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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게이션)‘악인전’, 극단적으로 완벽한 ‘악의 엔딩’
‘악’과 ‘악’의 대결, 극단적 플롯 그리고 극단적 쾌감
‘먹이사슬’ 역전되는 악의 구도…마지막 장면 완성
2019-05-09 00:00:00 2019-05-09 00: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나쁜 놈들만 나온다. 악은 매력적이다. 대리 만족이다. 현실에서의 악은 여러 형태로 존재한다. 하지만 영화 속 악은 의외로 단순하다. 현실의 악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치밀한 계획과 전략을 구사한다면 영화 속 악은 말 그대로 단순 무식이다. 현실과 영화 경계가 악이란 감정 하나로 양분되는 것은 결과적으로 관객들의 기대치와 쾌감을 위함이다. 쾌감은 두 가지이다. 앞서 언급한 대리 만족이다. 현실에선 절대 불가능한 브레이크 없는 질주가 영화에선 가능하다. 두 번째는 패배이다. 악은 결단코 권선징악구조에서 징악으로 끝을 맺어야 옳다. 현실에선 권악이 될 수도 있지만 현실 도피 판타지가 존재할 영화에선 반대로 무조건 징악이 돼야 한다. 그게 앞서 수 차례 언급한 대리 만족과 쾌감의 근본이다. 영화는 현실이 해결하지 못할 징벌을 대신하는 도구로서의 재미를 줘야 한다. 이런 플롯의 전략과 설계를 바탕으로 하자면 악인전은 완벽한 징악의 손자병법에 가깝다. 아이러니하게도 악인전징악의 도구는 이다. 악으로 악을 처벌한다.
 
 
 
영화의 스토리는 우리 사회에서 등장한 바 있는 여러 악의 형태를 재조립한 모습이다. 천안 일대를 주름 잡는 거대 폭력 조직 보스 장동수(마동석)는 외모부터 압도적이다. 묵직한 타격음이 터지는 샌드백은 사실 누군지 모르는 사람이다. 샌드백 속에서 꺼내진 이 남자는 피투성이가 됐다. 장동수란 악을 설명하는 단적인 장면이다. 하지만 악은 여러 형태이다. 장동수 같은 악도 또 다른 악의 먹이가 될 수 있다고. ‘악인전은 그런 모습이다. 기존 영화 속 악이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강약약강외모라면 여기선 강강강강이다. 그는 귀가길 괴한의 습격을 받는다. 물론 괴한 역시 장동수의 무력에 제대로 당했다. ‘은 서로에게 악다구니를 쳤다. 서로가 제대로 상처를 입었다. 장동수의 도 괴한의 도 제대로 약이 올랐다. 장동수는 즉시 자신의 기억을 더듬어 수하들을 일대에 풀어 괴한의 정체를 수소문한다. 괴한 역시 장동수에게 당한 상처의 분풀이로 애꿎은 또 다른 희생자를 택한다. 여기서 괴한이 어떤 인물인지 드러나게 된다.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도 강한 예측 불허의 악으로서의 면모가 드러난다.
 
