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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국정원 특활비' 박 전 대통령에 '징역 12년' 구형
"뇌물죄 무죄 선고한 원심, 법리오인"…재판부 "7월25일 선고"
2019-06-20 16:38:42 2019-06-20 16:38:42
[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국정농단사건 여죄인 국가정보원 특별활동비 수수 혐의로 추가 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항소심에서 검찰이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20일 서울고법 형사13(재판장 구회근) 심리로 열린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2년에 벌금 80억 원 및 추징금 35억 원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원심은 지난해 7월 뇌물 혐의는 무죄, 국고손실 혐의는 유죄로 판단해 징역 6년을 선고하고 충 수수액으로 인정한 33억 원 추징을 명령한 바 있다.
 
검찰은 원심 판단에서 박 전 대통령이 수수한 국정원 특활비가 국고손실로만 인정되고 뇌물로는 인정되지 않은 점과, 이병호 전 국정원장이 20169월 건넨 2억 원이 국고손실 혐의 수수액으로 인정되지 않은 점에 법리오인의 이유가 있다고 반박했다.
 
검찰 마르셀 모스의 증여론’ 인용해 구체적 청탁 없었어도 뇌물
 
검찰은 “20169월경 이병호 당시 국정원장으로부터 2억 원을 받았는데, 국고 등 손실도 되지 않고 뇌물수수도 되지 않는다고 원심은 판단했다면서 그러나 다른 안봉근 전 비서관에 대한 판결에선 뇌물이 된다고 인정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 사건 본질은 상납이다. 윗사람에게 돈이나 물건 받치는 것이라며 상납의 궁극적 목적은, 직무관련자로부터 편의를 얻기 위한 범죄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은 대통령과 국정원장이 국정원 자금을 단순히 나눠 쓰자는 것에 불과하지 않고, 예산편성 등 다른 편의를 제공할 수 있는 상급자인 대통령에 대한 뇌물이라며 뇌물죄에 무죄를 선고한 원심은 법리오인이 있다고 항소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19세기 후반~20세기 초반 프랑스 사회학자 마르셀 모스증여론을 인용, “뇌물의 제공은 증여다. 주고 돌려받는 게 아니다. 답례 의무가 발생한다. 증여로부터 발생한 금원을 되돌려줄 의무는 법률상 인정되지 않지만, 받는 사람이 답례해야 할 심리적 요구로 받아들여진다. 증여받은 자는 답례하지 않으면 마음이 놓이지 않아 사실상 의무로서 느끼게 된다며 구체적인 청탁이 없었고, 청와대에 대한 국정원의 자금 지원은 관행적으로 이뤄졌으며, 국정원장과 대통령이 공모해 이미 횡령한 특활비를 나눠가졌을 뿐 별도의 뇌물죄는 구성되지 않는다는 등의 원심 판단 이유를 반박했다.
 
검찰은 양형에 대해서도 이 사건은 비밀성을 매개로 이뤄진 국정원과 대통령 상호 간 은밀한 고 부도덕한 유착이 실체라며 국가원수가 재임기간 사익적 뇌물수수로 청렴성과 공정성을 무너뜨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은 이전 정권에서도 해오던 관행으로 알았다고 하고, 직권 비서관에 책임을 전가하는 등 반성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면서 국가 최고운영자들이 저지른 부당행위를 사법적으로 단죄함으로써 대통령과 국정원 간 유착관계를 끊고, 사익을 위해 국가기관을 좌지우지 하는 관행이 되풀이돼선 안 된다는 역사적 교훈을 남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 측 전부 무죄 취지불법영득의사 없었다
 
박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은 사실관계 및 법리 측면에서 모든 공소사실에 무죄가 선고돼야 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변호인은 특별한 보안을 요구하는 특활비가 업무 수행에 필요한지 여부에 국정원장은 광범위한 재량권을 가진다청와대에 교부한 건 보안을 요구하는 구정수행활동에 필요한 지출로 볼 수 있고, 그렇다면 사용목적을 벗어난 위법한 사용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피고인은 특활비 교부과정에 전혀 개입하지 않아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다거나 위법성을 인식하고 교부받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변호인은 국정원장은 사실상 대통령 지시에 따라 업무한다는 관계만으로도, 이 사건 특활비 수수가 직무 관련 대가로 보기 어렵다고 한 원심 판단은 타당하고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다고 했다. 아울러 이전 정부에서도 국정원에서 청와대로 자금 지원한 관행이 있던 걸로 보이고, 피고인은 사업비 교부를 소극적으로 용인했음에도 형사책임은 가혹하다피고인이 2013년 제18대 대통령으로 취임하고 사회발전에 헌신해온 점, 오랜 기간 정치인으로 살면서 정치자금수수로 처벌받은 점이 없는 점, 고령이고 건강상태가 매우 좋지 않은 점도 양형에 참작해달라고 호소했다.
 
재판부는 725일 오후 2시 선고기일을 진행한다.
 
박 전 대통령은 20135월부터 35개월간 남재준·이병기·이병호로 이어지는 당시 국정원장들로부터 특활비 35억 원을 상납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국정농단혐의 본안 사건에서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선고는 이르면 내달 중순 대법원의 최종판단이 나올 전망이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건 2심에서 징역 25년에 벌금 200억 원을 선고받고 상고를 포기했으나, 검찰이 불복해 사건이 대법원에서 가려지게 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7년 8월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54회 공판기에 출석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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