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무비게이션)‘제미니맨’, 가장 완벽한 극한의 ‘HFR 미학’
‘초당 120프레임’ 영화의 상영 메커니즘 한계치 극복한 비주얼 혁명
이안 감독 특유 존재 가치 대한 질문 vs 화려한 액션시퀀스 ‘플러스’
2019-10-07 00:00:00 2019-10-07 17:52:23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Perfect ‘High Frame Rate’(HFR) Aesthetic(미학). 이안 감독의 신작 제미니맨’(Gemini, 쌍둥이)은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구분하던 스크린 한계성을 붕괴시키는 확장의 메커니즘으로 보였다. 고전 스크린 마니아들에겐 그동안 이안 감독이 추구하는 ‘HER’(하이 프레임 레이트)에 대한 분명한 거부감을 드러내 왔던 것도 사실이다. 영화적 동작의 기본 프레임(24프레임에서 최대 40프레임) 120프레임으로 분할했으니, 보는 눈은 영화를 보는 것인지 실제를 보는 것인지 착각을 유발한다. ‘제미니맨이 영화가 갖고 있는 영화적 시각화의 경계를 붕괴시킬지 영화적 시각화의 진일보를 가져올지는 두고 봐야 할 듯하다. 일단 제미니맨의 시각적 완성도는 현존하는 최대 프레임의 퍼펙트 미학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었다.
 
 
 
제미니맨은 제목 그대로 쌍둥이, 즉 복제인간 스토리다. 과학적 메커니즘은 과감하게 생략한다. 연출을 맡은 이안 감독이 영화적 스킬 보단 스토리를 중심으로 할리우드에서 거장 반열에 오른 아시아 감독이란 점을 주목한다면 충분히 납득 가능한 설정이다. 반면 전 세계 영화 감독 가운데 누구도 보다 ‘HFR’ 기술에 근접한 연출 방식을 택하고 있단 점에서 그는 그 자체로 제미니맨이다. 영화 속 주인공 50세의 헨리 브로건(윌 스미스)이 초창기 이안 감독의 자의식이라면 23세의 복제인간 주니어는 기술적 진일보의 완벽함을 추구하는 이안 감독이다. 헨리가 거울을 보지 못하는 것도 자신의 자의식과의 대면에 대한 두려움을 상징하고 있었다. 이 모습은 이안 감독이 전통적인 영화 매커니즘과 다채널 시대의 영화 시장에서의 생존 방식에 대한 선택적 탈 고전 영화주의을 전하는 고민거리처럼 다가온다.
 
영화 '제미니맨' 스틸. 자진/롯데엔터테인먼트
 
스토리는 비교적 간단하다. 미국 정부를 위해 일해 오던 요원 헨리. 그는 2km 거리에서 시속 238km로 달리는 기차 안 목표물을 단 한 발로 정확하게 사살할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다. 헨리의 과거 동료이자 현재는 제미니맨프로젝트의 수장인 클레이(클라이브 오웬)는 헨리 몰래 그의 DNA를 이용해 복제인간 주니어를 만들어 냈다. 이제 클레이는 주니어진짜로 만들기 위해, 그리고 자신의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은퇴를 선언한 헨리를 목표물로 삼는다. 헨리는 자신을 죽이기 위해 추격해 오는 자신과의 싸움에 나서게 된다. 상상을 초월하는 전투력의 주니어와 마주하게 되는 헨리의 불안함은 거울을 보지 못하는 트라우마에 사로 잡힌 헨리의 내면을 더욱 휘집어 놓는다. 주니어 역시 마찬가지다. 아버지로 인식하고 살고 있는 클레이의 욕망을 눈치채면서도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느끼기 시작한다. 이제 헨리는 또 다른 자신인 주니어와, 주니어 역시 또 다른 자신인 헨리와 함께 잘못 꼬이게 된 시작점을 찾아 나서게 된다.
 
영화 '제미니맨' 스틸. 자진/롯데엔터테인먼트
 
스토리는 비교적 예측 가능한 상황 속으로 흘러가게 된다. 반면 흐름은 기존의 액션 블록버스터와는 조금 결이 다른 흐름을 보인다. 이안 감독 특유의 인장이 오롯이 새겨진 느낌이다. 정체성의 혼란에 대한 질문이 많다. 거울이란 매개체, 그리고 자신을 계승한 또 다른 자신과의 마주보기. 헨리가 읆조리는 거울을 보지 못하겠다’ ‘유령을 보는 느낌이다등은 헨리와 주니어에 대한 같고도 다른 존재에 대한 가치의 질문이고 존재의 이유를 탐하는 욕구에 대한 의문이다.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는 헨리에게도 주니어에게도 마찬가지다. 주니어를 통해 살인으로 점철된 자신의 과거를 새롭게 시작하고 싶은 욕망을 드러내는 것이 아닌 자신의 잘못된 선택적 과거를 되풀이 하지 않기를 바라는 헨리의 선택이 눈길을 끈다. 반복에 대한 잘못이 아닌 현재를 통해 과거의 선택을 지우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단 대리의 목적이 여느 복제인간스토리를 만들어간 기존 스토리 영화와 차별화 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영화 '제미니맨' 스틸. 자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미니맨은 볼거리는 크게 두 가지다. 예고편에서도 등장한 바 있는 오토바이 추격신이다. ‘HFR 3D 플러스포맷으로 상영되는 영화에서 이 장면은 추격전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속도감의 정수를 선보인다. 초당 120프레임의 ‘HFR’ 화질을 3D에서 한 단계 진화된 ‘3D 플러스로 감상하고 있으면 관객 스스로가 헨리가 되고 주니어가 되는 착각을 느끼게 된다. 콜롬비아 카르타헤나, 헝가리 부다페스트 등의 로케이션과 맞물리면서 관객의 몰입도는 동질감으로 발전된다. 흡사 초고화질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이 아닌 실제 촬영자가 된 착각을 불러 일으킬 정도다. 이런 지점은 제미니맨을 다채널 시대에서 무조건 극장에서 봐야 할 이유를 만들어 준다.
 
분명 이 지점이 아직까지는 디지털이 일반적 포맷으로 자리한 지금의 영화 시장에서 전통적 영화 매커니즘을 선호하는 관객들에게 어떤 반응을 이끌어 낼 것인가에 대한 질문도 남긴다. 이질감을 넘어서 혼란을 줄 정도의 화질적 업그레이드는 다양한 힘을 드러낸 것과 함께 영화적 상상력의 걸림돌을 끊어버리는 긍정&부정의 효과를 동시에 가져온다.
 
영화 '제미니맨' 스틸. 자진/롯데엔터테인먼트
 
물론 이안 감독 특유의 영화적 스토리 색채와 상업 영화가 도달할 수 있는 화질의 극대화인 ‘HFR’ 포맷의 몰입감을 느낄 수 있단 사실만으로도 제미니맨은 아직까지 영화는 극장에서 봐야 할 콘텐츠란 점을 100% 충족 시켜주는 이유가 된다. 개봉은 10 9.
 
P.S 국내 극장에선 사실상 제미니맨 120프레임 ‘HFR 3D 플러스100% 느끼기엔 부족함이 들 수 있다. 국내 극장 상영 시스템의 한계치는 60프레임이 최대치다. 극도로 민감한 관객이라면 제미니맨의 상영 중 일부 캐릭터의 동작 프레임이 상당히 거친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물론 그 지점이 제미니맨의 관람 즐거움을 해치는 요소는 될 수 없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