영화 '악인전' 스틸. 사진/(주)키위미디어그룹 , (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이런 괴한의 실체는 형사 정태석(김무열)의 레이더망에 제대로 걸린다. 관할 구역에서 연이어 벌어지는 살인 사건에 제대로 촉이 발동한 태석이다. 물론 그는 경찰서에선 애물단지 취급을 받는 문제 형사이다. 실력은 뒷전 취급 받지만 감각은 날 것 그대로이다. 장동수 습격 사건을 통해 관할 지역에서 연이어 벌어진 살인 사건의 실마리를 잡아낸다. 장동수와 태석, 두 사람은 같은 목적을 두고 티격태격 부딪친다. 조폭과 형사, 결코 한 배를 탈 수 없는 존재들이다. 하지만 목적이 같은 상황에선 오월동주만이 답이다. 결국 두 사람은 손을 잡는다. 물론 같은 마음이고 같이 움직이지만 목적은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 태석은 사건 해결로 인해 자신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 받고 싶어한다. 반면 동수는 지역을 주름 잡는 조폭 보스로서 깎인 체면을 보상 받기 위해 괴한을 잡아야 한다. 먹이를 노리듯 밤거리를 배회하던 야수’(괴한)가 이제 제대로 임자를 만나게 됐다. 괴한은 자신을 노리고 다가오는 두 사람의 추격을 피해야 한다. 이제 게임의 룰이 바뀌었다. 괴한은 도망치고 피해자였던 동수와 관찰자였던 태석이 쫓는다. 2 1의 게임이 시작됐다. 물론 이 게임의 룰은 언제라도 변형될 수 있는 가능성을 담고 있다. 태석은 괴한 검거와 함께 관할 지역의 골치거리 동수까지 해결하려 든다. 동수는 태석과의 담합 과정에서 모든 것을 간파했고 그 계략을 방어하기 위한 도구로 두 사람의 대화와 모습이 담긴 녹음 파일과 CCTV 녹화 장면을 손에 쥐고 있다. 더욱이 태석을 눈에 가시처럼 여기고 있는 경찰서 반장의 검은 돈을 공급하는 주인공이 바로 동수이다. 결과적으로 동수와 태석은 괴한을 쫓기 위해 한 배를 탄 오월동주가 아니다. 서로의 목에 칼을 들이 댄 완벽한 적이다. 괴한은 그저 서로의 목을 칠 구실에 불과한 셈이다.
 
영화 '악인전' 스틸. 사진/(주)키위미디어그룹 , (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악인전은 하나의 사건이 결과적으로 네 개의 축으로 분화되는 과정을 그린다. 괴한의 존재가 결국 괴한-동수’ ‘괴한-태석’ ‘괴한-동수:태석’ ‘동수-태석네 개의 줄기를 타고 흘러가게 된다. 각각의 줄기는 스토리의 동력에 따라 온도차가 극명하다. 동수가 포함된 줄기는 강력한 타격음이 주류이다. 마동석 특유의 피지컬이 뿜어내는 육탄의 액션은 악인전블러드 액션의 진수를 담당한다. 오로지 몸으로만 승부를 하는 마동석의 액션은 이란 규정 자체를 허무하게 만들 정도로 강력하다. 강력하단 단어 외엔 달리 설명이 불가능하다. ‘태석이 속한 줄기는 뜨겁다. 쫓기 위해 존재하는 태석은 동수와 괴한 두 인물을 쫓는 과정 속에서 경찰 내부의 견제까지 받는다. 그는 일 대 다의 싸움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피하지 않는다. 정면으로 부딪친다. 부러질지언정 피하지 않고 들이 박는 제대로 싸움닭이다. 마초의 근성이 단순함이라면 태석은 처음부터 끝까지 마초의 결정판이라고 스스로 자부한다.
 
영화 '악인전' 스틸. 사진/(주)키위미디어그룹 , (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두 사람의 추격을 받는 괴한의 줄기는 차갑고 혼란스럽다. 동수와 태석조차 으로 규정됐지만 괴한의 은 그저 차가울 뿐이다. 그 악의 내면 속 감정이 차가울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단 몇 줄의 대사로 등장하지만 그 짧은 대사가 온도를 끌어 올려줄 동력은 되지 못한다. 이건 동력으로서의 존재감이 아닌 얼음처럼 차가워야만 하는 괴한의 악을 설명하는 기능적 존재로서의 등장일 뿐이다. 그리고 혼란이다. 동수와 태석도 중반 이후까지 추격에 애를 먹었다. 그건 혼란 때문이다. ‘괴한의 무차별성이 그것을 대변한다.
 
영화 '악인전' 스틸. 사진/(주)키위미디어그룹 , (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영화는 기대한 바와 같이 완벽한 악의 징벌적 플롯으로 마무리를 한다. 하지만 그 방식이 낯설음과 낯익음의 절묘한 배합으로 다가온다. 절반은 어디에선가 본 듯한 인상이다. 문제는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나머지 절반이다. 영화 마지막 화면 전체를 가득 채운 그 남자의 섬뜩한 미소는 악인전이 처음부터 끝까지 끌고 온 악의 징벌에 대한 완벽한 답이다. 그 한 장면 만으로 악인전은 극단적으로 완벽한 악의 징벌을 제시한다. 개봉은 오는 15.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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