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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철 "배고픈 아이는 정치를 모른다"
기자간담회서 레이건 발언 인용 '정치-인도적지원 분리' 강조
2019-05-21 16:19:16 2019-05-21 16:19:55
[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21일 대북 인도적 지원과 관련 "정치(문제)와 분리해서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보편적인 합의"라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이날 서울 종로구 AW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배고픈 아이는 정치를 모른다'는 1984년 도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에도 인도적 지원단체의 활동을 위축시켜서는 안된다는게 포함되어 있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과거 에티오피아에 대한 식량지원을 둘러싸고 미국 내부에서 상당한 논란이 있었고 정치적인 이유로 지원을 하지 않아 엄청난 아사자가 발생했다"며 "배고픈 아이는 정치를 모른다는 말은 당시 미국 내 인도적 단체들의 주장이었는데, 그걸 레이건 대통령이 수용하며 그 이후 대체로 인도적 지원에 대한 국제사회의 보편적 합의를 상징하는 말로 써왔다"고 설명했다. 북한 식량 사정이 심각한 만큼 북한 주민에 대한 동포애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는 점을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장관은 "인도적 지원은 인도주의라는 원칙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재차 역설했다.
 
그는 또 "대통령께서 국회와 공감대를 갖는 기회가 필요하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고 통일부도 지금 다양한 차원의 의견수렴을 하고 있다"면서 "의견수렴을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실무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들을 준비해나가는 국면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부가 지난 17일 세계식량계획(WFP), 유니세프(UNICEF)의 북한 아동·임산부 영양지원, 모자보건 사업 등의 지원사업에 800만달러 공여를 추진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대북 식량지원 방안을 놓고 고민 중이라는 뜻으로 읽힌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도 전날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 식량)지원과 소위 직접지원 이 부분에 대해서는 국민들로부터 충분한 의견을 수렴해나가면서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다만 정부는 대북 식량지원 관련 북측의 수용의사를 정식으로 확인하는 단계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김 장관은 이산가족 상봉 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갖겠다고도 했다. 그는 "대한적십자사에 등록된 이산가족 13만3000여명 중 5만5000여명이 살아계시고 이 중 90대 이상이 24%에 달한다"며 "화상상봉장도 (보수가) 마무리 됐고, 화상상봉과 대면상봉 등 가능하면 이산가족 문제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해결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성·철원 등 비무장지대(DMZ) 내 평화의 길 조성에 대해서는 "비무장지대와 한강하구, 서해 등에서 일종의 종합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겠다"며 "그 안에는 생태환경적으로 보존해야 할 부분도 있고 역사문화적 부분을 보존하는 등 지역별 특성이 다 있다. 그런 특성을 고려해 좀 더 체계적인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 고위당국자는 자산점검 목적의 개성공단 기업인 방북을 허용한데 대해 "(대북)제재와 관련이 없기 때문에 한미 간에 이 부분에 대해서 계속적으로 논의를 해왔고 '그 정도는 가능하겠다' 해서 승인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기업인 방북을 위해 북측과 추가논의를 진행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지금 수준에서는 '계속 협의 중이다' 정도로 이야기할 수 밖에 없다"고 답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지난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북 식량지원 관련 의견수렴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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