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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욱 변호사의 블록체인 법률이슈 진단)크립토펀드는 불법?
투자자산 가치 인정…제도권 편입 가능성도
2019-06-24 13:13:13 2019-06-24 13:13:13
정재욱 법무법인 주원 파트너 변호사
사기와 유사수신, 다단계 등 여러 범죄와 연루되어 많은 논란을 야기하고 있기는 하지만, 암호화폐의 경우 자금모집(ICO·IEO·STO), 해외 결제와 송금, 자금운용과 투자 등 여러 분야에서 많은 혁신을 불러올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점차 은행과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이 자리하고 있던 전통적 금융영역으로의 유입 내지 침범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암호화폐의 경우 디지털 자산으로서의 가치는 어느 정도 인정받고 있고, 그 결과 이를 활용한 자산 및 자금 운용 또한 주목받고 있다. 크립토펀드(암호화폐펀드, 가상통화펀드 등으로도 불림)가 대표적인데, 이와 관련한 시장조사와 분석기관도 점차 생겨나고 있다.
 
통상 펀드는 집합투자기구를 말하는데, 자본시장 및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상 '집합투자'란 2인 이상의 투자자로부터 모은 금전 등을 투자자로부터 일상적인 운용지시를 받지 아니하면서 재산적 가치가 있는 투자 대상 자산을 취득·처분, 그밖의 방법으로 운용하고 그 결과를 투자자에게 배분해 귀속시키는 것을 말한다. 쉽게 말하면 다른 사람의 자산을 알아서 운용해주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암호화폐 시장에서 여러 크립토펀드를 찾아볼 수 있으나, 위와 같은 자본시장법 상의 집합투자기구로서 펀드(즉, 타인의 자산을 굴려주는 것)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본인 스스로 자신의 자산을 암호화폐로 투자하는 형태를 띤다. 
 
수요는 분명히 있어
 
지난 2018년 자본시장법에서 말하는 집합투자기구 형태의 크립토펀드 조성이 시도된 바 있고, 현재에도 많은 금융권 출신 기업인들이 그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암호화폐도 엄연한 투자자산, 투자대상 중 하나이므로 이를 전문적으로 취급해 운용하는 서비스 수요가 충분히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암호화폐와 관련해 심각한 정보의 비대칭 문제로 인해서 일반 투자자들로서는 백서 정도만을 확인할 수 있을 뿐이고, 백서를 확인한다고 하더라도 기술적 난해함 등으로 이를 이해하기도 쉽지 않다. 시장상황에 대해 분석하고 판단하기도 쉽지 않은데, 특정 암호화폐 프로젝트가 스캠(사기성 프로젝트)인지 아닌지, 기술적으로 가능한 내용인지, 향후 성장가능성도 충분한지, 또 현재 시장상황 등에 대해 전문적으로 살펴보고 투자를 대신 결정해줄 전문가 수요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크립토펀드는 불법?
 
그런데 작년 금융위원회에서는 보도자료를 배포해 속칭 가상통화펀드의 위법성에 대해 경고하고, 관련 서비스를 실시한 기업에 대해서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바 있다. 문제된 상품은 투자자들로부터 암호화폐 중 하나인 이더리움(ETH)을 투자 받아 ICO나 다른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데,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가상통화펀드는 집합투자업의 외형구조를 갖추고 펀드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어 일반투자자들이 자본시장법상 적법하게 설정된 펀드로 오인할 소지가 있다”며 “가상통화펀드는 금융감독원에 등록된 사실이 없고,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있는 투자설명서는 금융감독원의 심사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당시 이런 입장 발표에 대해 업계에서는 금융위가 자충수를 두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펀드에 자금을 납입할 때 원칙은 금전으로 하는 것인데, 크립토펀드는 금전이 아닌 암호화폐(ETH)로 투자금을 받고 있어 구분되고, 자본시장법상 펀드 공모 규제는 증권에 한해서만 가능한데, 암호화페는 증권에 해당하지 않으니 규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은 다소 오류가 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자본시장법상 집합투자는 2인 이상의 투자자로부터 모은 ‘금전등’을 투자자로부터 일상적인 운용지시를 받지 아니하면서 재산적 가치가 있는 투자 대상 자산을 취득·처분, 그밖의 방법으로 운용하고 그 결과를 투자자에게 배분하여 귀속시키는 것을 말하는데(자본시장법 제6조 제5항), 여기서 금전등이라 함은 금전, 그밖의 재산적 가치가 있는 것을 의미한다(자본시장법 제3조).
 
투자대상 내지 투자수단으로 활용되는 암호화폐의 경우, 그 법적 성격이 무엇이냐는 차치하더라도 적어도 재산적 가치는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대법원도 암호화폐의 재산적 가치에 대해서 인정한 바 있다(대법원 2018.5.30. 선고 2018도3619 판결). 따라서 이더리움과 같은 암호화폐로 투자 받는 경우에도 집합투자와 관련한 자본시장법상의 규율은 충분히 적용될 수 있다. 아울러 그 형태나 명칭이 암호화폐라 하더라도 실질적 내용이 증권 개념에 부합한다면, 자본시장법상의 증권으로 인정되어 관련 규정이 적용될 수 있다. 보도자료에서 자세히 다루지는 않았지만, 금융당국도 이러한 전제 하에 크립토펀드에 대해 자본시장법 위반이 문제될 수 있다고 결론 내린 것으로 추측된다. 
 
암호화폐, 펀드 투자자산으로 편입 불가능?
 
규정상으로는 불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물론 크립토펀드, 혹은 암호화폐펀드 등을 조성할 때 자본시장법상 규율을 무시하고 진행한다면 자본시장법 규율 위반으로 처벌을 받을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자본시장법상의 규율을 잘 준수한다면 충분히 합법적인 크립토펀드는 조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기존에 인가 받은 집합투자업자들이 암호화폐를 취급하는 것을 막거나 금지할 근거는 희박해 보인다. 암호화폐의 재산적 가치가 인정되고 있는 만큼 이를 전문적으로 취급하고 운용할 기관의 출현을 억지로 막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해 보이지도 않는다. 한편으로는 아무런 라이선스나 투자자보호장치 없이 자산을 운용해주는 것을 막고, 다른 한편으로는 크립토펀드를 제도권에 포섭시켜 규율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정재욱 변호사는 국내 대형로펌 중 하나인 법무법인 세종(SHIN&KIM)을 거쳐 현재 법무법인(유한) 주원의 파트너 변호사로 재직하고 있다. 주원 IT/블록체인 TF 팀장을 맡으며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핀테크, 해외송금, 국내외 투자 및 관련 기업형사 사건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아울러 서울지방변호사회 법제이사를 거쳐 현재 대한변호사협회 상임이사(교육이사)로 활동하고 있고, 대한변호사협회 IT블록체인 특별위원회 부위원장, 사단법인 블록체인법학회 발기인 및 학술이사, 한국블록체인협회 자문위원 등으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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