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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기지 반환, '지역고통 분담' 차원…방위비협상 카드 활용 가능성도
오염 정화 비용, 우리 측 우선 부담…'동맹 기여' 사례 될 듯
2019-12-11 17:25:02 2019-12-11 17:25:02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정부가 11일 미국과 오염정화 기준과 비용 등의 문제로 이견을 좁히지 못했던 주한미군 기지 4곳을 즉시 반환받기로 했다. 장기간 지연 된 반환 문제로 야기된 지역고통을 해소하기 위함이다. 정부가 미군기지 반환을 서두른 이유는 방위비분담금 협상을 위한 카드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이날 오후 평택 험프리스 캠프에서 미국과 제200차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합동위원회를 개최하고 장기간 반환이 지연돼온 4개 폐쇄 미군기지를 즉시 반환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용산기지의 SOFA 규정에 따른 반환 절차 개시에도 합의했다. 
 
즉시 반환되는 미군 기지는 지난 2009년 3월 폐쇄된 원주 캠프 이글을 비롯해 원주 캠프롱(2010년 6월 폐쇄)과 2011년 7월 폐쇄된 부평 캠프 마켓, 2011년 10월 폐쇄된 동두천 캠프 호비 쉐아사격장이 그 대상이다. 해당 4개 기지는 오염정화 기준 및 정화 책임을 놓고 양측의 이견으로 인해 10년 가까이 반환이 지연돼왔다. 한미 양측은 이 부분을 해소하기 위해 2019년 초부터 환경·법 분야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합동실무단을 운영해왔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었다. 
 
결국 해당 지역의 조기 반환 요청이 계속해서 제기된 만큼 정부는 지난 8월 30일 NSC 상임위원회 논의를 거쳐 이들 4개 기지의 조기 반환 등을 추진하기로 발표했다. 이를 위해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관계부처(외교부·국방부·환경부)가 참여하는 범정부TF를 구성해 기지를 반환받을 수 있는 다양한 방안에 대한 논의와 입장 조율을 거쳐 미국 측과 SOFA 채널을 중심으로 협의를 진행해 왔다.
 
찬우 국무조정실 주한미군기지 이전지원단장이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주한미군 기지 반환' 관련 관계 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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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간 반환 지연, '지역고통' 분담
 
정부가 주한미군 기지를 놓고 미국과 오염정화 비용으로 장고를 펼쳐왔음에도 이날 주한미군 기지 4곳을 즉시 돌려받기로 한 것은 그에 따른 지역 사회의 사회적·경제적 비용이 막대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미군 기지 폐쇄가 2009년에서 2011년 사이에 이뤄졌지만 10년 가까이 오염 정화 문제로 미뤄져 왔고, 지역사회가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었다. 이에 정부는 "미국 측과의 오염 책임 문제 협의에는 상당 기간이 소요되는 반면, 기지 반환 문제는 보다 시급히 해결돼야 할 과제"라고 밝혔다.
 
다만 정부는 아직 해결하지 못한 오염 정화 비용을 우리가 우선 부담한 후 합의한 바와 같이 협의 하에 해결해 가기로 했다. 하지만 4개 기지의 토양과 지하수 오염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미군 주둔 사이에 유류 저장 탱크와 배관에서 기름이 새어 나오고 미군이 폐기물을 소각해온 탓이다. 지난 2017년 조사결과 부평 캠프 마켓의 경우 토양에서 발암 물질인 다이옥신류가 검출되기도 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정부의 환경 실태 조사 결과 4곳의 정화 비용은 1100억원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현재까지 미국이 해외 주둔 미군기지의 오염정화 비용을 부담한 전례가 없어 고스란히 국민 세금으로 부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방위비 협상 카드 활용 기대감
 
미군기지에 대한 오염정화 비용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음에도 합의의 문을 열어 놓고 조기에 4곳의 미군기지를 반환받은 것은 방위비분담금 협상에서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 9월부터 시작된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협정(SMA) 협상은 미국이 올해 분담금(1조389억원)의 5배가 넘는 금액을 요구하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 때문에 우리 측이 부담하게 될 오염정화 비용이 협정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방위비협상이 다루고 있는 주한미군 한국인 고용원 임금과 군수지원비 등과 별도로 오염정화 비용이 들어갈 경우 협상에 난항이 생길 수 있는 만큼 '동맹 기여' 정도 선에서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오염 물질 정화 책임 문제로 10년 가까이 반환이 지연돼 온 원주·부평·동두천에 있는 4개의 미군기지가 주민 품으로 돌아온다. 사진/뉴시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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