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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변신’ 배성우 “귀신? 난 벌레가 제일 무서워”
데뷔 첫 주연 ‘구마 사제’ 캐릭터…”이번에는 공감형 인물”
“평생 살면서 가위만 1500번 경험…귀신 보단 벌레 공포”
2019-08-21 00:00:00 2019-08-21 00: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아나운서 배성재의 형으로 불려왔었다. 하지만 이제는 배우 배성우의 동생으로 아나운서 배성재가 불리고 있다. 길고 긴 무명의 시간을 보낸 배성우다. 그는 한동안 충무로에서 극히 한정된 이미지로 소비돼 왔다. 험악하고 추악하고 무서운 인물이었다. 또 한 편에선 코믹하고 웃긴 모습으로만 사용돼 왔었다. 그래서 배성우가 영화 변신에서 구마 사제 중수로 출연을 결정했을 때 의외였다. 물론 드라마 라이브를 통해 공감이 되는 인물을 소화한 경험은 있다. 그는 앞서 언급한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제시형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드라마 라이브이후부터 대중들의 공감을 자극해 나가는 연기로 확장된 면이 있다고 감사해 했다. 영화 변신속 구마 사제 중수역시 공감형에 가까운 인물이다. 판타지와 공포가 뒤섞인 장르에서 그는 연기 인생 처음으로 극 자체를 끌고 가는 중심으로 들어갔다. 이제 그는 공감형 연기에 한 가지 더 얹게 됐다.
 
배우 배성우. 사진/(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영화 변신개봉을 며칠 앞두고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배성우는 특유의 유머스러움과 달변으로 분위기를 이끌어 갔다. 새 영화 촬영을 위해 최근 호일 파마를 했다며 쑥스러워한다. 이날의 분위기는 영화 베테랑속 우스꽝스런 범죄자 캐릭터에 상당히 가까웠다. 반면 변신속에선 웃음끼를 쏙 뺀 건조한 배성우로 출연한다. 무게감을 들인 캐릭터를 연기해 본 경험이 있지만 이번만큼은 아니었다.
 
“‘변신제작자와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어요. 지난 해 초 라이브촬영 중인데 제안을 받았죠. 드라마 촬영 중이고 정신도 없고 확답을 줄 상황도 아니고. 사실상 거절했어요. 그런데 드라마 끝날 때까지 기다리더라고요(웃음). 김홍선 감독이 연출로 확정되시고 각색을 하셨죠. 원래 제가 받은 시나리오는 지금과는 전혀 달랐어요. 제 역할인 중수는 더 건조했죠. 원래는 사건 중심이었는데 가족 중심으로 바뀌면서 많이 뜨거워진 거에요.”
 
변신에서 배성우는 성동일과 함께 투톱 체재를 구축했다. 성동일은 김홍선 감독과 그의 전작 반드시 잡는다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그 인연이 이번 작품으로까지 이어진 듯 싶다. ‘반드시 잡는다에서 성동일과 호흡을 맞춘 중견 배우 백윤식도 이번 변신에서 카메오로 출연한다. 모두가 김홍선 사단이라고 불릴 정도로 충무로 찰떡 궁합들이다. 배성우의 합류는 어떤 과정이었을까.
 
배우 배성우. 사진/(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작자와의 친분이 작용했죠(웃음). 사실 캐스팅은 제가 제일 먼저에요. 다른 분들은 정말 김홍선 감독 하나만 보고 이 작품에 합류한 분들이 되게 많아요. 같이 작업해 본 김홍선 감독은 내가 아는 한 가장 성실한 사람 중 한 명이에요. 저 역시 출연을 결정했었지만 김 감독과의 대화를 통해 이 정도로 영화에 미친 사람이면 뭔가 일을 내겠다싶었죠. 믿음이 가더라고요.”
 
변신은 최근 충무로에 유행처럼 등장하고 있는 오컬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우선 배성우가 연기하는 중수가 구마 사제로 설정돼 있다. ‘구마 사제라고 하면 충무로에서 가장 인기를 끌었던 영화 검은 사제들이 떠오른다. 할리우드에선 걸작으로 불리는 엑소시스트가 있다. ‘오컬트란 장르 자체도 최근에는 익숙한 느낌이다. 배성우 입장에선 분명히 차별화를 둬야 했다.
 
