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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왓칭’ 이학주, 악몽 같은 괴물 악역 신인 등장
상대방 감정 공감 못하는 사이코 캐릭터, 관객 연민 ‘거부’
“다음 작품, 단편-장편-상업-독립 영화 안 가리고 출연 OK”
2019-04-18 00:00:00 2019-04-18 09:13:01
[뉴스토마토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영화 속에서 강력한 긴장감을 주는 캐릭터는 지금까지 꽤 많이 있었다. 대표적인 캐릭터가 영화 추격자의 하정우, ‘황해의 김윤석, ‘악마를 보았다의 최민식 등. 하지만 이들 배역은 왠지 모르게 땅에서 붕 떠 있는 느낌이 강한 인물들이었다. 쉽게 말하면 현실감이 떨어지는 완벽한 영화적 캐릭터란 느낌이 강하다. 반면 17일 개봉하는 영화 왓칭속 주차장 경비원 준호는 어디선가 봤음직한 인물이다. 아니 오늘도 봤고, 어제도 봤으며 조금 전에도 봤음직한 인물이다. 직업적 특색의 일상성이 강조됐기 때문이 아니다. ‘준호를 연기한 배우 이학주의 독특하게 색다른 한 가지가 이 배역을 완벽하게 일상 속으로 끌어 들여 버렸다. 이 점은 사실 신경을 쓰고 보지 않으면 눈치 채기 힘든 지점이다. 내로라하는 충무로 연기파 배우들에게서도 볼 수 없는 특별한 한 가지다. 이것 때문에 영화 왓칭속 이학주가 만들어 낸 준호란 인물은 엄연히 땅을 밟고 선 진짜 인물이 돼 버렸다. 사실 왓칭준호는 두 번 다시 대면하고 싶지 않은 섬뜩하면서도 끔찍한 악몽일 뿐이다.
 
배우 이학주. 사진/SM C&C
 
지난 15일 서울 합정동 뉴스토마토 사옥에서 이학주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얼굴은 어디선가 봤음직한선한 인상이다. 여러 작품에서도 간간히 출연하며 얼굴을 알려왔다. 가장 최신작으론 류준열-공효진-조정석 주연의 뺑반에서였다. 극중 조정석의 오른팔 보디가드로 출연했다. 작은 배역이었기에 알아본 질문에 쑥스러운 듯 웃었다. 물론 작은 배역과 큰 배역에 대한 경계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이학주였다.
 
배우 선배님들이라면 누구나 말씀하시는 거잖아요. 작은 배역은 있지만 작은 연기는 없다고. 저한텐 지금 작은 배역이란 개념 자체가 없어요. 제가 찬밥 더운밥 가릴 게 위치가 절대 아니잖아요(웃음). 사실 그래서 왓칭섭외가 왔을 때도 너무 놀랐어요. 우선 배역이 너무 크잖아요. ‘이게 정말 나한테 온 거라고? 정말이라며 놀랐죠. 배역도 너무 마음에 들었지만, 솔직히 주연급이라 더 끌렸어요. 하하하. 너무 솔직했나(웃음)”
 
주연급이란 사실에 끌렸다고 말하지만 남자 배우라면 솔직히 왓칭준호역에 호감을 안 나타낼 수 없을 정도로 매력적이다. 사이코패스에 가까울 정도로 정상적인 소통이 불가능한 성격, 악인이지만 악인이라고 마냥 치부하기엔 경계선이 불분명한 인물. 그게 바로 준호였다. 남자 배우라면 악역에 대한 매력을 느끼는 것은 굳이 설명 안 해도 될 정도다. 매력적인 악역은 연기파 배우들에겐 큰 로망 중에 하나다. ‘왓칭준호는 이런 로망에 가까운 배역이었다.
 
영화 '왓칭' 스틸. 사진/리틀빅픽처스
 
너무 괴상한 인물이잖아요. 사이코패스라기 보단 그저 사이코 기질이 강한 느낌인데. 정의는 안되고. 상대방의 감정을 공감하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니 사이코패스 같기도 하고. 일상적인 소통이 잘 안되고 또 못하다 보니 이상한 쪽으로 자존감이 높아진 인물이라고 봤어요. 감독님도 어떤 다른 작품 배역을 레퍼런스로 두지 말아라라고 하셨어요. ‘멜로를 찍자고 하는 데 호러를 찍자고 하네란 대사처럼 이상한 쪽으로 자아 정체성이 확립된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접근했어요.”
 
사실 준호는 연민 자체가 불가능한 나쁜 인물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다른 사람의 기분과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다. ‘준호를 연기해야 하기 때문에 일말의 연민과 이해를 통해야 했지만 이학주는 처음부터 그 지점은 고려하지 않았단다. 물론 천하의 죽일 놈이고 못된 인물이지만 준호왜 그럴까는 이해를 하고 가야 했다. 물론 그 이해속에 본질적인 공감은 배제했다.
 
모든 게 강제잖아요. 영우(강예원)와의 저녁 식사 자리도 자신만 원해서 만들어 놓은 것이고. 나중에는 영우에게 딸에 대한 협박까지 하잖아요. 그렇게라도 해서 원하는 걸 손에 쥐려고 하는 방식 자체가 준호가 타인과 소통하는 행위라고 봤죠. 이건 타인에게 사랑이란 감정을 받아 본 적이 없는 준호이기에 가능한 행위에요. 그냥 나쁜놈이죠. 이유가 어찌됐건. 결과적으로 관객분들이 그냥 그 감정 그대로 받아 들여주길 바랐죠.”
 
