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장기전략' 방점…일본 협상테이블 끌어낼까
가의2 신설로 '백색국가' 제외…"일본과 상황 달라" 맞대응 경계
입력 : 2019-08-12 18:06:42 수정 : 2019-08-12 18:06:42
[뉴스토마토 강명연 기자] 12일 정부가 일본을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한 것은 한일 무역갈등 장기화를 대비하는 포석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난 2일 일본이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으로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한 상황에서 한국 역시 일본을 상대로 협상력을 높일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앞서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일본의 수출 규제 대응 수단으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가 사실상 유일하게 거론됐지만 최근 급격한 상황 변화가 생겼다는 의미다.
 
다만 정부는 백색국가 제외라는 사실상 맞대응 카드를 꺼내들면서도 일본에 대한 상응조치는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한국이 일본을 대상으로 수출규제 조치를 하게 된 이유가 일본과 전혀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이 대한국 수출 규제 과정에서 한국과 협의를 거부한 채 일방적·차별적인 태도를 일관한 결과 오히려 일본에 대한 안보상 신뢰관계가 깨졌다는 취지다. 다만 표면상으로 우리 정부가 일본의 대한국 수출규제에 상응하는 조치에 착수한 만큼 양국 간 통상분야 전면전은 불가피하게 됐다.
 
제작/뉴스토마토
 
이날 정부가 발표한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개정안의 핵심은 일본을 가 지역에서 제외하는 것이다. 가 지역은 고시상 4대 국제 수출통제체제에 모두 가입한 국가로, 일본의 백색국가에 해당된다. 정부는 가 지역을 가의1, 가의2로 세분화하고 일본을 가의2 지역으로 분류했다. 앞으로는 나 지역과 함께 총 3개 지역으로 전략물자 수출지역을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설명하는 가의2 지역 구분 이유는 국제수출통제체제상 기본 원칙을 준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출통제 제도는 국제 평화와 안전 유지를 위해 운영되지만 민간의 정상적인 거래를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운영하도록 규정돼 있다. 
 
정부는 일본이 구체적으로 어떤 점에서 기본 원칙을 지키지 않았는지에 대해서는 거론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최근 반도체 등 핵심소재 3개 품목에 대한 대한국 수출규제와 화이트리스트 제외 등의 잇따른 조치를 원칙 훼손의 사례로 정부는 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 정부는 지난달 1일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이후 일본이 사실과 다른 근거를 들어 차별적인 무역보복 조치를 하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또 우리 정부는 일본과 협의를 원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지만 일본이 양국 협의를 외면한 채 일방적으로 수출규제를 강행했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이러한 일본의 자유무역주의 훼손으로 오히려 일본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가 무너졌다고 정부는 일본을 강하게 비판해왔다.
 
한국과 일본이 양국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 결정까지 처한 상황은 다르지만 한국 정부가 일본의 대한국 백색국가 제외에 대응하는 조치에 착수했다는 점에서는 맞대응으로 볼 수 있는 측면도 있다. 
 
이번 조치가 한일 무역갈등 장기화에 대비하는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일본이 화이트리스트 제외로 한국에 대한 추가 규제 카드를 쥐게 된 상황에서 정부는 일방적인 불확실성을 피할 필요가 있는 셈이다. 일본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오기 위한 카드로도 거론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본이 백색국가를 제외했음에도 맞대응하지 않으면 우리 경제는 정보 등 비대칭 문제를 겪게 된다"며 "일본에서 우리 쪽으로 수출을 금지할 수 있는데 우리쪽에서만 물건이 넘어가는 건 맞지 않기 때문에 대응조치는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성한경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본 입장에서도 양국이 불확실성이 커지면 불리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WTO에서 맞대응으로 비치지 않기 위해 일본이 거론하듯 우리도 안보상 이유로 규제한다는 식으로 같은 수준에서 대응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세종=강명연 기자 unsai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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