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연구소 세우고 배낭 만들어 측정…전자업계 '환경문제 해결' 앞장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조·신산업 생태계 조성
2019-03-21 20:00:00 2019-03-21 20:00:00
[뉴스토마토 권안나 기자] 전 세계 곳곳에서 대기오염이 심각한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첨단 산업인 전자업계가 구원투수를 자처하고 나섰다. 사회적 문제에 앞장서 대응하는 한편, 성장하는 공기산업 생태계에서 입지를 강화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21일 영국 기술기업 다이슨에 따르면 최근 영국 런던에서 공기질 수집 센서가 부착된 배낭을 공개하고, 약 250명의 어린이들에게 배포했다. 이 배낭에는 이산화질소, 휘발성 유기 화합물 및 PM2.5(호흡계·혈액 등에 유해한 미세 입자) 및 PM10(먼지, 꽃가루 등의 알러지 항원)을 측정하고 기록하는 데 사용되는 세 가지 주요 센서와 일주일간 데이터를 수집 할 수 있는 배터리가 탑재됐다. 배낭 뒷면에는 "나는 대기질 과학자입니다."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공기질 측정 센서가 부착된 다이슨의 백팩. 사진/다이슨
 
다이슨은 런던의 많은 학생들이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오가는 통학길에 저품질의 공기에 노출된다는 점에 주목하고 '브리스 런던(Breathe London)'과 함께 이번 프로젝트를 고안했다. 브리스 런던은 런던 당국 주도로 킹스 칼리지, IT 기업 등 각종 산학연과 함께 협력해 런던의 공기질 개선 솔루션을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단체다. 미국 구글도 모바일 공기질 센서를 부착한 '구글 스트리트 뷰 자동차'를 통해 브리스 런던의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다이슨의 이 같은 행보는 지난해 싱가포르에 전기차 제조시설 건설에 돌입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다이슨은 모터 기술을 바탕으로 성장 동력인 환경 관련 산업에 역량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다이슨은 최근 영국 지적재산관리국에 헤드폰처럼 쓸 수 있는 웨어러블 공기청정기 관련 특허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번 '배낭 프로젝트'를 통해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더욱 효과적인 솔루션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이슨 관계자는 "킹스 칼리지와는 퓨어 쿨 공기청정기의 센서 연구에서부터 협력을 지속해 왔다"며 "대기오염에 취약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센서 기술과 관련된 좀 더 깊은 연구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내 전자 업계에서도 환경 산업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LG전자는 지난해 10월 서울 금천구 가산 연구·개발(R&D) 캠퍼스에 ‘공기과학연구소’를 설립한 데 이어, 최근에는 광주시와 협력해 가정에서부터 학교, 병원 등과 같은 공공공간까지 다양한 형태의 장소에서 실증연구를 실시한다. 삼성전자도 올 초 종합기술원 산하에 ‘미세먼지연구소’를 신설하고, 원인부터 측정·분석, 포집·분해에 이르기까지 종합적인 연구를 진행한다. 삼성전자는 다양한 분야의 외부 전문가들과도 협업해 단계별로 미세먼지 원인 규명과 해결 방안에 대해 연구할 방침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환경오염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면서 영국과 한국 등 대기오염이 심각한 국가들을 중심으로 IT기업들이 발벗고 나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를 통한 이미지 재고와 함께 성장하는 사업에서 새로운 비즈니스를 모색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전략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권안나 기자 kany872@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