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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관객 응원·격려 절실…링만 설치할 수 있으면 어디든 달려갈 것"
"한국 프로레스링의 부활을 꿈꾼다" 홍상진 WWA대한프로레슬링연맹 대표
"씨름-스모 거쳐 어릴 적 꿈 이뤄…한국 프로레슬링 위해 한 길 걷겠다"
2019-04-10 06:00:00 2019-04-10 08:38:25
[뉴스토마토 조문식 기자] 한국 프로레슬링의 부활을 꿈꾸는 용사들이 다시 링에 오를 준비를 마쳤다. '역도산-김일-이왕표'로 이어지는 우리나라 프로레슬링의 계보를 다시 잇기 위한 노력이 막바지에 다다랐다. WWA대한프로레슬링연맹은 내달 25일 경기 고양 능곡시장 시합(공연)을 시작으로 한국 프로레슬링의 재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할 계획이다. 연맹 사무실에서 만난 홍상진 대표는 “많은 팬층을 확보한 일본 등 해외 레슬러들을 초청한 지역 시합(공연)을 많이 개최할 예정”이라며 “우리나라 중소도시를 해외 프로레슬링 팬들에게 알리고, 프로레슬링과 함께 지역 공연문화가 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왕표 사단’의 주역인 홍 대표를 만나 한국 프로레슬링의 미래를 조망했다(편집자주).
 
홍상진 WWA대한프로레슬링연맹 대표는 지난 5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프로레슬링이 발전해서 후배들은 프로레슬링에만 전념하도록 만드는 게 내가 할 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진/조문식 기자
 
프로레슬링 입문 계기가 궁금하다.
 
중학교 2학년 때 씨름을 시작했다. 영남대에 특기생으로 입학해 1학년까지 마쳤다. 1학년을 마칠 때쯤 프로 전향을 고민하던 차에 일본에서 스모에 도전해보라는 제안이 왔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그렇게 일본으로 건너가 스모를 시작했다. 어릴 때 꿈이 프로레슬러였다. 또래 친구들 중에 프로레슬링을 좋아하지 않는 친구들이 없었다. 일본 생활 중 제일 좋았던 건 텔레비전을 틀면 매일 프로레슬링이 방영된다는 점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워낙 좋아했기에, 시간이 날 때마다 일본프로레슬링 경기장을 자주 찾았다. 1991년 한국에서 온 김정형·안재홍 선수를 만났다. “만약 스모를 그만두게 되면 프로레슬링을 해보자”고 그때 제안을 받았다. 지난 1994년에 귀국을 했고, 바로 프로레슬링 체육관을 찾았다. 이왕표 회장·프로레슬링과의 인연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연맹을 이끄는데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이왕표 회장께서 갑자기 돌아가시고, 한국 프로레슬링이 사라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나라도 나서서 맥을 이어야겠다고 생각하고, 다니던 직장을 사직했다. 말리던 분들도 있었지만, 내가 좋아서 시작한 일이었다. 그런 마음으로 끝까지 한국 프로레슬링을 지키기로 결정했다. 내 별명이 수문장 아닌가. 그리고 위성광 연맹 부총재 등 여러분들이 주변에서 힘을 보태주면서 WWA대한프로레슬링연맹을 설립하게 됐다. 지난달 23일 출범식을 갖고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본의 아니게 대표라는 중책을 맡게 되면서 아직 정신이 없지만, 무조건 직진해볼 생각이다.
 
프로레슬링은 본인에게 무엇인가.
 
말씀드렸듯이 어릴 때부터 프로레슬러를 꿈꿔왔다. 그리고 그 꿈을 이뤘다. 30대에는 일본 종합격투기 단체에서 영입 제안도 왔었다. 외국의 레슬링 단체에서 제의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내가 좋아서 시작했기에, 나라도 한길만 걸어야겠다고 생각하고 모두 거절했다. 억만금을 준다고 해도 한국 프로레슬링 외에 다른 곳으로 가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그렇게 여기까지 왔고,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다음 달 경기 고양 능곡시장에서 예정된 시합은 잘 준비되고 있나.
 
