가드, 바양작, 수도 울란바토르 인근의 룬 지역이다. 산림청은 이곳에 사막에서 잘 견디는 비술나무, 위성류, 싹사울 등을 심었다. 2016년 7월에는 '한국과 몽골 간 사막화 및 황사 방지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등 몽골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푸른아시아는 몽골에 꾸준히 조림사업을 벌이고 있는 대표적인 NGO다. 기후변화 저감과 적응을 실천의 일환으로 현재 몽골에서 사막화 방지사업 및 환경 보전, 경제 발전, 사회통합을 아우르는 지속 가능한 지역 발전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푸른아시아는 몽골 내 바가노르와 에르덴 등 8개 지역에서 조림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다. 조림사업은 단순히 나무를 심는 것에 그치지 않고, 현지인들을 교육하고, 현지 직원으로 채용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사막화로 인해 생계를 잃은 유목민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자립시킴과 동시에 현장 관리를 위한 현지 인력을 확보한 것이다.
 
하지만 전 세계가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몽골의 사막화 역시 멈추지 않을 것이다. 황사와 미세먼지 문제도 점점 심각해지면서 쾌청한 하늘을 다시는 보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송상훈 푸른아시아 지속가능발전정책실 상근전문위원은 "몽골 사막화는 한국을 비롯한 온실가스 대량 배출국의 책임이 크기 때문에 국가 간 협력이 필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발원지에 직접 조림 사업을 하는 것뿐만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온실가스와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한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며 황사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와 민간의 협력을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소록 KSRN기자
편집 KSRN집행위원회(www.ksr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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