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숙의 파리와 서울 사이)낭비사회에서 절약사회로
입력 : 2019-07-09 06:00:00 수정 : 2019-07-09 06:00:00
지난 4일, 충남 태안 앞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는 어민들은 조업에 나서는 대신 바다 쓰레기를 주워 모아야만 했다. 바다가 ‘물 반, 쓰레기 반’으로 뒤덮여 도저히 조업을 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어민들이 건져 올린 쓰레기는 금세 배 위에 태산과 같이 쌓였다. 돗자리, 비닐장갑, 페트병, 스티로폼, 플라스틱조각, 담배꽁초 등 종류도 다양했다. 어민들이 오죽했으면 하루 고기잡이 수입을 포기한 채 쓰레기를 주워 모으러 나섰을까.
 
하지만 해양 쓰레기와의 전쟁은 절대 어민들만의 힘으로 치를 수 없다. 하루 이틀 만에 해결될 일도 아니다. 한쪽에서는 쓰레기를 줍는 와중에 다른 한쪽에서는 끊임없이 낭비하고, 몰지각하게 버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와 지자체가 전면에 나서서 국민들의 동참을 이끌어내지 않는다면 이 전쟁은 백전백패일 게 뻔하다.
 
프랑스는 환경을 지키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전면에 나섰다. 먼저 정부는 낭비(gaspillage)와의 전쟁을 치르기 위해 순환경제에 관한 법을 제정할 방침이다. 지난 3일 브륀 프와르송(Brune Poirson) 환경부 장관은 국무회의에서 반(反)낭비법을 발표했다. 이 법은 상원에서 오는 9월 말 검토될 예정이다. 프랑스 환경정책 모델의 진정한 변화를 예고하는 이 법은 플라스틱 오염과의 전쟁도 포함하고 있다.
 
프와르송 장관은 프랑스 JDD(일요신문)와의 인터뷰에서 “낭비사회에서 절약사회로 전환하고, 환경을 소중히 해야 할 시기가 왔다. 쓰레기야말로 사실상의 도전임을 절감한다”라고 밝혔다. 그는 “소비를 줄일 뿐만 아니라 필요 없는 포장은 삼가하고, 재사용과 재활용을 권장해야 한다. 이를 순환경제라고 부른다. 지금 우리는 만들고, 쓰고, 버리는 반복된 소비생활에 젖어있다. 순환경제는 그 반대다. 사람들은 상품을 사용하고, 수리하고, 재사용하고, 재활용한다. 이는 성장이냐 후퇴냐는 비생산적인 논쟁에 대한 하나의 대답이다. 따라서 이 법은 환경정책의 전환적 국면을 맞이하게 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JDD는 10개월 전 니콜라 윌로(Nicolas Hulot) 전 환경부 장관이 엄청난 로비에 직면해 자신의 뜻을 관철할 수 없자 전격 사임한 것을 프와르송 장관은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물었다. 그녀는 “나는 니콜라 윌로 곁에서 많이 배웠다. 그러나 작은 한 걸음을 내딛느냐 큰 한걸음을 내딛느냐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어떤 속도로 얼마만큼 가느냐다. 나 역시 엄청난 로비에 직면해 있다. 쓰레기처리는 하나의 진짜 도전이다. 이 분야는 폐쇄적으로 처리하는 관행이 있어 프랑스에서 가장 불투명한 분야 중 하나다. 반낭비법은 이런 관행을 청산하고 뒤쳐진 프랑스가 다른 유럽국가를 따라잡기 위한 것이다”라고 답했다.
 
글로벌 환경단체 WWF(World Wildlife Fund)의 올해 보고서를 보면 프랑스는 재활용면에서 유럽연합 국가 중 성적이 부진하다. 단지 플라스틱 쓰레기의 20%만을 재생시키고 있다. 이를 2025년까지는 100%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여기에 동참하고 있는 쓰레기 재활용업체 시테오(Citeo)의 총괄 디렉터 장 오르넹(Jean Hornain)은 “재생 가능한 것들은 자원이지 쓰레기가 아니다. 따라서 재활용해야 한다. 이것들을 쓰레기통에서 발견하는 것은 낭비고, 길거리에서 발견하는 것은 재앙이다”라고 말했다.
 
지자체도 마찬가지로 쓰레기와 전쟁을 치르고 있다. 프랑스의 주요 도시인 보르도와 리옹은 담배꽁초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특히 리옹은 공공장소에서의 금연을 법적으로 강요할 수 없자 제를랑(Gerland)·베르주(Berges) 공원과 에두아르 에리오(Edouard Herriot) 항구를 ‘담배꽁초 제로’ 구역으로 만들기로 결정했다. 머리 부분이 오렌지색인 긴 원통형 재떨이를 설치해 담배꽁초를 수거하고 에코메고(EcoMegot) 회사가 이를 모두 재활용 처리할 계획이다. 토양과 해양의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30만 개의 담배꽁초를 모으는 것이 목적이다.
 
에코메고의 간부 리자 뒤빌라르(Lisa Duvillard)는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청소미화원들이 담배꽁초를 치울 것이라는 생각에 그만 땅바닥에 버린다. 그러나 꼭 그렇지 않다. 담배꽁초들은 도랑이나 하천으로 향한다. 사람들이 담배꽁초를 하수구 구멍에 버릴 때도 마찬가지다. 담배꽁초 하나는 500리터의 물을 오염시키고 대서양을 뒤덮는 4대 쓰레기 중 하나”라고 설명한다.
 
환경오염 해결은 이제 하나의 선택지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투쟁이 되었다. 어민의 힘만으로도, 정부와 지자체의 힘만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일이다. 한국 정부는 이 사태의 심각성을 캠페인을 통해 알리고 프랑스처럼 지금의 경제체제를 순환경제로 전환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이제 더 이상 낭비는 미덕이 아니다. 간편한 포장으로 쓰레기를 줄이고 재사용과 재활용할 수 있는 생활을 몸에 베이게 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쓰레기 재앙 속에 갇히게 될 것이다.
 
태안 앞바다의 오염을 보라. 작게는 어민의 생사를 위협하고 크게는 해양 생태계, 나아가 아름다운 자연풍광을 모두 해치고 있지 않는가. 프와르송 장관의 말처럼 낭비사회에서 절약사회로 전환하고 환경을 소중히 해야 할 시기는 다름 아닌 바로 지금이다.
 
최인숙 고려대 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 연구교수·파리정치대학 정치학 박사(sookjuliette@yahoo.f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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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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