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숙의 파리와 서울 사이)교육의 구조적 병폐
입력 : 2019-09-10 06:00:00 수정 : 2019-09-10 06:00:00
전쟁을 방불케 했던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지난 7일 새벽 가까스로 막을 내렸다. 보수와 진보의 갈등이 절정에 달한 이번 사태는 우리에게 적지 않은 과제를 남겼다. 인사청문회 자체가 안고 있는 폐단은 말할 것도 없고 현행 한국 교육시스템이 얼마나 큰 병폐를 안고 있는지가 고스란히 공개됐다. 청문회를 지켜본 많은 이들이 '자녀 교육의 기회마저 특권층끼리 주고받으며 부정을 일삼는 한국사회'라고 푸념했다. 문재인정부가 취임 초기 내걸었던 "기회는 모두에게 공정하게 돌아갈 것"이라는 슬로건은 좀처럼 달성하기 어려운 과제로 보인다. 기본적인 교육에서부터 특권층 자녀가 많은 기회를 가져가는 세상에서 무슨 공정을 이야기할 수 있단 말인가. 더 많은 젊은이들이 불공정의 깃발을 들고 거리로 뛰쳐나가기 전 현 정부는 교육개혁을 서둘러야 한다.
 
조 후보자의 딸이 이른바 '스펙'을 관리해 온 일련의 과정을 보면 한국 교육제도가 그간 얼마나 개악을 일삼았는지 알 수 있다. 스펙을 쌓기 위해 케냐·몽골을 가고, 고등학교 2학년 때 의학논문 제1저자로 올라가고, 동양대 총장상을 받고, 서울대 법학연구소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십을 하고…어디 이뿐인가. 고려대 입학 후 서울대 환경대학원에 진학한 다음 다시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옮겼다. 평범한 시민들 입장에서 보면 참으로 기이한 과정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쳐 원하는 목적지에 도달한 조 후보자의 딸을 비난할 생각은 그리 많지 않다. 이런 사람이 한 두 명이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국 교육제도의 허점을 교묘히 이용한 사람들을 색출하고, 진정한 교육 기회균등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
 
교육제도가 사회 문제로 비화되고 있는 것은 비단 우리만의 일이 아니다. 프랑스도 교육 불평등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어 개혁을 외치지만 말처럼 쉽지가 않다. 프랑스 7대 불평등 중 2개가 교육문제로 꼽힌다면 얼마나 심각한 것인가. 7대 불평등은 소득, 유산, 초등교육, 성별, 건강, 지역, 대학교육이다.
 
현재 프랑스 학생 중 20여만 명은 바깔로레아(대학입시자격시험)를 치기 전 학업을 포기한다. 이러한 학생들의 50%는 부모가 노동자다. 학업을 포기하는 이유는 진로 선택과 학교공부가 불일치하기 때문이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노동자 출신 가정의 청소년들은 대학 진학률이 저조해 30%에 머물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공과대학이나 프레파(Prepa·그랑제꼴 입시준비반)와 같은 선별과정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이 과정에 들어서는 노동자의 자녀는 6%, 평사원의 자녀는 10.1%인 반면, 중산층 자녀는 50%를 넘는다. 명문인 프랑스 고등사범학교는 더욱 심하다. 이 학교 정원의 2.7%만이 노동자 가정 출신이고, 55% 이상은 고위 간부의 자녀다. 프랑스의 거물급 정치인들이 졸업한 에나(Ecole nationale d'administration·프랑스 국립행정학교)도 마찬가지다. 이 학교의 학생들은 노동자와 사무원의 자녀가 4.4%이고 고위간부나 변호사, 검사, 교수의 자녀가 68.8%다.
 
이처럼 프랑스의 3대 모토 중 하나인 평등은 교육에서부터 무너져 내리고 있다. '탁월함(excellence)'의 대명사인 엘리트 학교에는 20여 년 전부터 고위 간부와 지식인의 자녀가 50% 이상을 차지해 왔다. 이들은 노동자의 자녀들 보다 8배, 사무원 자녀들보다 5배 많다. 반면 1990년대부터 노동자와 사무원의 자녀들이 차지하는 인구 구성 비율은 38%를 차지한다. 이처럼 엘리트 학교의 학생 구성은 전체 사회와 불균형한 상태다.
 
이러한 프랑스의 엘리트주의를 타파하기 위해 일부 그랑제꼴에서는 '기회의 평등'이라는 이름으로 소외된 지역의 학생들에게 개방의 문을 열고 있지만 큰 효과는 없다. 대표적인 예가 서민층 자녀들을 수용하기 위한 장학금 확대다. 예를 들면 파리 시앙스포에서는 장학금을 학생 30%에게 지급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서민 출신 학생들은 실제 11%에 지나지 않는다. 개방을 노래하면서도 프랑스의 그랑제꼴들이 하층민 자녀들을 대거 입학시킨 사례는 지금껏 없다. '사회적 개방'은 사실상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고 실은 특권층 자녀들이 여전히 엘리트학교에 갈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가지고 있다. 지난 연말 노란조끼 운동이 폭발적으로 일어났을 때 '에나를 없애자'는 슬로건을 외친 프랑스 민중의 절규는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조 후보자의 청문회로 폭발된 우리 교육의 부조리도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다. 곪아 터질게 터진 것뿐이다. 청문회가 끝났다고 이 문제를 유야무야 덮을 생각이라면 오산이다. 교육의 기회균등이 무너져 버린 지금 공정을 노래하는 건 허공에 소리치는 것과 다름 없다. 이번 사건을 전방위적으로 확대해 한국교육의 병폐를 파헤치길 바란다. 정부와 정치권, 언론, 검찰, 국민 할 것 없이 이 문제에서 자유로운 자는 하나도 없다. 이제 분열과 반칙을 중단하고, 모두 합심해 공정사회를 건설하는데 앞장서라. 사회개혁은 잘난 한 사람에 의해 절대 이루어질 수 없는 법이다.
 
최인숙 고려대 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 연구교수·파리정치대학 정치학 박사(sookjuliette@yahoo.f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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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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