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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목조목 따지는 기관 주주서한에 기업은 '골치', 주주가치는 'Up'
"주주제안 내용에 따라 기업가치 증대 가능"
2019-06-25 01:00:00 2019-06-25 01:00:00
[뉴스토마토 신송희 기자] 국민연금이 올해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지침인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뒤로 정기주주총회 시즌이 아닌데도 기관들의 주주권 행사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이미 일부 자산운용사들이 문제가 있는 사업에 주주서한을 활용해 브레이크를 거는 바람에 기업은 골머리를 앓고 있지만 개인은 주주가치 향상에 환호하고 있다.
 
24일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이날까지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기관투자자는 총 99개사다. 세부적으로는 자산운용사가 35개사로 가장 많고 사모펀드(PEF)운용사가 31개사로 그 뒤를 잇고 있다.
 
스튜어드십코드는 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으로 중장기적 측면에서 투자대상 기업의 가치 향상을 유도함으로써 고객과 수익자의 중장기 이익을 도모하는 기관투자자의 책임을 의미한다.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기관투자자는 기업의 유상증자 결정, 신규 사업 등 이슈가 발생할 때 주주관여 활동으로 회사의 해명 자료를 요구할 수도 있다.
 
제도 시행 이후 주주권 행사를 가장 많이 공시한 운용사는 KB자산운용이다. 올해에만 광주신세계, KMH, 인선이엔티, 에스엠 등 4개 상장사에 주주서한을 보냈고, 총 6건의 답변서한을 받았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넥센과 세방, 영원무역홀딩스에 주주서한을,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태평양물산에 전달했다.
 
주주서한을 통한 기관투자자들의 공개 질의에 응해 적극적으로 기업가치 개선을 이행하는 기업이나, 미래 청사진을 제시하는 기업들의 주가는 대부분 상승으로 이어졌다.
 
앞서 미래에셋자산운용이 태평양물산에 기업가치 개선을 요구한 날(1월28일 종가 2540원)부터 이 회사의 주가는 상승세를 타 현재 3000원을 웃돌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높은 부채비율에 따른 이자비용 부담으로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며 “본사사옥 및 유휴자산 매각 후 재임대 등을 통해 부채비율을 낮출 경우 기업가치 개선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태평양물산 측은 이에 대해 “본사사옥 매각에 따른 이자비용은 감소할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회사부담이 가중된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자회사의 미래가치, 더 나은 방향으로 수익창출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추가로 전달했다.
 
골프존은 작년 초 KB자산운용으로부터 주주서한을 받은 이후 꾸준한 협의를 거쳐 지난 4월에 답변을 보냈고, 주가는 올해 초와 비교해 2배 이상 올랐다. KB자산운용은 “골프존에 주주서한을 통해 브랜드로열티와 IGS비용(경영자문 수수수료 등)을 낮추고, 주주환원을 높일 것을 촉구한 결과 향후 배당수익률 5%를 기준으로 하는 배당정책 수립, 브랜드 로열티율 인하 등 성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지배구조연구소 관계자는 “주주제한의 내용이 배당이나 사업의 가치와 직결된 부분이라면 하나의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반면 그 대상이 주주가치를 훼손시킬 만한 문제와 관련이 있다면 시장도 이를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KB자산운용
현재 주주서한 질문에 대한 답변을 준비 중인 에스엠도 주목받고 있다. KB자산운용용은 지난 5일 “에스엠은 영업이익 46% 규모의 인세를 (이수만 총괄이 지분 100%를 갖고 있는)라이크기획에 지급하고 있다”며 “레스토랑, 와이너리, 리조트와 같이 본업과 무관한 사업을 무리하게 지속해 적자가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에스엠은 실행 방안 마련을 위한 대책을 논의 중이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스튜어드십코드는 말 그대로 강제성 없는 자율지침일 뿐 결국 선택은 기업의 몫”이라며 “다만 최근 늘어나고 있는 주주제한은 기업의 내부거래에 대한 문제점을 드러냈고 이에 대한 대책 마련 등은 주주가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KB자산운용이 에스엠에 보낸 주주서한에서 문제점으로 지목한 사업 중 하나인 청담동 레스토랑 'SMT 서울'. 6년 동안 누적 211억원의 적자를 기록 중이다. 사진/KB자산운용
 
신송희 기자 shw1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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