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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봉준호 감독 “‘기생충’, 인간에 대한 예의 말한다”
“2013년 연극 연출 제안 받고 첫 구상, 두 가족 얘기로 돌파구”
“‘황금종려상’ 수상으로 달라진 점? 내겐 이미 지난 과거일 뿐”
2019-05-30 00:00:01 2019-05-30 00:00:01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12세의 영화 감독을 꿈꾸던 소년이 이 트로피를 만질 줄은 상상도 못했다.” 봉준호 감독이 지난 26(현지시간) 폐막한 제72회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에서 자신의 신작기생충으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으며 전 세계에 전한 수상 소감이다. 2000년 영화플란다스의 개로 데뷔한 봉 감독은 첫 작품에서 쓰디쓴 참패를 맛봤다. 하지만 절치부심으로 만든 두 번째 연출작살인의 추억이 흥행 대박을 터트렸다. 지금도 한국영화 100년사 최고 걸작 중 한 편으로 꼽힌다. 자신의 일곱 번째 연출작기생충으로 그는 한국영화 100년 역사 최고 사건의 주인공이 됐다. 본인도 당연하지만 전 세계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수상이었다. ‘기생충을 만든 봉준호 감독을 만났다.
 
봉준호 감독. 사진/CJ엔터테인먼트
 
‘기생충’을 구상한 이유가 궁금하다.
2013설국열차후반작업 즈음으로 기억한다. ‘살인의 추억에서 함께 작업했던 배우 김뢰하가연극 연출해 볼 생각이 없냐고 제안을 했다. 그래서 연극적인 요소를 담은 스토리를 구상하기 시작했었다. 집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이고, 거기에 두 가족이 출연을 한다는 설정을 더했다. 더 발전해 가난한 가족과 부자 가족을 등장시켰다. 지금 돌이켜 보면설국열차의 연장선상에 놓인 스토리로 나아가더라. 하지만설국열차는 규모가 큰 SF영화였고. 그것보다는 좀 더 피부에 와 닿을 규모의 작은 사이즈로 스토리를 맞춰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온 영화가기생충이다. 빈부의 격차를 말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인간의 예의에 관한 문제가 이 영화의 메시지라고 본다.
 
굳이 제목을기생충이라고 정한 이유가 있나.
2013년 제작사와 기획 논의를 한 뒤 2015년까지는 원제가데칼코마니였다. 두 가족이 같지만 자세히 보면 다른 의미로 데칼코마니가 떠올랐다. 그리고 시나리오를 수정 보완하는 과정을 거치면서가난한 가족의 시선 중심으로 스토리를 엮어가기 시작했다. 그 가족이 부자 가족 생활 안으로 침투해 가는 과정을 떠올렸다. 과정이 완성되면서기생충이란 제목을 지었다. 사실 처음에는 가난한 자들에 대한 부정적 의미가 더해질 것 같아서 내부적으로도 반대 의견이 많았다. 그래서 영어 제목인패러사이트로 한 동안 소개가 되기도 했다. ‘패러사이트가 일상적인 영어는 아니기에 그렇게 사용을 했다. 하지만 완성된 이후 단순 명쾌한 제목으로 가는 게 좋을 듯 싶었다. 그래서기생충을 택했다. 사실살인의 추억도 처음에는 굉장히 주변에서 반대가 심했던 제목이었다.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개인적으로 당신의 최고 작품이라 생각하나.
작년 황금종려상이 일본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어느 가족이다. 그 영화를 보고이게 히로카즈 감독의 최고일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글쎄, 아마도 상대적인 것 같다.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당분간은 내가 하지 못할 듯싶다. 다만 만든 사람 입장에선 후회나 그런 것은 상대적으로 가장 적었던 작품이다.
 