정확한 경기 일자가 며칠 전에 확정됐다. 다음 달 25일 오후 4시로 정리됐다. 현재 외국 단체에서 활동하는 선수들을 섭외하는 중이다. 실력이 있는 선수들을 섭외하기 위해 노력 중이니 재미있는 시합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본다. 링은 설치하는 분은 따로 있고, 행사를 위해 설치한 후 진행한다. 이전까지는 2년에 한번 꼴로 2014년과 2016년에 열었다. 앞으로는 매년 진행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예전처럼 인기가 있으면 시합을 해서 수익을 내면 되는데, 현재로서는 프로모터가 지역에 가서 새로운 것들을 한번 해보자고 준비 중이다. 고양에는 지인이 있어서 자주 열고 있다. 오는 10월 즈음에는 전남 고흥 김일기념체육관에서 김일 선생 추모공연을 할 계획이다. 그 이외에도 전남 보성 등에서 시합을 여는 것을 물망에 올리고 있다.
 
홍상진 WWA대한프로레슬링연맹 대표가 전성기 때 경기하는 모습. 사진/WWA대한프로레슬링연맹
 
어떤 선배들과 링에서 겨뤄봤나.
 
역도산 선생은 내가 태어나기 전에 돌아가셨다. 김일 선생은 1989년부터 투병생활을 하셨고, 2000년 국내에서 은퇴식을 가졌다. 그때 체육훈장을 받으셨다. 그리고 지난해 2018년 대한민국 스포츠 영웅으로 헌액됐고, 헌액식에 우리 선수들과 함께 참석했다. 이왕표 회장의 경우 도곡동 프로레슬링 체육관을 찾은 날 처음 뵀다. 훈련은 안재홍·김종왕 선수가 많이 도와줬다. 이왕표 회장과의 경기는? 내가 어느 정도 실력이 올라왔을 때 여러 차례 경기를 했다. 싱글 매치, 태그 매치 등이었다. 싱글 매치는 1대1로 구성되는 경기다. 태그 매치는 2대2나 다대다 등 서로 숫자를 맞춰서 진행한다.
 
프로레슬러 현재 몇 명이 활동 중인가.
 
우리 연맹 소속 선수 4명과 국내에서 활동 중인 협력 단체 소속 선수들이(외국 선수 포함) 몇 명 있지만, 많이 부족한 편이다. 시합 규모에 따라서 외국 단체 선수들을 섭외할 계획이다. 이왕표 회장이 갑자기 돌아가시고, 연맹 설립에서부터 출범식까지 여러 가지 일들이 겹쳐 한동안 운동을 하지 못했다. 얼마 전부터 아침 운동을 시작했다. 아침 운동 후 연맹 사무실에 출근한다. 그리고 다른 선수들도 모두 직장이 있다 보니 각자 시간에 맞춰 개인 운동을 한다. 우리 프로레슬링이 발전해서 후배들은 프로레슬링에만 전념하도록 만드는 게 내가 할 일이라 생각한다.
 
프로레슬러 지원자는 얼마나 되나.
 
프로레슬링 마니아층은 늘어나는 편이지만, 선수로 지원하겠다는 사람은 솔직히 많지가 않다. 우리의 숙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경기를 통해 흥행한다면 지원자는 늘어날 것이라고 확신한다. 선수가 되기 위한 조건으로는 특별한 건 없지만, 아무래도 과격한 동작들이 많다 보니 무도 유단자들이나 투기 관련 종목을 접해본 분들이 많이 유리할 것이다. 또 프로레슬링이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가 결합된 종목이다 보니 끼가 많은 분들이 지원해 줬으면 좋겠다.
 
프로레슬링이 재도약 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우리 구성원들은 모든 각오가 돼있다. 링만 설치할 수 있는 곳이라면 지방이든 어디든 우리가 찾아가서 시합을 개최할 예정이다. 그러니 프로레슬링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경기장에도 많이 찾아주셨으면 좋겠다. 일단 경기장에서 저희 시합을 직접 보고 평가해 주셨으면 좋겠다. 미래의 팬들도 중요하다. 프로레슬링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어린이도 좋아하고, 어르신도 좋아하는 공연으로 보면 된다. 방송을 많이 하고, 지원해주는 곳이 있으면 손꼽히는 스포츠 단체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많은 응원과 격려가 필요한 시점이다.
 
조문식 기자 journalma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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