출연 결정을 한 뒤 구마 사제가 나온 영화들은 굉장히 많이 보려고 노력했죠. 그런데 변신은 소재에서 구마행위가 나오긴 하지만 그게 메인은 아니었죠. 사실 그 장면도 영화 시작 초반에 딱 한 번 나와요(웃음). 오컬트라기 보단 가족 얘기이고, 사제 역시 가족의 일원으로서 감정 갈등을 느끼게 하는 스토리가 신선했어요. 공포? 오컬트? 동일 형님도 마찬가지였지만 저도 서스펜스가 좀 강한 가족 새드 무비라고 부르고 싶어요. 사실 가족들이 모두 서로에게 어느 정도의 죄의식은 갖고 살잖아요. 그 점을 좀 부각시키자 싶었죠.”
 
배우 배성우. 사진/(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결과적으로 그 점이 변신에선 가장 큰 장점이 될 수도 있었고, 반대로 배우들 입장에서도 가장 우려스러울 단점이 될 수도 있었다. 특히나 배성우 그리고 그의 상대역이 될 성동일은 모두 코믹한 연기와 이미지가 상당히 강한 배우들이다. 두 배우가 한 번에 한 작품에서 평소 대중들이 느끼는 이미지와는 다른 연기를 선보이는 것을 대중들은 어떻게 받아들 일지가 관건이다.
 
그 점은 저도 완벽하게 동의를 해요. 그래서 저 역시도 연기의 톤 조절을 안 하려고 노력했어요. 제가 해석하려고 들지 않았어요. 감독님이 디렉션을 주시는 대로 맞춰서 연기를 했죠. 제가 어떤 해석을 하면 의도가 나오게 되고, 의도가 나오면 결국 감정이 드러나게 되잖아요. 배성우가 감정을 드러내고 연기를 하는 게 아니라 중수가 어떤 감정을 갖고 행동하는 지에 대한 것을 관객들이 느끼실 것이라고 생각해요.”
 
배성우 자체가 이 영화에서 초자연적인 존재와 싸우는 구마 사제이기에 그런 경험치에 대한 관심도 궁금했다. 더욱이 영화 현장에선 이런 장르의 작업 과정에선 배우들이나 제작진이 어떤 경험을 하기도 한다는 루머는 상당히 많았다. 아쉽게도 변신현장에선 그런 경험은 전혀 없었단다. 반면 배성우는 개인적으로 꽤 고통스런 경험을 아주 오랫동안 자주 해왔다며 웃었다.
 
배우 배성우. 사진/(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가 가위 전문이에요(웃음). 지금까지 살면서 가위를 1500번 이상을 눌렸어요. 한 번은 버스에서 졸다가 가위에 눌린 적도 있어요. 하하하. 그런데 그렇게 자주 가위에 눌리면서도 한 번도 이상한 존재나 귀신을 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별로 무섭단 생각은 안 해요. 사실 이번 촬영에서 제일 무서웠던 건 벌레였어요. 제가 벌레 공포증이 있는데, 그 분(벌레)들을 조련하시는 분들이 실제로 따로 계세요. 정말 놀랍죠(웃음). 아우 진짜 지금 생각해도. 하하하. 제가 이렇게 생겼는데 벌레는 정말 하하하.”
 
한국영화와 드라마에서 남자 주인공이 사제복을 입고 나오면 흥행과 시청률이 뛰어 오른다는 기묘한 법칙이 존재한다. 배성우는 법칙에 대해 쑥스러운 듯 크게 웃었다. 그는 격하게 손사래를 치며 자신은 빼달라고 부탁한다. 물론 변신이 자신의 첫 번째 주연작이기에 좋은 평가를 받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잊지 않았다. 또한 사제에 대한 평소 기억도 전했다.
 
배우 배성우. 사진/(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사실 사제복 자체가 그렇게 낯설지는 않았어요. 동갑 사촌 중에 실제로 신부님이 계세요. 이번에 영화에서 입고 나온 사제복은 아주 잘 맞춰서 멋지게 나온 것 같긴 한데 하하하. 현장에서 가톨릭 신학 공부를 하신 분이 여러 가지 조언을 해주셨어요. 그 분에게 왜 사제가 안됐냐물어 보니 거룩하지 않아서라고 되게 유쾌하게 말씀하시더라고요. 그 말이 너무 재미있어서 영화에서도 실제로 사용했어요. 제 사제복 이미지가 거룩해 보이진 않더라도 저 같은 사제 캐릭터도 있구나하고 재미있게 봐주시면 저야 너무 감사하죠. 하하하.”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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