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북한과 미국이 하노이에서 열린 2차 정상회담에서 합의에 실패하면서 남북경협(경협)을 추진할 여건이 악화됐지만 준비는 계속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연내 또는 내년 상반기 내 북미 접촉이 다시금 이뤄져야 하며 정부가 나서 경협 재개의 물꼬를 터줘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한국무역협회는 19일 서울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신한반도 체제와 남북경협 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는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과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부총장, 장형수 한양대 경제금융대학장, 김한수 현대아산 상무, 유창근 개성공단기업협회 부회장, 신혜성 통일부 남북경협과장 등 북한경제 전문가들이 참가해 북미정상회담 이후 경협의 현황과 향후 전개방향, 업계의 대응전략에 대해 논의했다.

 

양 부총장은 “현재의 여건에서 북미협상이 타결되고 경협이 단기간 내 재개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최 팀장 역시 이어진 토론에서 “강화된 대북 제재로 북한 무역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북중 무역이 상당히 감소하는 등 올해 북한 무역은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북미정상회담 이후 미국이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철도도로 연결 등 경협 전개에 대해 동의할지 알 수 없으며 대북 제재 완화에 대해서 종전의 입장보다 더욱 강경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경협을 위한 준비는 지속해야 한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었다. 양 부총장은 “북한의 비핵화 진전 상황, 우리 정부 의지에 따라 재개 가능성을 점칠 수 있다”면서 “지금보다 더 많은 준비를 해야 제재할 때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건이 갖춰지는 대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사업이 정상화되고 서해경제공동특구 및 동해관광공동특구 조성이 협의될 방침이라는 관측이다.

 

경협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3차 북미정상회담이 조속히 이뤄져야 하며 우리 정부의 지원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전문가 의견도 제기됐다. 유 부회장은 “미국의 북한에 대한 제재 수준을 봤을 때 우리의 의지만으로 해결되기는 어렵다고 본다”면서 “제 3차 정상회담이 이뤄져야 가시적인 성과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상무는 “금강산 관광은 관광사업이고 사기업이 운영하고 있어 정부의 의지만 있다면 제재 완화를 가져올 수 있다”면서 “경협 시에도 수도, 전력 등 사기업이 수행하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기본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 대학장은 “북한 진출은 정부에서 정치적인 리스크를 어느 정도 줄여줘야 한다”면서 “아시아개발은행 같은 리스크 보완 방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남북대화의 끈을 놓지 않고 경협을 진전시켜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신 과장은 “정부는 북미간 협상 과정을 예의주시하는 한편 업계 의견 수렴을 통해 제재의 틀 안에서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