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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 엔드게임’이 불 붙인 ‘스크린 상한제’ 타당한가
2019-05-03 17:11:21 2019-05-03 17:11:21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지난 달 24일 국내 개봉했다. 개봉 이전까지 4월 한 달은 극장가의 관객 가뭄 현상이 뚜렷했다. 일일 관객 수가 영진위 통합전산망 기준으로 10만명을 언저리를 맴돌았다. 하지만 어벤져스: 엔드게임개봉 이후 극장가에는 하루 평균 100만명이 넘는 관객이 몰리고 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단 한 편에만 몰리고 있는 숫자이다. 개봉 전 사전 예매량만 230만장을 넘어서며 신드롬 현상을 일으킨 화제작이다. 이제 관심과 초점 그리고 논쟁은 다시 불거졌다. 바로 스크린 독과점이다. 멀티플렉스 극장 체인이 국내에 도입된 1998년 이후 본격적으로 배급 방식이 와이드 릴리즈로 바뀌면서 스크린 독과점도 자연적으로 생겨나기 시작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지난 달 27일 토요일 영진위 통합전산망 기준으로 전국 2835개 스크린에서 상영됐다. 국내 유효 스크린의 95% 이상이 어벤져스: 엔드게임단 한 편을 상영한 셈이다. 사실 이런 현상은 어벤져스: 엔드게임단 한 편에 쏠린 것도 아니다. 매년 여름 시즌과 겨울 시즌 국내 투자 배급사의 텐트폴 영화(각 시즌 별 흥행에 확실시 되는 대작)에는 평균적으로 개봉일 기준 첫 주에 2000개 내외의 스크린이 몰리고 있다. 단 시간에 최대의 수익을 올리기 위한 와이드 릴리즈배급 방식이 국내에 뿌리 내리면서 고착화된 현상이다. 이를 두고 영화계는 대기업의 영화 산업 수직 계열화, 스크린 독과점 철폐 등을 오랜 시간에 걸쳐 외쳐왔다. 이 두 가지를 깨트릴 대안으로 최근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언급한 스크린 상한제가 대두되고 있다. 정말 시장의 입장에선 이 방안에 해법으로 작용될 것이라 예측하고 있을까.
 
 
3일 뉴스토마토와 전화통화를 한 국내 극장 관계자 다수는 모두가 부정적이었다. 이들은 모두 개인적인 의견을 전제로 스크린 상한제자체가 오히려 국내 영화 시장의 기형적 행태를 더욱 가속화 시킬 요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관계자 A“’스크린 상한제가 실제로 시행이 된다면 국내 스크린의 90% 이상이 적용을 받게 된다면서 이렇게 된다면 단기적으로 영화 시장의 불공정 관행을 철폐하자는 의견 쪽 입장에선 환영할 만한 결과가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론 지금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발생된다고 주장했다.
 
스크린 상한제는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달 대표발의한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영비법)’ 개정안에 포함된 내용이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6편 이상 영화를 동시 상영할 수 있는 복합상영관에서 같은 영화를 오후 1∼11시 프라임 시간대에 총 영화 상영 횟수의 50%를 초과해 상영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재 어벤져스: 엔드게임부터 이 법을 적용하면 스크린 점유율과 상영횟수가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 그 나머지 절반에 다른 영화가 끼어들 가능성이 생기는 셈이다. 타당성은 충분하다.
 
하지만 또 다른 관계자 B는 이런 이유 때문에 부정적이었다. 관계자 A 역시 같은 입장이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절반으로 줄어든 스크린 점유율과 상영횟수에 대한 수요를 맞추기 위해 상영 일자가 두 배로 늘어나는 것은 생각 안하는 가라고 지적했다. 관계자 B“’스크린 상한제로 발생된 스크린 여유분이 이후 중급 이상 영화에게 돌아갈 것이다면서 그러면 그 이후의 저예산 혹은 독립영화나 예술 영화들은 더욱 설 자리가 없어진다. 일정한 기준을 갖춘 상업 영화들은 그나마 상영관을 잡는 데 조금의 도움이 될지 모른다. 하지만 그마저도 일시적일 것이다. 그러면 상업 영화의 테두리에서 벗어난 작은 영화들은 사실상 스크린에서 볼 기회조차 없어질 것이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관계자 C는 큰 맥락에선 같은 입장이었다. 하지만 조금 다른 세부적인 내용을 전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한국 영화 시장의 발전을 위한 스크린 상한제취지에는 공감한다. 예전 스크린 쿼터제로 인해 국내 영화의 시장 안착이 분명히 있어왔던 것은 어느 누구도 부인하기 힘들 것이다면서도 관객들의 수요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멀티플렉스에 강제력을 투입한다는 것은 오히려 역으로 관객의 요구를 억압하는 수단이 될 수 밖에 없다. 자칫 잘못하는 시장 자체의 실패 요소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트렌드가 되고 있는 이른바 OTT서비스의 대두가 스크린 주도 영화 시장의 타격을 줄 수 있고, 결과적으로 입법을 통한 시장 억제책이 콘텐츠 생산 주체의 시장 탈출을 이끌어 낼 수도 있다는 얘기였다. 무리가 있지만 불가능한 예측도 아니었다. 넷플릭스 왓챠 등의 OTT서비스 업체가 국내는 물론 세계적인 감독들과 작품 계약을 맺고 있는 것도 이를 반증하는 트렌드로 볼 수도 있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일 전북 전주시 영화의거리 전주돔에서 열린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해 배우 장미희 씨와 함께 레드카펫을 걷고 있다. 사진/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 C극장가에 비수기 시즌이란 말이 왜 존재하겠나라면서 어차피 관객들은 보고 싶은 영화에만 지갑을 열고 극장으로 발길을 돌릴 뿐이다. 강제력을 동원한다고 해서 취사 선택의 기회를 박탈당했다고 예단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어벤져스: 엔드게임개봉 전 4월 한 달 간 극심한 관객 가뭄 현상이 벌어진 것을 염두한 발언이었다.
 
박양우 문체부 장관은 2일 전주국제영화제에 참석해 시뮬레이션을 통해 스크린 상한제 최적의 방안을 이끌어 내겠다고 말했다. 현재 영비법 개정안에 포함된 스크린 상한제는 일괄 규제 방식에 가깝다. 박 장관이 언급한 시뮬레이션은 극장가의 성수기와 비수기를 나눠 적용하는 탄력 규제 쪽에 무게가 실린다.
 
영화는 규모와 자본의 경제논리가 적용되는 산업이다. 자예산 독립영화와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블록버스터가 시즌 별로 나뉘어 관객 타깃을 잡고 시장을 양분한다면 의외의 해법이 도출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전제 조건은 스크린 상한제의 시장 적용 방식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이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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