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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서거 10주기)미래지향적 한일관계로 반전시킨 실리주의 '김대중정부'
외환위기 속 한일협력 필요성 인식…북일평양선언·한류열풍 등 성과
2019-08-16 06:00:00 2019-08-16 06:00:00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한일관계가 극한 갈등으로 치달으면서 정치권에서 한일관계를 미래지향적 관계로 반전시킨 김대전 전 대통령의 혜안과 리더십을 그리워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역대 한일관계가 가장 좋았던 시절로 김대중정부를 꼽고 있는 가운데 과거 김대중정부의 '실리주의' 정신에 따른 한일관계 개선 해법을 되짚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 일본 경제보복 조치의 배경으로 지목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는 뿌리 깊은 한일 과거사 갈등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역대 정권은 그동안 경제적 이익과 과거사 청산 등 각각의 지향점으로 대응법을 달리 했다. 박정희정부와 전두환정부 등 보수정부에서는 대체로 경제 부흥에 초점을 맞춰 일본과 국교를 정상화하는 등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했다. 한일기본조약과 한일청구권협정을 비롯한 5개 조약이 이때 맺어졌다.
 
하지만 김영삼정부 때부터 일본과 마찰이 심화되기 시작했다. 하시모토 류타로 일본 총리 집권기가 되면서 일본의 과거사 반성 기조가 역행하기 시작했고 이 때문에 김영삼 전 대통령은 "이번 기회에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며 대일 강경 행보를 보였다. 이 때 김 전 대통령은 식민 통치의 상징인 조선총독부 건물을 철거했다. 이후 양국은 독도·위안부·어업문제 등을 놓고 마찰이 계속됐고, 특히 일본의 한일 어업협정 파기 통보로 관계는 더욱 악화된 상황으로 갔다.
 
이런 상황에서 김대중정부가 들어섰고 당시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라는 심각한 경제 상황에 직면한 때였다. 김대중정부는 경제위기 극복의 필요성과 남북화해협력이라는 대북정책 기조속에서 일본과 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다. 당시 정부 입장에서는 국익을 위해 '세계 제2의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한 일본'과의 교류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이 때 김대중 전 대통령은 오부치 게이조 전 일본 총리와 당시 '21세기 한일 공동 파트너십'을 선언했는데 바로 '김대중-오부치 선언'이다. 양국은 과거를 직시하되 미래지향적인 '파트너십' 선언을 함으로써 일본은 식민 지배에 대한 반성과 사죄의 입장을 밝혔고, 우리 정부는 화해와 용서로 호응했다. 과거사를 전면에 내세워 한일 간의 장애를 만들기보다는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수립하자는데 서로 의견이 맞아 떨어졌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선언이었다.
 
아울러 김대중정부는 일본과 공동선언을 통해 북한의 개혁·개방을 지향했다. 2000년대 초반에 북일대화가 급속도로 전개됐는데 당시 김대중정부의 대북정책인 '햇볕정책'에 미국 클린턴 행정부가 화답하면서 일본 고이즈미 정부도 동참했다. 그 결과 제1차 남북정상회담(2000년 6월) 개최 후 2년여만인 2002년 9월 고이즈미 총리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간의 제1차 북일 정상회담이 개최됐고 '평양선언'이 결과물로 나왔다.
 
대중문화 개방으로 한류 열풍의 단초를 마련한 것도 김대중정부 때다. 김대중정부는 화해 협력의 구체적인 실천으로 일본의 대중문화를 국내에 개방했다. 국내의 거센 반대 여론을 무릅쓰고 내린 결단이 현재 한류의 출발점이 된 것이다. 한국에 애니메이션과 드라마, 게임 등 분야를 중심으로 일본 문화가 유입됐고, 일본에서는 한국 드라마와 음악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한류 열풍이 일어나게 됐다.
 
김 전 대통령의 강연을 통한 공공외교도 한일관계 개선에 주요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전 대통령은 1998년 10월 일본 국회에서 연설을 통해 일본과 과거사 갈등에서 벗어나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를 추진하고 일본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협력자임을 강조했다. 최상용 주일대사 등을 통해 양국 소통·교류의 장을 넓혔고 한국에 대한 호감도를 높이는데 주력했다.
 
정치권에서는 김대중정부의 대일정책이 한일관계를 미래지향적인 관계로 재설정하는 역할을 했다고 입을 모은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앞서 '김대중 전집' 30권 완간 출판 기념회에서 "김 전 대통령의 혜안과 리더십을 거울삼아 한일 갈등이 격화한 현 상황에 슬기롭게 대처해나가야 한다"고 밝혔고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는 "지금이야말로 김 전 대통령의 외교 철학을 새삼 되돌아볼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98년 10월8일 일본 총리관저 연회장에서 열린 만찬행사에 참석해 오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와 건배하고 있다. 사진/김대중 도서관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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