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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실리는 주주제안…주총 표대결 불가피
행동주의펀드부터 소액주주까지 주체 다양…"주주제안 확대 움직임, 긍정적 변화"
2019-03-13 00:00:00 2019-03-13 08:46:32
[뉴스토마토 심수진 기자]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으로 주주들이 기업에 공식 요구하는 '주주제안'에 힘이 실리고 있다. 행동주의펀드, 기관부터 소액주주 연대까지 주주들이 다양한 형태로 목소리를 내고 있어 이달 열릴 주주총회에서 기업과 주주간의 힘겨루기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소액주주 지분이 최대주주 지분을 넘어서는 기업들도 있어 주주제안 안건에 대한 표결 기대가 커지고 있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오는 22일 열리는 주총에서 배당 규모, 사외이사 선임 등을 놓고 행동주의펀드 엘리엇과의 표 대결이 예고됐다. 엘리엇은 현대차 지분 3%를 보유한 주주로, 앞서 현대차에 보통주 1주당 2만1967원의 배당과 사외이사 후보를 제안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는 1주당 4000원을 제시했다. 엘리엇의 요구대로 배당을 실시할 경우 배당 총액이 4조5000억원에 달해 지난해 배당 규모가 당기순이익을 넘어서고 대규모 현금유출로 인해 중장기적으로 기업가치와 주주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사외이사 및 감사 후보에 대해서도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주총 전부터 공방이 뜨겁다. 지난해 말 기준 현대차는 현대모비스를 포함한 최대주주 일가 지분이 29.11%, 외국인투자자 지분이 45.84다. 외국인의 표심이 중요한 상황에서 먼저 웃은 곳은 현대차다. 글로벌 2대 의결권 자문기관으로 꼽히는 글래스루이스가 이번 안건을 놓고 현대차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글래스루이스는 지난해 현대차의 지배구조 개편 당시 현대차그룹의 개편안에 반대하며 엘리엇과 연대했던 자문사이기도 하다. 반면 엘리엇도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관 ISS의 자문보고서를 통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ISS는 엘리엇이 제안한 현대차 사외이사 후보 3인 중 2명에, 현대모비스에 제안한 사외이사 후보 2명에 찬성표를 권유했다. 
 
한진칼은 행동주의펀드 KCGI의 주주제안을 놓고 법적 공방을 벌이는 중이다. 한진칼 지분 12.01%를 들고 있는 KCGI가 감사와 사외이사 선임, 이사 보수한도 등의 안건을 제안했으나 KCGI의 주주제안권 행사 자격에 대해 소송이 오가면서 아직 주총 소집 결의도 하지 못했다. 1심에서는 KCGI에 주주제안권이 있다는 결론이 나왔으나 한진칼이 이에 불복, 항고하면서 이사회조차 열리지 못한 탓이다. 한진칼은 주총 개최 2주 전까지 의안을 확정해 주주에게 고지해야 한다. 
 
목소리 커진 소액주주…표 대결 기대 높아져 
 
소액주주발 표대결도 예고됐다. 한솔홀딩스 소액주주 연대는 지난 1월 사측에 △현금배당 1주당 250원 △사내이사 1명 선임 △유상감자(감자비율 3%) 등의 주주제안을 했다. 한솔홀딩스 이사회는 이 중 현금배당을 제외한 사내이사 선임과 유상감자를 안건으로 올렸다. 현금배당의 경우 배당가능이익이 없어 실행하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또한 나머지 안건에 대해서도 유상감자는 대규모 현금유출, 사내이사 후보는 전문성 부족을 이유로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솔홀딩스는 최대주주를 포함한 특수관계인 지분이 20.40%인 반면 소액주주 지분이 63.50%다. 소액주주연대는 사내이사 1인을 선임해 회사에 끌려다니지 않고 주주가치를 제고하겠다는 입장으로, 25일까지 의결권 위임 절차를 진행중인 만큼 오는 26일 주총에서 표대결이 불가피해졌다.
 
팬스타엔터프라이즈는 오는 15일 열릴 주주총회 안건에 주주측이 제안한 김송철 감사 선임의 건을 올렸다. 팬스타엔터프라이즈 소액주주들은 김송철 회계사를 신임 감사로, 이사회측은 기존 이기원 감사의 재선임을 제안했다. 팬스타엔터프라이즈는 이번 주총에 앞서 회사측이 제안한 이사 및 감사 선임, 재무제표 승인 찬성을 위해 의결권 위임을 요청한 상황이다. 다만 회사측은 최대주주를 포함한 특수관계인 지분이 11.45%인데 반해 소액주주 지분은 57.50%(2017년 말 기준)에 달해 주주제안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배당금 확대를 요구한 성도이엔지도 비슷한 상황이다. 성도이엔지는 오는 15일 주총 소집결의에서 보통주 1주당 100원의 안건을 올렸다. 소액주주가 제안한 배당금은 150원으로 회사가 제안한 금액보다 많다. 지난 2017년 말 주주명부 기준으로 성도이엔지의 소액주주 지분이 51.4%에 달하는 반면 최대주주를 포함한 특수관계인 지분은 36.06%이다. 소액주주 지분이 얼마나 모일 것인지에 따라 주총 결과가 달라질 전망이다. 
 
국내 자본시장에서 소액주주의 주주제안 문화가 안착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도가 필요하지만 목소리를 내는 사례가 늘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움직임이라는 평가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주주제안은 작년부터 조금씩 움직임이 관찰됐고 올해 그 흐름이 확대되고 있다"며 "실질적 변화로 이어지려면 (주주들의) 제안이 채택되고 기업이 경영 과정에 반영하는 모습이 나와야 하는데, 그 전단계 모습으로서 일단 제안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것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심수진 기자 lmwssj072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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