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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낮잡아 보던 '사법농단' 법관들, 헌재에 'SOS'
'검찰 피신조서'·'직권남용죄' 등 잇따른 '위헌법률심판' 결정 주목
2019-06-27 06:00:00 2019-06-27 06:00:00
[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헌법재판소를 누르고 우위를 점하기 위해 각종 불법을 저질렀다는 의혹을 받는 '사법농단' 연루 전직 고위법관들이 헌재에 자신들의 운명을 맡겼다. 뿐만 아니라 재판을 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전 국가정보원장들에 대한 유무죄 판단 전제도 헌재가 틀어쥐고 있다. 
 
사법농단에 연루돼 재판 중인 유해용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지난 24일 헌법재판소에 검찰의 피의자 소환과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력을 규정한 형사소송법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청구서를 접수했다. 앞서 지난 4월 담당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재판장 박남천)에 신청한 위헌심판이 이달 초 기각되자 이번엔 헌재에 직접 판단을 구한 것이다.
 
유 전 판사 측은 심판 대상 조항이 검찰의 피의자 소환을 막연하고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어 사실상 무제한소환도 가능하고, 그렇게 조사한 결과물인 피의자신문조서가 광범위한 증거능력을 인정받고 있어 방어권을 침해한다고 보고 있다. 유 전 판사만의 주장은 아니다. 사법농단 수사 중 검찰 조사를 받은 대다수 법관들 사이에선 그간 검찰 피신조서로 재판해온 관행이 잘못됐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도 같은 주장을 했다. 헌재의 위헌심판 결과에 따라 이미 기소됐거나 징계 예정인 법관들도 희비가 갈릴 전망이다.
 
100억여 원대 뇌물 수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항소심 중인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전날 서울고법 형사1(재판장 정준영)에 신청한 위헌법률심판도 주목된다. 자신에게 적용된 혐의 중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목에 대한 판단을 구했다. MB정부 시절 군 댓글공작 혐의로 기소된 배득식 전 기무사령관도 이미 같은 취지의 심판을 신청했고, 김관진 전 국방부장관도 신청 예정이다.
 
특히 직권남용죄 시비의 쟁점은, 본래 직권남용죄는 민간인에 대한 공무원의 직권남용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조항인데, 상급공무원이 하급공무원에게 내린 업무지시를 직권남용으로 볼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를 주 혐의로 적용받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도 법정에서 같은 의문을 제기한 바 있어 직권남용 위헌시비는 사법농단 법정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 전 대통령 측 역시 재판부에서 위헌심판이 기각되면 헌재에 직접 심판을 청구할 공산이 크다. 굵직한 사건의 법리 판단이 결국 헌재 손에 달릴 전망이다. 아이러니한 건 검찰이 공소장에 적시한 사법농단의 주된 목적이 대법원의 위상 강화였다는 점이다. 전직 사법부 수뇌부가 대법원 위상 강화를 위해 행정부와 입법부를 상대로 한 행위들도, ‘재판 지연비판을 감수하며 제기한 법률적 문제들도, 결과적으론 헌재의 위상을 강화하는 모양새를 띄게 됐다.  
 
헌법재판소 전경. 사진/헌재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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