배우 이학주. 사진/SM C&C
 
이런 준호가 실체적인 인물로 거듭난 것은 아무래도 이학주의 연기 스타일 때문이었다. 그의 대사 전달력 그리고 대사를 소화하는 방식 자체가 일반적인 배우들의 그것과는 상당히 달랐다. 연기적인 톤이 거의 배제된 채 일상적 대화의 보이스톤이 배역에서도 고스란히 묻어났다. 이건 의도했다기 보단 이학주의 연기 스타일이라고 봐야 했다. 사실 이학주 본인도 의식하지 못했던 듯 싶다.
 
하하하, 그건 사실 저도 처음 듣는 거라 잘 모르겠어요. 제 딕션(대사 전달)이 좀 희안하다는 지적은 받아 본 적은 없어요. 다만 제가 봐도 연기할 때의 대사 전달과 일상적인 대화에서의 말투가 좀 비슷하더라고요. 그게 제 연기의 스타일인가 봐요. 그런 저의 대사 전달 방식에 더해서 살인마들의 성격을 좀 고려한 게 지금의 좋은 말씀을 전해 듣게 된 배경이 아닐까 여겨져요. 사이코 살인마와의 인터뷰를 한 내용을 담은 책을 보니 살인마에게 왜 살인을 했냐라고 묻더라고요. 대답이 섬뜩했죠. ‘그냥 그 사람을 죽이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했다라고. 지금 생각해도 섬뜩하네요. 하하하.”
 
배역 분석을 위해 참고했던 책의 내용처럼 그는 영화 속에서 섬뜩하고 냉혈한 인물로 거듭났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독특한 촬영 공간 때문에 이런 예민하고 날카로운 느낌은 더해졌다. 촬영의 90%이상이 실제 지하주차장에서만 이뤄졌다. 한 달여가 조금 넘는 기간 동안 햇볕이 들지 않는 어두컴컴한 지하 공간에서 촬영을 하면서 지냈다. 이학주는 뱀파이어가 된 기분이었다고 웃었다.
 
영화 '왓칭' 스틸. 사진/리틀빅픽처스
 
사람이 햇볕을 안보면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지 정말 섬뜩할 정도로 느꼈죠. 해가 떠 있는 상태에서 지하주차장에 들어가서 촬영을 하고 해가 뜨면 다시 밖으로 나왔으니. 거의 매일 촬영이 교도소에 들어가는 기분이었어요. 기분도 정말 다운됐어요. 저도 모르게 신경질적이고 예민하게 변했죠. 누나(강예원)를 대하는 방식도 좀 배역에 맞게 떨어져 갔어요. 제가 원래 되게 밝은 성격이에요(웃음). 그런데 촬영 중반 이후부턴 정말 준호처럼 신경질적으로 변하더라고요.”
 
함께 연기한 배우 강예원과는 2016년 영화 , 보러와요에서 함께 한 이후 재회했다3년 만이다. ‘, 보러와요에선 강예원 조력자로 출연했지만 이번 왓칭에선 꿈에서도 나올까 두려운 섬뜩한 악역으로 그를 괴롭혀야 했다. 촬영 현장이 지하주차장이라 자연스럽게 기분을 다운시키면서 배역에 몰입할 수 있었다고 하지만 워낙 친한 사이였기에 쉽게 거리를 두는 게 만만치는 않았단다.
 
저야 작품 경험이 별로 없으니 그런 것에 좀 무뎠죠. ‘, 보러와요촬영 이후에도 누나와 가끔씩 연락을 하면서 안부를 묻고 지냈어요. 이번 촬영 현장에서도 친했어요. 너무 편했죠. 물론 조금 달랐다면 작품을 위해서 각자의 감정에 집중하는 데 제가 능숙하지 못하니 좀 어색했어요. 친한 사이인데 이렇게 어색하게 지내야 하나 싶었죠. 그런데 누나가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더라고요. 절 배려한 거죠. 물론 촬영 끝나면 항상 같이 밥도 먹고 그랬어요(웃음)”
 
배우 이학주. 사진/SM C&C
 
워낙 강렬하게 쎈 악역을 데뷔 이후 첫 주연으로 맡았기에 추후 작품 활동에 부담이 될 듯싶기도 하다. 이학주는 박장대소를 하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너무 좋은 기회를 잡았기에 아직은 이 단꿈이 빨리 깨질 않았으면 한단 것이 첫 번째, 두 번째는 매력적인 악역 캐릭터라면 다음 작품이라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물론 학생 작품, 단편, 독립영화 등등 장르와 상업 비상업 영화도 가리지 않을 것이란다.
 
제가 장재현 감독님의 검은 사제들의 원작이 되는 단편 ‘12번째 보조사제에서 강동원 선배님이 맡은 배역을 했었잖아요. 단편의 매력을 알고 있죠. 다음 작품이 단편이 될 수도 있고 독립영화가 될 수도 있고. 전 가리지 않을 생각이에요. 아직은 이것저것 다 해봐야 할 시기잖아요. 장재현 감독님과도 자주 연락하고 지내요. ‘검은 사제들때 연락 주실 줄 알았는데 안주시더라고요(웃음). 다음 작품은 따뜻한 멜로도 해보고 싶고요. 그럼 장 감독님하고는 다음 작품 못하게 되네요. 하하하.”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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