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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회장의 뚝심 “위기 속에서도 미래 투자 지속”
SK하이닉스 공장 가동 계획 줄줄이…SK이노는 배터리, SKT는 5G 방점
2019-04-25 20:00:00 2019-04-25 20:00:00
[뉴스토마토 왕해나·이아경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미래 성장 동력을 반도체, 배터리, 5G로 점찍고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건다. 주력 계열사의 부진과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속에서도 미래를 바라보는 투자로 경쟁력을 길러야 한다는 결단에 따라서다. 
 
25일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등에 따르면 SK그룹 내 ‘캐시카우(현금 창출원)’인 이들은 1분기 모두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실적 발표 이후 이어진 컨퍼런스콜에서는 미래 먹거리를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공통적으로 밝혔다.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서도 시설투자를 선제적으로 단행하며 임직원들을 독려해온 최 회장의 의지다. 
 
최 회장은 지난해 12월 경기 이천 신공장 M16 기공식에서 “SK하이닉스는 어려운 시절을 극복하고 좌절 속에서도 희망을 지키며 성공을 이룬 성장 스토리를 써왔다”며 “M16이라는 첨단 하드웨어 기술뿐만 아니라 우리의 땀과 노력을 쏟아 부어 새로운 성장 신화를 써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지난 22일 SK이노베이션 서산 공장을 방문했을 때도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사업을 통해 새로운 의미의 에너지산업에서 글로벌 메이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배터리사업 구성원들이 희망이고 여러분이 열심히 해 줘서 그 꿈이 이뤄지기 시작하고 있다”고 격려했다.
 
 
 
계열사들은 현재의 위기관리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2~3년 이후를 위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분의 1토막 나며 올해 D램 케파(생산능력)를 기존 수준으로 유지하고 낸드플래시의 생산을 감축하겠다고 말했다. 차진석 SK하이닉스 부사장은 “D램은 웨이퍼 캐파 증설 없이 공정미세화를 통해 올해 수요 증가에 대응하겠다”면서 “낸드플래시는 전년 대비 10% 이상 웨이퍼 투입량을 줄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계절적인 수요 둔화와 서버 고객의 보수적인 구매, 공급업체간 경쟁 심화로 인해 D램과 낸드플래시의 평균판매가격이 각각 27%, 32% 하락한데 따라서다.
 
위기를 극복할 방법은 내부 역량 강화라고 봤다. 내년부터 다시 도래할 메모리 반도체 호황을 대비하기 위해서다. D램은 미세공정 전환을 중심으로 수요 증가에 대응한다. 1세대 10나노급(1X) 비중을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하반기부터 2세대 10나노급(1Y)도 컴퓨팅 제품 위주로 판매를 시작한다. 3D 낸드 중에서는 72단의 비중을 높이고 96단 4D 낸드로 하반기 SSD 시장과 모바일 시장에서의 입지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한 시설투자도 지속한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8일 중국 우시 메모리 반도체 확장팹(C2F)의 본격 가동에 돌입했다. C2F는 2006년 가동한 기존 D램 생산라인(C2)을 미세공정 전환을 위해 확장한 것이다. 앞서 지난해 10월 청주 M15 가동에 이어 12월 이천에 신규 D램 생산라인인 M16 착공에 들어갔다. M16은 내년 준공 예정이다. 2022년 이후 용인 클러스터 4개 팹에 120조 원을 투자한다는 통 큰 결단도 내렸다. 이 곳에서는 주력 품목인 D램과 낸드플래시뿐만 아니라 차세대 먹거리로 꼽히는 시스템 반도체인 자동차 반도체, 인공지능(AI) 반도체, 이미지 센서 등의 생산도 고려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역시 배터리 사업에 방점을 찍고 외형 확장을 진행 중이다. 중국, 헝가리, 미국에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으며 국내와 중국, 폴란드에는 리튬이온배터리분리막(LiBS) 관련 증설을 이어가고 있다. 증설 중인 공장 양산이 본격화되는 2021년 이후에는 손익분기점을 달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측은 “배터리, 소재 등 딥체인지에 해당하는 사업들이 실적 개선을 주도하고 있다”면서 “올해 시설 투자 규모는 약 3조원 정도인데 배터리와 소재 쪽 비중이 50%”라고 말했다. 또 “해당 분야는 매년 1조5000억원 규모의 투자가 향후 3~4년 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향후 10년을 바라보는 SK텔레콤의 먹거리는 5G다. 당장의 가입자 수를 늘리기 위한 지원금 출혈경쟁은 자제하고 미래를 위한 투자에 힘을 싣겠다는 방침이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22일 열린 정보통신의 날 기념식에서 “향후 3~4년간 13조원을 투자해 5G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동통신 3사의 5G 전체 투자 계획이 20조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SK텔레콤은 과감한 투자를 결정한 셈이다. 앞서는 케이블 방송사인 티브로드 인수합병(M&A)을 확정지었다. 한 달전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본 체결을 눈앞에 뒀다. SK텔레콤은 유료방송사 M&A로 혁신적인 플랫폼을 선보여 미디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왕해나·이아경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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