충무로 대표 촬영 감독인 홍경표 감독과기생충을 만들면서 세운 철칙이 있나.
영화 자체가 빛으로 하는 예술이기에 빛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빛에서도 빈부의 격차가 많다고 본다. 반 지하 공간에서 보는 빛과 부잣집 거대한 공간의 거실에 쏟아지는 빛. 그 빛으로도 빈부의 격차는 확실하게 느껴진다고 봤다. 그래서 영화 속에 등장하는 빛의 연출은 거의 모두가 실제 자연광을 사용했다. 그 빛을 이용해 만든 장면 중 개인적으로 상당히 슬픈 장면도 있었고 씁쓸한 장면도 있었다. 그리고 그 빛이 종국에는 파국의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장치로도 활용된다. 영화를 보시면 설명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봉준호 감독. 사진/CJ엔터테인먼트
 
반 지하 공간에서 변기가 굉장히 높은 곳에 있다. 신기한 장치 같았다.
그건 의도나 설정이 아니다. 실제로 반 지하 공간에서는 수압 때문에 변기를 그렇게 설치하는 게 맞다고 하더라. 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그런 장면이 많이 나온다. 재미있는 것을 봤는데 영화 속 변기와 같은 위치에 놓인 사진을 두고 사진을 올린 사람이응가의 제단이라고 표현한 것을 본 적이 있다. 굉장히 신기하고 이상한 구조라고 봤지만 그게 실제이다.
 
예술영화라는 선입견이 생길 수도 있을 듯 싶다.
순제작비는 130억원 정도 들었다. 세트와 관련된 예산이 많이 들어갔다. 물과 관련된 예산이 많았고 영화를 4k로 만들다 보니 디지털 제작비도 많이 들었다. 아무리 예술 영화를 만든다고 하더라도 제작비 회수가 감독으로서는 최고의 고민거리다. 내가 좋아하는 스웨덴의 거장 잉그마르 베르히만 감독도 자서전에서제작비 회수가 가장 큰 고민거리라고 하더라. 나도 이번 영화의 흥행을 예측할 수는 없지만 제작비 회수가 가장 고민이다. 누군가에게 손해를 끼치고 싶지는 않다. 현역 감독으로서 계속 영화를 만들고 싶은 욕구가 가장 크다. 이번 영화가 예술과 상업성이 몇 대 몇이다 이렇게 정하고 접근하지는 않았다. 그런 점은 나한테 익숙하지도 않고 그런 점을 저울질 하지도 않는다. 영화를 보고 판단해 주셨으면 한다. 그건 내 몫이 아니라 관객의 몫이다.
 
페르소나로 불린 송강호와의 첫 만남이 화제다.
나도 그 내용을 본 적이 있다. 맞는 부분도 있고 틀린 부분도 있다. 1997년 영화모텔 선인장의 연출부로 나와 장준환 감독이 참여했었다. 그때 우리 둘이초록물고기를 보고 충격을 받은 기억이 있다. 그 영화 속판수로 나온 송강호 선배를 보고도대체 저런 배우가 어디서 나온 것이냐라고 둘이 놀라 했었다. ‘모텔 선인장오디션을 진행 중인데 장 감독과 내가 순전히 팬심으로 전화를 드려 만났던 것이다. 정말 오디션에 대한 이야기는 조금도 하지 않고 커피만 마시고 헤어졌다. 그리고 나의 데뷔작인플란다스의 개후반 작업을 할 때 강호 선배의반칙왕이 함께 개봉했다. 내가플란다스의 개후반 작업을 하던 녹음실에 강호 선배가반칙왕녹음을 하러 와 잠깐 만났었다. ‘모텔 선인장때의 만남을 기억하시더라. 그때의 인연이살인의 추억으로 이어졌다.
 
황금종려상 트로피가 봉준호의 영화 인생을 바꿀 것 같은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미 칸 영화제는 내게 과거일 뿐이다. 칸 영화제 출품 전이나 지금이나 난 달라질 게 없다. ‘기생충은 감독판이나 상영판, 칸 영화제 상영판과 같은 것이 없다. 3월 말 후반 작업을 완료한 버전 그대로 30일 개봉한다. 다시 말하지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은 이제 내게 지나간 과거일 뿐이다.
 
(좌 송강호 (우) 봉준호 감독. 사진/CJ엔터테인먼트
 
계획 중인 차기작이 있나.
국내 프로젝트 하나가 있고 할리우드 프로젝트 하나가 있다. 현재 두 개를 병행하면서 진행 중이다. 규모는 둘 다 그리 크지 않다. 장르도 이번기생충처럼 하나로 정의되기 힘들 것 같다. ‘기생충처럼 이상한 영화가 될 것 같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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