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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CEP, 식품·패션·화장품에 수혜
협정문, 상품 관세 양허안 합의…업계 신남방 탄력, 한일 경색 완화 효과도
2019-11-20 14:42:21 2019-11-20 14:42:21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RCEP 협정문이 상품 양허 위주로 구성돼 내년 최종 타결 시 아세안 진출이 활발한 화장품, 패션, 식음료 등 유통산업 수혜가 전망된다. 협정문은 수출 증대 가능한 상품관세 감축이 골자다. 협정문에는 또 원산지 기준을 통일하고 저작권, 특허 등 지식재산권 보호규범을 마련하는 내용이 포함돼 원활한 상품 교역과 권리 보호를 돕는다. 한류와 신남방 정책을 필두로 아세안 진출에 힘을 쏟는 국내 기업에게 힘을 실어줄 만한 소재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4RCEP 협상참여국이 협정문 타결을 선언하면서 내년 최종 타결이 예상된다. 2012년 협상 개시 후 28차례 공식협상 끝에 인도를 제외한 14개국이 합의를 마쳤다. 협상은 비공개이나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관련 동향을 분석한 결과, 협상문에는 FTA 기체결국간 90% 이상의 자유화 수준을 목표로, 미체결국간 및 후발개도국과는 이보다 낮은 수준의 상품 양허안에 합의했을 것이 예상됐다. 이와 함께 논의됐던 서비스 무역 분야 개방 정도는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상품 양허안에 초점이 맞춰진 듯 보인다.
 
연구원은 상품 관세 양허만을 가정해 관세 자유화 수준이 85% 또는 92%일 경우 우리나라 경제는 0.41~0.62%의 성장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여기에 원산지 규정과 각종 규범의 조화를 통한 비관세장벽 완화를 고려하면 경제적 효과는 더욱 증가할 것이란 분석이다. 뿐만 아니라 한-아세안 FTA에 포함되지 않은 전자상거래 및 지식재산권 보호가 추가돼 RCEP 역내국의 전자 상거래 확산과 한류 콘텐츠의 안정적 수출도 기대된다.
 
사드 이슈 이후에도 한중 무역분쟁과 한일관계 악화 등 악재가 많은 유통 업계로선 모처럼 판로가 넓어지는 호재다. 일례로 라면 제조업은 국내 경쟁이 갈수록 심화되는 속에 해외 매출이 커지며 실적을 만회하던 형편이다. 최근 3분기 실적을 발표한 농심은 시장 컨센서스(증권가 평균 전망치)를 하회했는데 국내 라면 시장 둔화 영향이 컸던 반면 미국과 중국 매출이 성장하며 그나마 낙폭을 줄였다. 중국 시장은 이번 RCEP 영향권이며 농심은 추가적으로 일본과 베트남 등지에서 보폭을 넓히는 중이다. 호실적을 거둔 삼양식품도 해외 매출액이 국내 매출액을 상회하면서 역시 미국과 중국 수출이 증가하는 추세다.
 
패션과 화장품 분야도 사정이 비슷하다. 3분기 실적이 좋은 신세계인터내셔날도 국내 매출은 부진한 반면 해외 매출에 도움 받았다. 이 회사는 중국에 이어 베트남, 싱가포르 등 동남아로 시장을 확대하는 중이다. 베트남의 경우 생활용품 브랜드 자주 1호점을 지난 6월에 오픈한데 이어 연내 2호점 개설을 앞뒀다. 아모레퍼시픽은 간만에 깜짝 실적을 달성했는데 국내 화장품 매출이 상승한 덕분이다. 구체적으로 면세 매출과 전자상거래 채널이 확장돼 이번 RCEP 협정문이 실행될 경우 온라인 판매 및 역직구가 늘어날 가능성이 생긴다.
 
이들 상품을 종합 취급하는 오프라인 채널도 간접적 수혜가 미칠 전망이다. 이마트가 22일 노브랜드 전문점 1호점을 필리핀에 오픈하는 등 이미 다양한 진출이 이뤄지고 있다. 이마트는 가성비를 앞세운 노브랜드 상품들이 동남아에서 호감을 얻고 있다며 다른 국가에서도 지속적 러브콜이 있다고 전했다. 따라서 관세 양허까지 이뤄지면 가격경쟁력이 더해진 효과가 클 수 있다.
 
한편 한일 분쟁 등 국제통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WTO 협상은 점점 힘을 잃어 가는 형국이다. 당장 내달 상소 기구 기능이 마비돼 WTO 분쟁해결절차가 총체적으로 약화될 것이 관측되고 있다. 그런 맥락에서 세계 무역체제 변화가 예상되는데 각국이 이에 대비해 교역구조를 넓히고자 신흥국과의 신규 FTA에 적극적이다. 우리나라는 일본을 제외한 RCEP 회원국과 FTA를 체결해둔 상태로 관세 양허 효과가 극대화 된다. 일본과도 신규 FTA를 체결하는 효과가 있어 최근 분쟁에도 WTO에 기대할 수 없는 형편이 나아질 수 있다.
 
지난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RCEP/신남방 FTA 산관학 간담회가 열린 모습. 사진/뉴시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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