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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고 취소하고…먹구름 드리우는 IPO 시장
"대어급 상장 줄줄이 무산되면 침체 가능성"
2019-03-19 06:00:00 2019-03-19 07:37:07
[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에 먹구름이 드리울 조짐이다. 국내 첫 조 단위 부동산투자회사(리츠·REITs) 기대를 모았던 홈플러스 리츠가 증시 입성 계획을 철회하는 등 시장의 판도를 결정지을만한 '대어급'을 포함해 상장 취소가 잇따르고 있어서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 리츠는 지난 14일 상장 일정을 취소하고 금융위원회에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 회사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어렵다는 게 홈플러스 리츠가 밝힌 이유다. 홈플러스 리츠는 공모 희망가 4350~5000원을 기준으로 기관 대상 수요 예측을 했는데 해외 투자자들로부터 기대를 밑도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KTB투자증권의 종속회사인 케이티비네트워크와 KMH신라레저도 상장 계획을 접었다. 교보생명은 재무적 투자자(FI)와의 갈등이 마무리될 때까지 상장이 미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올해 IPO 시장 최대어로 거론되던 현대오일뱅크는 상장 일정을 연기했는데 연내 다시 추진할지는 미지수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에 지분을 매각해 IPO를 통해 얻으려던 효과를 어느 정도 달성했기 때문이다.
 
상장이 지연이나 취소가 이례적인 일은 아니지만 대어급의 상장이 줄줄이 무산되면 올해 IPO 시장도 침체할 수밖에 없다.
 
올해 공모 규모는 총 8조~10조원 정도로 예상됐는 데 이 중 홈플러스 리츠와 현대오일뱅크가 차지하는 금액은 3조원 이상이다. 만약 교보생명의 IPO까지 무산되면 올해 총 공모 규모는 기존 전망의 절반 수준인 5조원 안팎까지 쪼그라들게 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소위 대어라고 부르는 대형주의 상장은 전체 규모를 좌우한다는 점에서도 중요하고 IPO 시장의 관심 제고와 투자심리 자극이란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며 "아직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기대를 모았던 대어급의 상장 철회로 전체 공모 규모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이고 최악의 경우에는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 펼쳐질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연초 기대감에 부풀었지만 대기업 계열사나 관심이 높았던 기업의 상장이 줄줄이 무산되면서 가라앉는 모습이 또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에도 공모 규모가 삼성생명이 상장한 2010년 이후 처음으로 10조원을 돌파하는 등 역대 최대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3조원을 밑돌았다. 8조원 수준이던 2017년의 절반되 안되는 것으로 2013년 이후 가장 작은 규모다. 공모 기업수는 97개로 80개 안팎이던 2016~2017년보다 많았지만 대어급이 실종된 탓이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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