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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여성 살해 용의자 구속에 볼리비아 사회도 주목
언론 보도·SNS 게시물 이어지자…"철저한 수사와 처벌해야" 댓글도
2019-05-05 04:00:08 2019-05-05 04:00:37
[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한인여성 살해 혐의를 받는 원주민 부족장 체포·구속 소식에 볼리비아 사회도 주목하고 있다. 현지 언론 매체들은 용의자가 체포된 다음날인 지난 1(현지시각)부터 관련 내용을 보도하고 있다.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SNS)에 게재된 기사 및 관련 글에 달린 댓글에 나타난 현지 여론은 다양한 견해가 있으나, 대체로 제대로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인터넷방송 'Posdata ITV'는 지난 3(현지시각) 유튜브에 게재한 뉴스 보도를 통해 용의자 로헤르 초케 멘도사(Roger Choque Mendoza)’가 구속돼 행정수도 라파스(La Paz)에 위치한 산페드로(San Pedro) 감옥에 구금된다는 사실을 전했다. 볼리비아 최대 규모인 이 감옥은, 안에서 일을 하고 돈을 벌어 임대료를 지급하며 가족들도 함께 생활할 수 있는 등 하나의 사회를 갖춘 수형시설로 확인된다.
 
보도에서 담당 검사는 “(사건 발생지이자 초케의 주거지인) 태양의 섬 차야(Challa)족 자치구역 당국은 중앙정부의 사법이 아닌 부족 자치법에 따른 별도의 수사를 하길 원했는데, 이는 현행법상 허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피해자 측 변호인(Abogado querellante·볼리비아는 형사소송법상 피해자의 변호사도 소송 당사자로 인정)범인들을 알아내기 위해 DNA 검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송사 'UNITEL'3일 아침 프로그램에 경찰 특수범죄국(FELCC) 관계자를 게스트로 초대, 긴박했던 군·경 합동 체포 작전 당시 상황과 함께 사건을 소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체포 작전에 직접 참여한 레네 탐보(Rene Tambo) 특수범죄국(FELCC) 인명수사과장 등 경찰인력 일부가 부족민들에게 포위돼 교수형을 당할 위기에서 간신히 구출되기도 했다. ·경이 모터보트로 초케를 이송하면서 촬영한 영상에는 부족민들이 보트로 쫓아오는 모습이 담겨 있다. 이 관계자는 네 척의 보트가 따라오며 다이너마이트를 던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인여성 살해 용의자 '로헤르 초케(Roger Choque)' 체포 당시 영상(오른쪽)이 지난 3일(현지시각) 볼리비아 주요 방송사 'UNITEL' 아침 프로그램에 소개되고 있다. 사진/UNITEL 보도 영상 갈무리
 
 
사회관계망에도 관련 글과 기사가 게재되면서 댓글이 달렸다. 지난 2(현지시각) 초케를 포함한 차야족 지도부의 체포 소식을 자세히 다룬 글이 올라오자 부끄럽다. 제대로 처벌하지 않으면 관광객들을 잃게 될 것”. “철저히 수사하기를”, “살인자들은 사형이 마땅하다등 수사와 처벌을 촉구하는 댓글이 올라왔다. 반면 한 여성은 개인적으로 완전히 믿지 않는다. 태양의 섬 원주민들이 그렇게 잔인한 짓을 못한다. 내가 자주 가는데, 밤에도 혼자 걸어 다닐 수 있고 안전하다면서 정부가 대사관의 압력을 받아 누구든 용의자를 데려와야 했을 것이라는 반론을 제기했다.
 
라디오 매체 'Radio Lider 97'3(현지시각) 페이스북에 부족원들이 반발하고 있는 보도를 게재했다. 이 매체는 부족민들이 페루와 볼리비아를 지나는 마약밀수꾼들이 태양의 섬 주변을 드나드는데, 그들 중 하나가 살인범일 것이라고 주장한다고 전했다. 함께 게재한 사진에서 부족민들은 법원 앞에서 부패 검찰’, ‘정부는 무고한 자를 부정하게 박해하는 것으로 마약밀매를 덮지 말라고 적힌 종이를 들고 시위하고 있다. 이에 범인을 두둔한다” “살인범은 감옥에 가야 한다” “그러면 마약밀수꾼들이 나타난 순간엔 왜 신고 안했냐” “어이 없는 변명이다는 등의 댓글이 달렸다.
 
앞서 방송사 'PAT'가 지난 1(현지시각) 인터넷에 게시한 영상에서 초케는 혐의를 부인하면서도 당신은 무엇을 했냐는 기자의 질문에 신념에 찬 눈빛으로 나는 부족장이고, 부족장으로서 우리 마을의 규칙과 절차를 지킨다고 답한 바 있다. 이와 관련, 볼리비아 인근 에콰도르와 칠레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고 중남미에서 활동하는 하상욱 변호사는 원주민 고유 사법제도에 따랐다는, 즉 자기들의 허락 없이 침범한 자는 부족민들의 손으로 처단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고 조언했다. 국내와 현지 당국은 피해여성 A씨가 홀로 태양의 섬을 여행하며 차야족 점령지를 지나다 변을 당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언론 보도와 인터넷 게시물을 통해 초케가 부족사회 내에서 부족민에게 폭행 및 성폭행 등 전횡을 일삼았던 사실도 전해지고 있다.
 
로헤르 초케는 지난해 코파카바나 태양의 섬에서 참혹하게 살해된 채 발견된 한인여성 A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목격자 진술 등을 통해 그를 주범으로 지목하고 구속영장을 청구, 구속수사를 통해 공범과 사건 경위를 밝혀나갈 계획이다. 구속수사는 통상 6개월로, 연장이 가능하다. 다만, 18개월 내 기소가 되지 않거나 36개월 내 선고가 나지 않으면 석방된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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